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부르는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건 기적 같은 일일지도 모른다. 사람마다 그 깊이에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아닌 다른 이에게 애정이라는 감정을 쏟는다는 건 꽤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기 때문. 그렇기에 지난해 NC 다이노스 응원단에서 시작해 올해 새롭게 마법사 군단에 합류하며 큰 사랑을 받는 김정원 치어리더의 존재는 참 특별하게 다가온다. 주변 동료부터 그의 무대를 지켜본 팬들까지, 김정원 치어리더를 한 번 본 사람 중 일말의 응원조차 보내지 않는 이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그의 존재는 ‘수원에 9회 말은 없습니다’라는 문구를 새기고 열성적인 지지를 보내는 KT 팬들에게 지치지 않고 야구장을 찾을 수 있는 원동력을 선사한다. 때론 9회 말이 생기거나 패배의 아픔을 겪을지라도, 오늘도 팬들이 무한한 에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해 주는 김정원 치어리더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Mingyu Kim Location Dugout Magazine Studio

#적응 2회차
간단하게 자기소개하면서 시작해 볼까요? (5월 28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KT 위즈 치어리더 김정원입니다.
작년 초에 농구 잡지에 나온 건 봤는데, 야구 잡지 출연은 처음이에요.
안 그래도 회사 분들이 좋은 섭외가 들어왔다고 말해 주셨어요. 약간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왔는데, 아까 화보를 찍으면서 신기한 느낌도 들었어요. (섭외를 듣고 따로 찾아본 기사도 있었나요?) 예전에 한화 이글스 하지원 치어리더님도 출연한 적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한번 찾아봤습니다.
오늘 보여 주고 싶은 본인만의 매력이 있다면 뭔가요?
저 혼자보다는 KT 위즈 전체의 팬이 더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 커요. 그래서 ‘치어리더 김정원’보다는 KT 응원단이 가진 매력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야구 치어리더로서 맞는 두 번째 시즌이에요. 작년과 달라진 부분이 있을까요?
마음가짐은 여전해요. 그 대신 편안해진 게 조금 크지 않나 싶어요.
올해 중위권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KT도 선전을 이어가고 있어요. 팬들의 응원 열기도 덩달아 뜨거울 것 같은데, 단상에서도 그렇게 느껴지나요?
확실히 그래요. 팬분도 많이 오시고, 응원 소리도 크고요. 특히 어느 원정 경기장을 가더라도 함성이 크다는 게 놀라울 때가 있어요.
KT 응원가 중에서 유독 호응이 잘 나오는 곡은 뭐예요?
선수 응원가에선 그렇게 큰 차이가 안 느껴지는데, 팀 응원가 중에서는 ‘위닝케이티’요. 그 노래가 나올 때는 관중분들도 뭔가 안에서 기운이 끓어오르는 것 같더라고요.

데뷔 시즌에 NC 다이노스 응원단으로 활동하다가 1년 만에 팀을 옮겼는데, 그 과정에서 애로사항은 없었나요?
평소에 적응하는 속도가 느린 편이라 힘들긴 했어요. 1년 동안 바쁘게 적응했는데,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거잖아요. 응원가도 새로 외워야 했고요. 근데 하다 보니까 또 되더라고요? (웃음)
새로운 팀에 적응하면서 도움을 준 동료엔 누가 있었나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김)한슬 언니랑 (김)진아 언니요. 지금 팀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언니들이 제가 적응하는 데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안 그래도 동료들이 ‘정원이를 속여라’라는 콘셉트로 몰래카메라를 진행한 걸 봤어요. 평소에도 자주 장난의 표적이 되는 편이에요?
보시다시피요. (웃음) 제가 밈을 잘 모르기도 하고, 당할 때마다 타격감이 상당하다고 하더라고요. 제 반응을 보는 걸 언니들도 즐기나 봐요.
그럴 때마다 한 번쯤은 복수해 보고 싶다는 마음도 들지 않아요?
엄두도 못 내요. 이 분야엔 완전 문외한이거든요. 이런 쪽으로 다른 사람에게 장난을 친다는 상상 자체를 해 본 적이 없어요. 복수는… 아마 못 하지 않을까 싶어요.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해요? 그럴 때는 가벼운 장난이 도움이 될 때도 있잖아요.
