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최대 규모의 자동차 시장이자 오랫동안 일본차의 아성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새로운 주인공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5년 상반기, 두 회사는 소형 세단을 앞세워 판매 1·2위를 차지했고, 브랜드 판매 순위에서도 토요타를 바짝 뒤쫓으며 시장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 사우디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량은 현대차 엑센트로, 약 1만 9천 대가 판매됐다.
2위는 기아 페가스가 1만 5천여 대를 기록했으며, 4위에는 현대 엘란트라(약 1만 3천 대)가 이름을 올렸다. TOP 5 안에 한국산 소형 세단이 3개나 포함되면서, 현지 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브랜드별로도 성과가 두드러졌다. 현대차는 약 6만 대, 기아는 약 3만 4천 대를 판매하며 합산 9만 6천여 대를 기록했다. 이는 1위 토요타와의 격차를 불과 2만 대 수준으로 줄인 성과다.
소형 세단 전략, 현지 소비자 공략 성공

사우디는 대형 SUV 수요도 크지만, 전체 판매량을 좌우하는 핵심 시장은 합리적 가격과 유지비를 중시하는 소형 세단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를 정확히 겨냥했다.
엑센트와 페가스는 뛰어난 연비, 합리적인 가격, 세련된 디자인에 더해 풍부한 편의사양까지 제공한다. ‘가성비’와 ‘가심비’를 동시에 충족시킨 점이 젊은 소비층에게 강력한 매력으로 작용했다.
현지 생산으로 경쟁력 강화

현대차그룹은 판매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현지 생산 체제까지 구축하고 있다.
2025년 5월, 현대차는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협력해 킹 압둘라 경제도시에 연산 5만 대 규모의 CKD(조립) 공장을 착공했다.
이 공장은 단순한 생산기지 확보를 넘어, 사우디의 국가 혁신 프로젝트인 ‘비전 2030’의 핵심 파트너로 참여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관세 부담을 줄여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정부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토요타 아성 흔드는 현대차·기아

토요타는 수십 년간 사우디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 왔다. 그러나 현대차와 기아가 소형 세단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현지 생산 기반까지 마련하면서 왕좌 교체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합리적 가격의 소형 세단’과 ‘현지 생산 경쟁력’이라는 두 가지 무기를 동시에 확보한 현대차그룹이 머지않아 중동 시장의 새로운 1위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