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제자 자리 차지한 드랙퀸”... 비판나온 개막식, 영상마저 삭제
자유·평등·박애를 전면에 내세워 다양한 인물들을 하나의 이야기 속에 녹여낸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식이 일부 장면이 종교적 상징을 연상시키는 연출로 논란에 직면했다. 특히 포용성을 강조하려 한 ‘최후의 만찬’ 패러디 공연이 보수적인 종교계의 거센 비판을 받는 등 역풍을 맞고 있는 모양새다.
28일(현지시각) AP통신, 포브스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프랑스 파리 센강 일대에서 열린 개막식 공연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화 ‘최후의 만찬’ 속 예수와 그의 제자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연이 펼쳐졌다. 캣워크 형식의 무대에서 긴 식탁 앞에 푸른 옷을 입은 여성 양옆으로 여러 공연자들이 모여 서 있는 모습이었다. ‘최후의 만찬’은 예수가 체포돼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날 밤 열두 제자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가진 장면을 다빈치가 묘사한 그림이다.
개막식은 이 그림을 패러디하면서 예수 대신 헤일로 왕관을 쓴 여성, 예수 제자의 자리에 ‘드랙퀸’, 즉 여장 남자들을 등장시켰다. 이 연출은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조하려는 의도였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수계와 기독교계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미네소타주 위노나·로체스터 교구장인 로버트 배런 주교는 26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최후의 만찬에 대한 이 역겨운 조롱 외에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이냐”고 비판했다. 그는 현지 매체 폭스 뉴스에 보낸 성명에서 “해당 장면은 역겹고 경박한 조롱”이라며 “우리 기독교인과 가톨릭 신자들은 저항해야 하고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미 공화당 정치인이자 하원의장인 마이크 존슨은 이 장면을 두고 “충격적이고 모욕적”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보수 공화당원인 발레리 보이어 상원의원은 “기독교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돌아볼 수 있었다”며 “기독교인들을 조롱하는 걸 목표로 한 장면”이라고 했다. 프랑스 주교회는 이날 성명에서 이번 올림픽 개회식에 “불행하게도 기독교에 대한 조 롱과 조소의 장면들이 포함되어 있었다”면서 “이에 대해 우리는 깊은 유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 같은 비난에 파리 올림픽 조직위는 “개회식의 의도는 생각할 만한 화두를 던져주는 것이었다”며 예술 감독의 연출 의도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개회식 예술 감독을 맡은 배우 겸 예술 디렉터 토마 졸리는 27일 기자회견에서 “연출 의도는 전복적이거나 조롱하거나 충격을 주려는 것이 아니었다”며 “오히려 프랑스의 모든 다양성을 담아내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 속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파리 올림픽 개막식 하이라이트 영상의 댓글 사용을 중지시킨 데 이어 현재는 아예 영상을 내렸다. IOC와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 모두 삭제 사유와 관련한 설명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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