보통은 먼저 못 다가가요. 친해지고 싶으면 오히려 말을 더 못하게 되더라고요. 낯을 정말 심하게 가리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래서 여러 사람이랑 적극적으로 친해지는 걸 힘들어해요. 그래도 제가 노력해서 뭐라고 말을 한마디 하면, 다른 사람들이 ‘얘가 정말 노력했구나’라고 봐 주시더라고요. (대체로 주변 사람들한테 간택을 받는 편인가 봐요.) 제가 봐도 그렇긴 해요.
올해가 KT 응원단으로서 첫 시즌인데, 유독 정감이 가는 선수가 있어요?
(윌리엄) 쿠에바스 선수요. 오랜 기간 에이스였던 선수잖아요? 근데 올해 부침을 겪고 있어서 안타깝고, 지금보다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워낙 KT의 역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상징적인 선수라 더 애정도 가고요.
KT 응원의 최대 매력을 하나 꼽아 보자면요?
조금 식상한 답변일 수도 있지만, 응원가가 정말 좋아요. 다른 팀 응원가는 잘 모르긴 하지만, KT 응원가는 뭔가 귀에 잘 박혀서 기억에 오래 남아요. 그 덕분에 무대를 준비할 때도 더 수월하게 연습하게 되고요. 일단 질리지 않아요!
그중에서도 가장 뇌리에 박힌 노래는 뭐예요?
김민혁 선수 응원가요. 등장곡인 Billlie의 ‘EUNOIA’도 괜찮고, 응원가도 좋아해요. 입에서도 맴돌아서 흥얼거리기도 하고요.

#지키거나 내려놓거나
곧 여름이 다가오잖아요. 작년 여름만큼이나 올해도 더울 듯한데, 어떻게 이겨 내려고 해요?
다른 것보다 저희한테는 워터 페스티벌이 있잖아요. 아무리 더워도 물을 맞으면 시원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그걸 한 달 정도로 엄청나게 길게 하거든요. 여름이 오는 게 싫긴 하지만, 잘 이겨 내 보려 해요.
평소 더위와 추위 중에서는 어떤 걸 더 못 참아요?
압도적으로 더위요. 진짜 땀이… (말을 잇지 못하며) 저희 멤버들도 인정할 정도로 땀을 정말 많이 흘려요. 조금만 더워도 못 견디는 편이거든요.
무대 위에서 메이크업이 무너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더위를 극복하는 본인만의 비결이 있을까요?
극복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아마 평생 못 이겨 내지 않을까 싶어요. 치어리더 생활을 하는 기간만큼은 저도 포기하려고요. 그냥 버티는 거죠.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려고 해요?
일단 잘 먹고 봐요. (웃음) (경기 전에 아예 밥을 안 먹는 유형이 있고, 무조건 든든히 먹는 유형도 있더라고요.) 저는 원래 전자였거든요? 근데 야구 치어리더를 시작하면서부터 바뀌었어요. 긴 시즌을 치르다 보니 먹어야 살겠다 싶었거든요. 한 번 바뀌고 나니까 겨울에 다른 종목을 할 때도 끼니를 꼭 챙기게 됐고요.

완벽주의 성향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런 기질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진 않아요?
그래서 요즘은 마음을 내려놓으려고 노력해요. 근데 그 과정에서 또 스트레스가 올 때가 있어요. 예전의 자아가 남아 있다 보니 온전히 내려놓는 게 잘 안 되더라고요. 나름 이럴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해서 노력 중인데, 마냥 쉽지만은 않네요.
뭔가를 포기하는 과정에서도 ‘이건 꼭 지켜야 한다’라고 느낀 부분이 있나요?
제가 출근 시간이 진짜 이르거든요? 남들보다 한두 시간은 일찍 도착해요. 단순히 일하기 전에 준비하는 것도 있지만, 저 스스로 마인드 세팅을 하는 시간이 필요한 타입이라서요. 다른 건 몰라도 그건 포기를 못 하겠어요. 아무래도 루틴의 영역이니까요.
반대로 과감하게 내려놓은 건 뭐가 있나요?
