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09 | by BillboardKorea
새 EP로 돌아온 ‘몬스타엑스’ 변화하는 K팝 산업 속에서 10년간 쌓아온 교훈을 돌아보다.

군 복무 기간 동안 주헌이 가장 단단히 다져낸 근육은 바로 ‘마음’이었다. 매일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그는 단단한 중심을 세워야 했고, 이는 민간인으로 돌아온 지금, 몬스타엑스(MONSTA X)의 래퍼로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원래 ‘Just do it’이라는 말을 좋아했어요.” 미국 LA의 한 스튜디오에서 멤버 셔누, 민혁, 기현, 형원과 나란히 앉은 주헌은 말한다(막내 아이엠은 부상으로 서울에 머물러 인터뷰에는 함께하지 못했다.) “군대에서 더 나아가 ‘No brain, no pain’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죠. 어떤 상황이든 순간에 매몰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게 지금 제 태도예요.”
4년 만의 완전체 앨범, 그리고 10년의 무게
몬스타엑스의 새 EP The X는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긴 공백기를 마무리하는 작품이다. 아이엠을 제외한 전원이 18개월의 군복무를 마치고 다시 모인 여섯 멤버는 목말랐던 갈증을 풀 듯 음악 작업에 몰입했다. “단체 앨범을 낸 게 4년 만이잖아요.” 기현은 담담히 말한다. “K팝은 속도가 워낙 빠른 시장이기에 그 공백이 꽤 크게 다가왔어요. 그래서 이번 앨범에서는 우리가 가진 걸 다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죠.”
새 앨범에는 특유의 강렬함이 여전하다. 수록곡(“Savior”, “Tuscan Leather”, “Catch Me Now”)은 동시대 그룹들을 훌쩍 뛰어넘는 관능성을 드러내고, 뎀 조인트(Dem Jointz)가 프로듀싱한 타이틀곡 “N the Front”는 ‘몬스타엑스는 여전히 정상’이라는 메시지를 과감히 던진다.
리드 싱글 “Do What I Want” 역시 같은 맥락이다. 아이엠은 “팬들에게 놀라움을 안기고 싶었다”고 밝히며, 주헌은 가사에서 “Yup 오랜만이야 막 달리는 Race ya, 알잖아 내 적토마 같은 Pace ya”라며 당당히 외친다. 이는 허세가 아니다. 복무 기간 중에도 그는 휴가 때마다 곡을 쓰며 무려 40여 곡을 완성했다. “군백기를 만회해야 한다는 부담은 없었어요. 결국 다시 리듬을 찾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죠.”
팀 명 그대로 '몬스터'가 된 모습을 이미지화 해 화제가 됐던 선공개곡 "Do What I Want" 뮤직 비디오
K팝의 변화와 여전한 문제들
오늘도 몬스타엑스는 지구력을 시험 중이다. 끝없는 인터뷰와 촬영이 저녁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멤버들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북돋우고, 아직은 서툰 영어에 도전하며 흔들림 없는 템포를 유지한다. 최근에는 여기에 또 하나의 과제가 더해졌다. 바로 예정된 인터뷰들 사이 생겨난 짧은 공백 시간에 억지로 끼워 넣는 틱톡 촬영이다. “요즘은 숏폼이 대세잖아요.” 민혁은 손사래를 치며 말한다. “하지만 세상을 바꿀 순 없죠.” 지난 10년간 업계를 뒤흔든 변화들을 몸소 지켜본 민혁의 말에는 뼈가 있다. “이제는 뮤직비디오 전체, 노래 전체를 감상하는 문화가 아니라, ‘바이럴 될 순간이 있는가’가 중요해진 것 같아요.”
