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박지성-앙리 노룩패스-드록바 묵직헤딩'... 해축팬 꿈의 경기[넥슨 아이콘 매치]
[서울월드컵경기장=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티에리 앙리와 디디에 드록바가 한 팀을 이루고, '해버지' 박지성이 그라운드 위로 돌아왔다. 2024 넥슨 아이콘 매치는 한국 내 해외축구 팬들의 꿈을 이뤄준 경기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다.
파비오 칸나바로가 감독을 맡은 실드 유나이티드는 20일 오후 6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 넥슨 아이콘 매치에서 티에리 앙리가 이끄는 FC 스피어를 4-1로 이겼다.
전반 13분 야야 투레, 전반 21분 클라렌스 세도로프, 후반 10분 박주호, 후반 36분 하비에르 마스체라노의 득점이 터진 실드 유나이티드가 후반 40분 박지성의 페널티킥 골에 그친 FC 스피어를 꺾었다.
아이콘 매치는 전설적인 축구 선수들이 한국에서 이색적인 경기를 펼치는 초대형 축구 행사다. FC 스피어(공격수팀), 실드 유나이티드(수비수팀) 콘셉트로 11-11 축구 경기가 개최됐다.
축구계에서 가장 명예로운 상인 '발롱도르' 수상자 6명을 포함해 시대를 대표했던 레전드 선수들이 FC 스피어와 실드 유나이티드에 합류해 경기를 펼친다는 소식에 많은 축구 팬들과 FC 온라인, FC 모바일 유저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특히 지난달 26일, 27일 오픈된 본 경기(메인 매치) 티켓 판매에서 FC 온라인 이벤트 참가자 대상으로 열린 선예매(26일)는 1만6000석이 10분 만에 매진됐고, 27일 일반 관람객 대상으로 오픈된 4만8000석은 1시간 만에 모두 판매되며 화제가 됐다.
한국의 해외축구 팬들을 새벽에 잠에 들지 못하게 했던 슈퍼스타들은 시작부터 관중들이 열광할 만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아스날의 EPL 무패우승 주역이자 이날 FC 스피어의 감독을 맡은 프랑스 공격수 티에리 앙리는 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통통 튀기는 드리블을 선보였다. 이후 시선과 실제 패스 방향을 다르게 하는 자신의 주특기 '노룩 패스'를 선보이자 상암벌에 몰인 6만4000명의 관중이 전율했다.
한편 이날 FC 스피어에서는 첼시와 코트디부아르의 전설적인 공격수 디디에 드록바가 주장이자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다. 공격수 팀이지만 누군가는 수비수를 해야 하기에 체격이 좋은 드록바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의 공격수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와 함께 중앙 수비를 맡았다.
드록바가 수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자, 등 뒤에 있던 북측 관중들은 북을 두들기며 드록바의 이름을 외쳤다.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팬들의 '둥둥둥-사람 이름'과 같은 간단한 응원이 경기 도중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이날은 '둥둥둥 드록바'가 상암벌에 울려퍼졌다. 마치 첼시의 홈구장 스탬포드 브릿지를 연상케 할 정도로 자연스러웠던 팬들의 응원이었다. 드록바가 크로스를 받아 현역 때처럼 강력한 헤딩슛을 선보였을 때, 관중들은 추억여행을 떠난 듯 함성을 질렀다.
이날 경기의 백미는 박지성의 교체 투입이었다. 박지성은 당초 무릎 통증이 심해 경기에 뛸 수 없을 것이라고 전해졌다. 하지만 후반 40분 안정환과 교체돼 잔디를 밟았다. 한국인 최초의 프리미어리거인 박지성이 현역 때 자웅을 겨뤘던 선수들과 다시 같은 경기장에서 뛰게 되자 상암벌에 모인 6만4000명의 관중은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박지성이 곧바로 페널티킥까지 성공하자, 경기장은 그의 네덜란드리그 에인트호벤 시절 응원가로 가득 찼다. 모든 팬이 하나가 된 순간이었다. 이후 현역 시절 박지성의 찰거머리 수비로에 당했던 안드레아 피를로가 상대팀에서 다시 교체 투입되자, 이 관계를 아는 팬들이 박장대소하기도 했다.
이날 박지성, 앙리, 드록바, 피를로뿐만 아니라 카카, 셰브첸코, 퍼디난드, 비디치, 푸욜 등 2000년대, 2010년대 축구계를 호령하며 한국 축구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대스타들이 총출동했다. 그렇기에 그 시절의 향수를 갖고 있는 팬들에게 2024 넥슨 아이콘 매치는 꿈같은 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새벽을 수놓던 축구 영웅들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꿈의 경기'였던 2024 넥슨 아이콘 매치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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