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급 사무관도, 대기업 직장인도 '로스쿨 입학시험'..역대 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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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치러진 '2023학년도 법학적성시험'(LEET·리트) 응시자가 1만4620명으로 지난해보다 4.8% 증가하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엠제트(MZ) 세대 5급 사무관과 대기업 직원들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 시험인 리트 응시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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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관·대기업 직장인 "이곳도 미래 불안"
"불안한 노동시장과 달라진 직업 가치관 반영"

“공직생활에 회의가 듭니다. 여기서 열심히 일해서 실·국장 달면 뭐하나요? 55살 전후에 나가야 하는데….”(2년차 사무관 ㄱ씨)
“나름 국내 굴지 아이티(IT)기업에 다니고 있지만, 직장과 무관하게 직업을 이어갈 수 있는 무기가 필요할 거 같다는 불안감이 있어요.” (10년차 대기업 직장인 ㄴ씨)
최근 치러진 ‘2023학년도 법학적성시험’(LEET·리트) 응시자가 1만4620명으로 지난해보다 4.8% 증가하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엠제트(MZ) 세대 5급 사무관과 대기업 직원들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 시험인 리트 응시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미래가 불안한 노동시장과 엠제트 세대의 직업 가치관 변화를 보여주는 현상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리트 시험일이었던 지난 24일을 전후로 세종시에서 근무하는 3년차 이하 ‘5급 공개경쟁채용시험’(옛 행정고시) 출신 사무관들 사이에선 “아무개 사무관도 시험 봤대”란 말이 심심치 않게 돌았다. 세종시 중앙부처에서 일하는 20대 사무관 ㄷ씨는 “동료 사무관들이 리트에 응시했다는 소식이 알음알음 들려온다. 주변 사무관 중 10% 정도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사무관들은 상대적으로 열악해진 보상과 개인의 성장을 경시하는 조직문화를 관가 내 ‘리트 열풍’의 이유라고 풀이했다. 이번 리트 시험에 응시한 2년차 사무관 ㄱ(30)씨는 “보통 사무관들은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데도 임금은 상대적으로 적고, 공무원 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주거비 걱정을 해소해줬던 공무원 주택 특별공급(특공)마저 없어지면서 공직생활이 더는 ‘메리트’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개인의 성장엔 관심 없이 소모적인 일을 시키는 조직을 보면서 제 자신의 성장을 위해 하루빨리 전문직을 택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꿈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대기업 직장인들도 비슷한 이유로 리트에 응시했다. 아이티(IT) 대기업 직장인 ㄴ(33)씨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이직을 했는데 ‘100세 시대’를 생각하면 아득하고 정년을 채울 수 있을지 미지수다”라면서 “정년 없이 안정적이고 기회 많은 직업을 고민하다가 ‘문과’ 출신은 법조인밖에 없다고 보고 리트를 봤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계열사에 다니는 ㄹ(25)씨는 “매일 12시간 넘게 일을 하는데, 보상이 적을뿐더러 기계적인 일이라 내가 성장한다는 생각이 안 든다. 일한 만큼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전문직에 도전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른바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엠제트 세대들이 리트 시험에 뛰어드는 현상에 대해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안정적인 일자리의 대표 격인 대기업 직장인과 공무원마저도 안심할 수 없다는 노동시장 내 불안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와 달리 무조건적인 조직의 톱니바퀴가 되는 것을 거부하고 도전적인 일자리에 더 큰 가치를 두는 엠제트 세대의 모습도 보여준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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