하지만 정말 눈에 띄는 점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은 업계의 모습이다. 몬스타엑스는 2015년 Mnet의 혹독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결성됐다. 실력 있는 연습생들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데뷔 자리를 두고 힘겨운 과정을 거쳐야 했던 그 무대는,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참가자들의 정신적·육체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올여름 멘토로 비슷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현은 마치 과거로 되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꼈다고 한다. “이 모든 게 정말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나도 그 자리에 있었으니 참가자들이 느끼는 감정을 정확히 알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진심 어린 열정은 그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었다. 과연 데뷔 기회를 얻는다고 해서 현실에서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었던 시작점, 그 시절의 자신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닥칠 ‘도전’이 한때는 자신 앞에도 놓여 있었음을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몬스타엑스는 2015년 데뷔 당시 전원 ‘성인 멤버’이었다. 당시 멤버들은 이미 만 19~22세였고, 이는 이미 나날이 데뷔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던 K팝 시스템에서 보기 드문 일이었다. “아이돌들은 자기 자신을 돌보는 법을 배우기도 전에, 팬들이 보내주는 사랑과 관심을 관리하고 되돌려주는 법부터 배우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개인적으로 이 점이 K팝 산업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민혁은 솔직하게 지적하며 동료 아이돌들에게 작은 조언을 건넸다. “K팝 씬에서 음악을 만들고 무대에 서는 아티스트들이 스스로를 먼저 돌보는 법을 체득하길 바랍니다.” 아직 완전한 해답이 있진 않지만, 업계에서도 최소한의 안전장치에 대한 고민을 해주길 바란다는 뜻이다. 2020년 초 심리적 불안 증세로 활동을 중단했던 주헌은 한층 명료하게 말했다. “K팝을 이끄는 회사들이 아티스트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지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상치 못한 직언에 멤버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티스트’로 인정받기까지
“이제 아이돌은 단순히 회사가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지 않아요.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참여하고 있죠. 그렇다고 해서 모든 걸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에요. 이상적인 세상이라면, 아티스트들이 주체성을 가지고 영감을 받아 만들고 싶은 앨범을 직접 만들어가는 게가장 보람찰 거예요.” 기현은 덧붙였다. 이 분야에서 몬스타엑스는 오래전부터 개척자였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체계 안에서 활동하면서도 주헌과 아이엠은 데뷔 초부터 자작곡을 발표하며 자신들의 음악적 색깔을 쌓아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히 랩 파트를 쓰는 것을 넘어, 곡 전체를 프로듀싱하고 멤버들을 직접 디렉팅하는 위치까지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멤버들 역시 창작에 도전하며 펜을 들었다.
오늘날 K팝 아이돌들이 진정한 아티스트로 평가받고 있다면, 그 고정관념을 허문 데에는 몬스타엑스의 역할도 크다. “예전에 누군가가 인터뷰에서 ‘K팝은 진짜 음악이 아니다’라는 말을 하는 걸 본 적이 있어요.” 주헌은 이렇게 회상했다. “물론 음악 업계의 시선에서 그렇게 느낄만한 부분이 있다는 것도 인정해요.” 그는 “K팝 산업 구조가 항상 진정성과 진솔함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건 아니니까요”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단호히 말했다. “하지만 지금 K팝이 하나의 독립적인 장르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K팝은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이제는 새로운 글로벌 사운드를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동시에 하나의 틀에 고정하기 어려울 만큼 변화무쌍하다. 여러 장르에서 차용하기도 하지만, 바로 그 가변성과 실험 정신이야말로 K팝만의 특별한 매력이다. DJ로도 활동하며 이번 새EP의 그루비한 R&B 트랙 “Fire & Ice”를 해외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한 형원은 아이디어의 흐름이 점점 더 쌍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세계 각지에서 사랑받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K팝에 새로운 색을 입히는 걸 자주 느껴요. 그 안에서 또 다른 새로운 결이 탄생하고 있죠.” 형원은 “요즘 아티스트들은 하나의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기술을 탐구하고 다양한 음악을 실험하려는 세대에 들어선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몬스타엑스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경계 없는(Boundless)’일 것이다. 이 그룹이 K팝 아티스트로서는 세 번째로 빌보드 200 차트 톱10에 진입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2020년, 몬스타엑스는 영어 앨범 ‘All About Luv’를 발매하며 단순히 언어뿐 아니라 음악적 스펙트럼 자체를 새롭게 열었다. 베이스가 강조된 힙합 대신 라디오 친화적인 팝 훅을 선택했고, 래퍼들은 노래에 도전해 의외의 역량을 드러냈다. 은유적인 표현에 머물던 가사는 직접적이고 대담한 메시지로 바뀌었다. 이어 2021년에는 앨범 ‘The Dreaming’으로 또 한 번 다재다능함을 증명해 보였다. “한국 아티스트가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앨범을 만들고 발매한다는 건 엄청난 실력과 재능이 필요한 일이에요.” 형원은 두 영어 앨범에 대해 큰 자부심을 드러냈다. “우리 그룹뿐만 아니라 다른 K팝 아티스트들도 이런 작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건 특별한 경험이고,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일이죠.” 그렇다면 또 다른 영어 앨범을 기대할 수 있을까? 주헌은 장난스럽게 ‘스포일러’라고 짧게 답했다. 그러나 글로벌 무대에 대한 이들의 야심을 생각하면, 그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우린 아직 더 멀리 가야 한다”
“우리는 K팝의 거대한 흐름 속에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발언을 멤버들에게 주로 맡겨왔던 리더 셔누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의외성이 두 가지나 있었다. 미국 차트 성과를 넘어, 몬스타엑스는 이미 K팝 산업에서 창작력으로도 확실히 자리매김한 그룹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증명할 것이 남아 있을까? “아직 충분하지 않아요. 우리는 더 큰 흐름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셔누는 단호히 답했다. 결국 몬스타엑스가 증명해온 사실은 단 하나다. 그룹의 한계는 멤버들 스스로만 정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은 아직 멈출 생각이 없다.
Credit
Abby Web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