그건 이제… 땀이 났을 때의 제 모습? (웃음) 원래 땀이 났을 때 외적으로 흐트러지는 모습 때문에 스트레스를 정말 크게 받았거든요. 아무리 초반 메이크업에 공을 들이고, 다시 고쳐도 계속 무너지니까요. 그때마다 거울을 보면, 그게 또 스트레스로 이어졌고요. 그래서 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 내려놓은 상태예요.
실수를 빨리 잊는 편인지, 계속 곱씹는 편인지 궁금해요.
자꾸 되놰요.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종일 떠오르고, 나중엔 잠도 잘 못 자요. 그리고 제 모습이 찍혀서 영상으로도 올라오잖아요. 만약 실수한 장면이 영상으로 나오면 미치겠고 그래요.
무대를 준비할 때 지켜야 한다는 본인만의 철칙이 있을까요?
공연할 때 표정에 신경을 써요. 춤만으로 차별을 두기엔 쉽지 않겠더라고요. 안무도 정해져 있고, 어차피 다 같이 연습한 걸 보여 주는 거니까요. 거기서 제 매력을 더 보여 줄 수 있는 게 뭘지 고민한 끝에 표정 연구를 더 해야겠다고 판단했어요.
영감을 얻는 무대 영상이 따로 있나요?
일부러 찾진 않아요. 의도적으로 영감을 얻으려고 하면 그 틀에 제가 맞춰질 수도 있으니까요. 대신 아이돌 연습생 시절부터 노래를 들으면서 그 멜로디에 맞는 표정이 뭘지 고민하는 습관이 남아 있어서, 그건 지금도 계속하고 있어요. 출근 전에 공연 곡을 반복해서 듣곤 합니다.
다른 사람을 대할 땐 어때요? 그때도 엄격함을 유지하나요?
남들한테는 정말 관대해요. 크게 신경을 안 쓴다고 해야 할까요? 일할 때는 온전히 저한테만 집중하거든요. (만약 나중에 누군가를 이끄는 역할을 맡으면 어떨 것 같아요?) 솔직히 자신은 없어요. 제가 봐도 지금의 전 누군가의 앞에 쉽게 설 수 있는 성향이 아니거든요. 그래도 호~옥시나 하게 된다면… 특별한 것 없이 지금처럼 최대한 본업에 충실하고 할 바를 하는 걸 1순위로 둘 거예요.

#사랑을 받고, 사랑을 주는
MBTI가 꽤 강한 ‘I(내향형)’라고 들었어요.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면 어떤 기분이에요?
그 순간이 정말 좋아요. ‘드디어 집이다!’하는 느낌이죠. 종일 에너지를 쏟아붓고 나니까 홀가분한 기분도 들고요.
집에서 가장 즐겨 하는 취미는 뭔가요?
잠이 워낙 많아서요. (민망) 집에서는 대체로 자는 편이에요. 그 외에는 밀린 집안일을 할 때도 있고, 영화도 종종 즐겨 봐요. (요새 꽂힌 장르가 있다면요?) 로맨스요! ‘노트북’이라거나, ‘어바웃 타임’처럼 고전이긴 하지만 ‘근본’으로 평가를 받는 작품들 있잖아요. 현재 상영작들도 보긴 하는데, 보통은 OTT에서 찾아보곤 해요.
퇴근하고 나면 밤 시간대일 때가 많은데, 늦은 시간이라도 기력 보충은 하는 편이에요?
패턴이 계속 바뀌어요. 한창 먹고 싶을 때는 막 먹다가, 문득 살이 찌는 게 눈에 들어오면 그만해야겠다 싶어서 자제하기 시작해요. 일단 요즘은 야식을 끊고 있는 시기예요. 밤에 입맛이 도는 걸 보니 경각심이 생겼거든요. (밤에 식욕을 주로 당기게 하는 음식이 따로 있어요?) 막 특정 음식을 먹고 싶은 건 아니에요. 그냥 맛있는 거?
아이돌 연습생과 모델 등을 거친 뒤 치어리더를 하고 있잖아요. 지금 일에서 느끼는 최대 매력은 뭐예요?
