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해경 함정에 전기차 화재 진압 장비 '0개'…"불 나면 2시간 돌아가여"

정경훈 기자 2024. 10. 2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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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경찰청이 운영하는 모든 함정과 파출소에 전기차 화재 진압 장치가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이 운항 중인 민간 선박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를 발견해도 즉각 진화에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즉 바다 위에 운항 중인 선박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 해경이 배를 육지로 유도해 소방청과 함께 대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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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2024 국정감사]
(포항=뉴스1) 최창호 기자 = 25일 경북 포항해양경찰서 1000톤급 대형함정이 동해 해상경비작전을 위해 출동하고 있다. 2024.9.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포항=뉴스1) 최창호 기자


해양경찰청이 운영하는 모든 함정과 파출소에 전기차 화재 진압 장치가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이 운항 중인 민간 선박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를 발견해도 즉각 진화에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영암·무안·신안)이 해경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경이 운영하는 전체 함정 21척과 전국 파출소 97곳 가운데 전기차 화재 진화 장비를 갖춘 시설은 한 곳도 없다.

서 의원은 해상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경우 즉각 진압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통상 바다에서 항해 중인 선박에서 발생한 '해양사고'는 해경이 담당한다. 소방청은 '소방기본법'에 따라 항구에 연결된 선박에서 일어난 화재에 대해서만 진화에 나선다.

즉 바다 위에 운항 중인 선박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 해경이 배를 육지로 유도해 소방청과 함께 대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삼석 의원실 관계자는 "목포-제주 여객선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인근 항만까지) 2시간 이상 돌아가 진화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했다.

[평택=뉴시스] 김종택 기자 = 27일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서 열린 '전기차 배터리 화재 진압 및 감식훈련'에서 소방관들이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이번 훈련에는 평택해양경찰서, 경기북부경찰청, 평택소방서 관계자 50여명이 참여해 합동으로 실시됐다. (사진=평택해경 제공) 2024.09.27. photo@newsis.com /사진=김종택


해경이 실시한 18회의 전기차 화재 대응 훈련도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 의원실이 조사한 결과 해경은 해상 아닌 항만에 정박된 선박을 대상으로 훈련을 수행했으며, 함정에 설치된 소화포도 전기차 화재 진압에 전혀 효과가 없었다.

서 의원은 해경의 대응 미비가 법률로 정해진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안사고 예방에 관한 법률'은 해경이 연안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 보호를 위한 대책을 갖춰야 한다고 규정한다.

서 의원은 "해경은 국가 해양사고에 대한 책임을 담당하는 기관임에도 전기차 화재 진화 장비 보급이 전무하다"며 "상향식 분사 장비나 이동식 수조 등 효과적인 장비도 없는데 어떤 훈련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기차 화재 발생 시 초동조치 없이 불에 타고 있는 선박을 항만까지 이동시켜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며 "배터리 열폭주 현상을 원인으로 한 전기차 화재가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여객선 내 전기차 화재 발생 대응 정책을 마련하고 효과적인 진화 장비를 보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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