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이름조차 없는 그림자 아이들…'출생통보제' 표류

전하연 작가 2023. 2. 14.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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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서현아 앵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출생 신고가 되지 않아 법의 보호를 못 받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지만 일 년 가까이 계류 중인데요. 


세이브더칠드런의 박영의 선임매니저와 이 문제 좀 더 들여다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른바 투명아이 방지법이라고도 합니다. 


출생통보제 어떤 내용입니까?


박영의 선임매니저 /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정책팀 

네, 출생통보제는 아이가 출생한 의료기관이 아이의 출생 사실을 지자체에 의무적으로 알리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출생 사실을 통보받은 지자체에서는 출생신고가 되었는지를 확인해서 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부모에게 출생신고를 할 것을 촉구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경우에는 지자체의 장이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러니까 지금은 부모에게만 신고 의무가 있는데 출생통보제가 도입되면 아이 분만에 관여한 의료기관이 출생통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하도록 하겠다, 이런 방향입니까?


박영의 선임매니저 /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정책팀 

네, 맞습니다. 


아동의 출생 사실이 누락되지 않도록 국가의 권리 보호 의무를 강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도 도입을 위해서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작년 3월에 국회에 발의되었는데요. 


지금 1년 가까이 계류 중입니다.


서현아 앵커 

출생통보제가 아동의 첫 번째 권리다 이런 말까지 나옵니다. 


그만큼 출생 신고가 중요하다는 의미겠죠.


박영의 선임매니저 /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정책팀 

네, 맞습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7조는 아동은 출생 즉시 등록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부모에게 출생신고 의무를 맡겨두고 있어서 부모가 아동의 출생을 등록하지 않으면 국가는 아동의 존재조차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아동의 존재가 공적으로 증명되지 않는다는 것은 아동이 국가의 보호 체계 안에 들어오지 못하고 기본적인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현아 앵커 

네, 그렇군요. 


이렇게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서 아이의 기본권조차 지켜지지 못한 다양한 사례 직접 보셨을 것 같습니다. 


어떤 문제들이 있었습니까?


박영의 선임매니저 /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정책팀 

어머니가 수감되어서 출생 신고가 늦어진 한 아동의 경우가 있는데요. 


장애가 있어서 병원 진료를 받아야 했지만 장애 판정이나 의료 급여를 받지 못했습니다. 


또 통장을 개설하지 못해서 아동수당이나 후원금 같은 각종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 존재 자체를 모르니까 학교에서도 아동을 불러주지 않아서 교육을 받을 수도 없구요. 


그리고 학대나 유기, 불법 입양, 이런 위험에도 노출되기 쉽습니다.


실제로도 존재하지도 모르던 아이들이 아동학대로 사망한 이후에 미등록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경우도 다수 있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학교도 못 가고 병원 진료에도 어려움이 많고 참 어려운 실정입니다. 


부모에게만 출생통보 의무를 두는 나라가 우리나라와 일본, 그리고 중국 정도라고 들었습니다. 


그럼 다른 나라들의 경우에는 어떻습니까?


박영의 선임매니저 /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정책팀 

네, 독일 같은 경우에는 부모와 의료기관 모두에 출생신고 의무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또 호주나 뉴질랜드, 영국, 캐나다 같은 국가에서도 우리 지금 출생통보제와 유사하게 의료기관 등에서 출생 사실을 통보하도록 이제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출생등록 출생신고 누락을 막기 위한 제도를 갖추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그렇군요. 


지금 통계를 보면 재작년 기준으로요,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동의 99.9%가 의료기관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렇다면 이 아이들만 제대로 등록이 돼도 신고 누락을 훨씬 줄일 수 있다는 얘기죠.


의료계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박영의 선임매니저 /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정책팀 

의료계에서는 업무 부담이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이런 우려를 들어서 제도 도입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정안에서는 아동의 출생정보를 통보할 때 기존 시스템을 통해서 의료기관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 현재 법안이 통과가 된다면 법령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제공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우려도 없다고 전문가들은 밝히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한편으로는 여성의 익명출산을 돕는 보호출산제를 병행해야 된다, 이런 얘기도 나옵니다. 


전문가로서 어떻게 보십니까?


박영의 선임매니저 /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정책팀 

보호출산제는 어머니가 자신의 신원을 감춘 채 출산을 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유엔 아동권리 협약에는 부모를 알고 부모에게 양육받을 아동의 권리를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는데요. 