스포츠와 더 친해질 수 있다는 점이요. 그리고 앞서 해 온 일보다 보람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는 걸 뽑고 싶어요. 팬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기도 하고, 제가 이룬 성과가 직관적으로 와닿더라고요. 제가 보기에도 만족스러운 날이면, ‘나 오늘 좀 잘했는데?’라는 뿌듯함도 들고요.
농구의 매력은 ‘스피드’라고 한 적이 있어요. 반대로 야구의 매력은 뭐라고 보나요?
관중분들과의 호흡을 가장 큰 매력으로 꼽고 싶어요. 집에서 보는 것보다는 경기장에서 직관하는 게 더 재밌고, 다른 스포츠에 비해 현장의 열기가 확실히 다르니까요.


올해 초에 팬들이 생일 카페를 열어줬더라고요. 당시 현장을 직접 찾아갔다고 들었어요.
예상보다 카페가 방문객으로 가득해서 진짜 신기했어요. 그 장소 자체도 그렇지만, 거기에 오신 분들은 말 그대로 절 보러 오신 거잖아요.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친했던 친구가 있는데, 알고 보니 그 친구도 저 몰래 왔다 갔더라고요. 생일 카페가 있다고 제가 슬쩍 얘기하긴 했는데, 그날 제주도에 일정이 있었는데 그걸 빼고 왔대요. 심지어 제가 머문 시간대도 아니었는데 말이에요. 그저 궁금해서 왔다 간 거죠. 그 친구가 주최 측에 남기고 간 편지를 보니까, 카페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자기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게 미안했대요. 그래서 자리를 빨리 비워 줘야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는데, 그걸 보면서도 괜히 신기하고 기분이 묘했어요.
생일 카페에서 기억이 남는 팬이 있다면 누구예요?
엄청나게 멀리서 와 주신 분들이 계셨어요. 광주는 물론이고 창원이나 부산에서 오신 분들도 있었고요. 그렇게 장거리를 이동하셨다는 게 놀라기도 했고, 지금도 유독 기억에 남아요.
해당 카페를 연 팬이 만든 계정에 올라오는 ‘주접 영상’을 봤어요. 그 수위(?)가 남다르던데, 그걸 보면 무슨 기분이 들어요?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요즘 밈에 취약하거든요. 영상을 보시면 알겠지만, 대체로 제가 당하는 그림이에요. 근데 그런 모습을 선호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는 거니까, 그 또한 제 모습 중 하나라고 여기게 됐어요. 돌이켜 보면 재밌는 추억이기도 하고요.
인기를 얻는 데 그 계정이 한몫했는데, 이 자리에서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다 하려면 얘기가 길어질 것 같아요. (웃음) 그 친구한테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거든요. 가끔 실제로 만나게 되면 고맙다는 얘기를 자주 해요. 그럴 때마다 그 친구는 뭐가 그렇게 고맙냐고 손사래를 치는데, 진짜 고맙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더라고요. 항상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게 느껴질 정도고, 살면서 이렇게 사랑을 보내 주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었어요. 그 친구를 보면서 항상 느낀 건 그저 고맙다는 것뿐이에요.
응원단 내에서는 어떤 포지션이에요?
언니들이 저를 되게 귀여워하고 예뻐해 주세요. 정작 전 그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해 주시는 얘기를 들어 보면 제가 약간 아기 같대요. 분명 나이상으로 막내가 아닌데도 막내 포지션이 되는 느낌이랄까요? 심지어는 팀원 중에 동생이 있는데, 그 동생이 언니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을 정도예요.
치어리더를 지망하는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전혀 생각해 보지 않은 거긴 한데… 소득? (웃음) 제 위치에서 아직 특별하게 해 줄 말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누군가 치어리더가 되고 싶다고 한다면, 일단 뭐든 열심히 하라고 응원을 먼저 보내 줄래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인사하면서 인터뷰 마칠게요.
야구를 잘 모르시는데도 절 보러 경기장에 와 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정말 감사하지만, 때론 주객이 전도되는 건 아닌가 싶어서 죄송한 마음이 들곤 합니다. 만약 야구를 안다면 더욱 흥이 날 수 있을 테니까, 야구 그 자체도 함께 즐기셨으면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저희 KT가 응원도 재밌는 좋은 구단이니까요! 계속 관심 가져 주시고 위즈파크도 자주 놀러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5년 171호 (7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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