[단독] 경찰 사건만 처리 지연? 검찰이 쥔 장기미제도 팍팍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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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3개월 넘도록 쥐고 있는 장기미제 사건이 검경 수사권 조정(2021년) 이전에 비해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는 수사권 조정 이후 주로 경찰에 사건이 몰려 일선 경찰수사관들의 고충이 크다는 것만 잘 알려져 있었으나,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았던 검찰 역시 지연 처리를 피하지 못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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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초과 장기미제 1만4000건 넘어
수사권 조정 후 '반짝' 줄었다 작년 원복
절차 복잡, 인력 부족, 책임 불분명 때문
검찰이 3개월 넘도록 쥐고 있는 장기미제 사건이 검경 수사권 조정(2021년) 이전에 비해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는 수사권 조정 이후 주로 경찰에 사건이 몰려 일선 경찰수사관들의 고충이 크다는 것만 잘 알려져 있었으나,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았던 검찰 역시 지연 처리를 피하지 못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검찰 안팎에선 장기미제 해결을 심우정 신임 검찰총장의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22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검찰청의 3개월 초과 장기미제 사건은 1만4,421건이었다. 2020년 1만1,008건이었다가 2021년 4,426건으로 줄었지만, 2022년 9,268건으로 증가한 데 이어 2년 연속 급증했다. 6개월 초과 미제로 범위를 좁히면 4,693건(2020년)→2,503건(2021년)→3,932건(2022년)→6,594건(2023년)이다. 전체 미제 사건 중 3개월 초과 장기미제 사건의 비중을 봐도 2020년 12%, 2021년 14%, 2022년 18%, 지난해 25%로 확 늘고 있다.
검찰 장기미제가 감소한 해는 2021년이 유일했다. 바로 수사권 조정이 이뤄진 때다. 하지만 당시 검찰의 사건이 줄었던 것은 새 제도에 적응하던 경찰이 검찰에 송치를 적게 해서 생긴 '일시적 착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의 송치가 다시 늘고,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이 이의제기로 다시 검찰에 넘어오면서 검찰 역시 정체 현상을 벗어날 수 없게 됐다.
수사권 조정은 경찰뿐 아니라 검찰의 사건 처리 속도에도 큰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일선의 한 검사장은 "한 사건이 여러 개로 분리돼 검찰·경찰로 나눠지거나, 수사기관 사이 '핑퐁'이 이뤄지면서 검토해야 할 기록 자체가 훨씬 많고 복잡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검찰 간부는 "지난해 수사준칙 개정으로 검찰이 보완수사와 재수사를 분담하지만, 여전히 검사가 직접 조사해 사건을 빠르게 처리하기보다는 경찰 기록 검토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분위기"라면서 "전반적으로 사건 처리에 대한 책임 소재가 느슨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 문제도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사건을 직접 맡은 평검사 숫자가 계속 줄고, 수사검사가 직접 공소유지를 맡는 대형 사건 재판이 늘어지면서, 일선 형사부의 부담이 과중되고 있다. 실제 대검이 전국 검찰청에서 사건을 수사하는 실근무인원을 토대로 검사 한 명이 하루에 새로 맡는 피의자 수를 계산해 봤더니, 2020년 7.3명에서 이듬해 6.1명으로 줄었다가 2022년 6.8명, 지난해 7.6명으로 다시 급증해 장기미제와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검사 수를 늘리기 위한 검사정원법(현재 2,292명)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계속 넘지 못하고 있다.
장기미제 증가율은 소규모 검찰청일수록 높았다. 규모가 작을수록 검사 한 명 감소에 대한 영향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국 최소 수준인 춘천지검은 3개월 초과 장기미제 사건이 2021년 41건에서 지난해 508건으로 10배 이상 늘어 이 시기 증가율 전국 1위였다.
심 총장이 19일 취임사에서 "일선 형사부 인력·조직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조만간 인력 운영 등 사건 처리속도 증진을 위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정책자문위원인 양홍석 변호사는 "현재 검경 장기미제 문제는 단순히 처리가 오래 걸린다는 게 아니라 '수사 진척 없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라면서 "검찰에선 수사권 조정이나 일선의 의지 등에 책임을 떠넘기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아예 조직 차원에서 시스템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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