이것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태어난 뿌리를 아는 것, 즉 자신의 정체성은 아동에게 최선의 이익인지 이것을 판단할 때 고려되어야 될 굉장히 중요한 요소인데요. 


이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서현아 앵커 

그러니까 아이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그렇게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라는 지적이셨습니다. 


그런데 아까 말씀하신 부모와 의료기관 모두에 신고 의무를 부여한 독일 같은 경우에도 보호출산제와 비슷한 제도가 있다고요?


박영의 선임매니저 /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정책팀 

네, 맞습니다. 


독일에도 보호출산제와 유사한 신뢰출산제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독일은 모성보호 제도나 아니면 싱글맘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할 수 없게 굉장히 좋습니다. 


또 신뢰출산제를 실제로 시행한 이후에 익명을 원하는 경우에는 베이비박스나 아니면 유기가 지속되었고 신뢰출산 상담을 받은 이후에는 오히려 일반 출산을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독일 정부의 조사 결과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실효성이 높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고요.


 아동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이런 보호출산제나 신뢰출산제 같은 제도를 도입하는 것보다는 취약한 상황에 있는 임산부들이 적절한 지원과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그런 환경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네, 그렇군요. 


그렇다면 지금 현재 태어났지만 출생신고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런 아이들은 어느 정도 될까요?


박영의 선임매니저 /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정책팀 

안타깝게도 출생 미등록 아동이 현재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현황조차 지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베이비 박스에 유기가 되거나 아니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아동학대로 신고가 되거나 이런 경우에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것이 드러나거나 아니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2020년도에 발표된 출생 미신고 아동보호 대책에 따라서 출생 미신고자 발굴이 진행되었는데요.


짧은 조사 기간 그리고 미비한 법적 근거 등으로 인해서 조사설계 자체의 한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러면 이런 미등록 아이들에 대해서 정부의 관리 시스템은 따로 없는 걸까요?


박영의 선임매니저 /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정책팀 

지금 미등록 아동은 법과 제도의 밖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현황조차 정부에서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고요.


세이브더칠드런이 함께 활동하고 있는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에서 2019년, 2020년 이렇게 2년간 아동 양육시설에 대한 출생신고 실태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이 결과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채 보호된 아동이 146명에 달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 중에 출생신고 의무를 진 지자체장이 출생신고를 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고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채 시설에서 가정으로 돌아가서 이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경우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미신고된 아동들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과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드러났고 거기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갖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분명히 우리와 살고 있는데 행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이 이렇게 많습니다. 


안타까운 일이네요. 


혹시 우리 주변에서 미등록 아이를 발견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박영의 선임매니저 /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정책팀 

네, 출생신고는 아동이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그래서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것은 방임으로 아동학대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이제 미등록된 아이를 발견한 경우에는 아동학대로 경찰에 신고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행법상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을 인지할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보호대상 아동의 보호주체로서 출생신고를 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그렇습니다. 


특히 외국 국적 아기들의 경우에는 출생 사실의 통보 대상에서 제외된다라는 문제도 있습니다. 


국내 미등록 이주아동이 2만 명 넘는다고 합니다. 


어떻게 개선돼야 될까요?


박영의 선임매니저 /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정책팀 

현재 논의되고 있는 출생통보제는 주민등록번호나 아니면 외국인 등록번호와 같이 이런 등록번호가 없는 경우에는 말씀하신 것처럼 대상에서 제외가 되고 있습니다. 


미등록 이주아동의 경우에는 출생통보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는데요. 


대상이 된다고 해도 현행법상으로는 출생 등록을 할 수 없어서 기본권이나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체류 기간에 상관없이 의료기관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동은 출생이 국가에 통보되도록 보편적인 제도의 설계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고요.


또 현재 별도로 발의되어 있는 외국인 아동 출생등록법 이것과의 연계도 고려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서현아 앵커 

마지막으로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박영의 선임매니저 /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정책팀 

출생등록은 단순히 행정적인 절차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아동의 존재를 증명하는 과정이자 아동의 권리 보장을 가정에만 맡겨두지 않고 국가도 함께 지키겠다는 약속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죽음으로써 아니면 위험에 처해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아동이 더 이상은 없도록 출생통보제도가 신속히 도입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말씀드렸듯 미등록 이주아동과 같이 제도에 사각지대에 있는 아동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아동들도 모두 등록이 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서현아 앵커 

출생 등록은 정말 모든 기본권의 시작인데요. 


이 당연한 권리를 하루 빨리 찾아줄 수 있어야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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