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교육청 이전 '시의회 패싱' 도마위.. 예산낭비 논란도
시의회 보고 없이 일방적 결정
기존 청사 확장 등 140억 들여
전교조 부산지부 "재검토 촉구"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이 교육청 청사를 서면 놀이마루로의 신축 이전 추진(국제신문 26일 자 1면 보도)을 밝힌 것과 관련, 시의회에 사전 보고 없이 발표해 졸속 추진 비판과 함께 재검토 요구 목소리가 크다. 더군다나 교육청은 최근 몇 년 새 별관 준공 및 인근 대지 매입 등 140억 원에 이르는 예산을 투입해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취재 결과 시의회 신정철 교육위원장을 비롯해 상임위 시의원들은 이날 조간신문을 통해 시교육청의 신청사 건립 및 이전 소식을 처음 전해듣고 대노했다. 특히 지난 23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5일간 제309회 임시회 기간이어서 시의회를 철저히 무시했다고 비난했다. 신 위원장은 이날 당장 시교육청 총무과 직원들을 불러 질책하고 관련 내용을 확인했다. 신 위원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시의원과 전문위원 등 시의회에는 보고가 없었고 아침에 기사를 보고 알게 돼 놀라 고함을 지를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청사 건립 및 이전이라는 것이 쉽게 추진할 일도, 쉽게 추진해서도 안 되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현 청사에 대한 면밀한 현황 조사와 의견 수렴, 토론 등 충분한 논의와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교육청 보도자료를 보면 당장 내년에 관련 예산을 반영해야 하는데 지금 보류할 생각도 있다”고 덧붙였다. 신 위원장은 우선 이번 주 열리는 교육위에서 하 교육감의 공식 사과 및 해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조 부산지부도 26일 성명을 내고 ‘뜬금없는 부산시교육청 청사 이전,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전교조 부산지부는 성명에서 “시교육청은 청사 노후화와 공간 부족 등 의 이유로 2019년 말 73억 원을 들여 본관 옆에 지하 1층, 지상 6층 연면적 2991㎡ 규모의 별관을 지어 사용 중이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교육청과 접한 유치원 건물과 대지를 65억 원에 매입했다”며 “이미 많은 예산을 투입해 놓고 신청사를 이전하는 것은 예산 낭비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청사 이전 추진은 현 교육감의 선거 공약도 아니고 교육 주체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음은 물론, 시의회에도 알리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저출산시대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와 단위 학교 자율화 흐름에 맞춰 교육청 인원도 줄여야 하는데 청사를 늘릴 생각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 교육감은 2030년까지 청소년복합문화센터인 서면 놀이마루에 지하 5층, 지상 16층 규모의 신청사 건립 및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 청사는 준공한 지 35년이 지나 매년 누수로 인한 외벽·옥상 방수 공사를 하며 석면 천장 교체, 창문 중창 공사 등 수선이 필요하다는 게 교육청의 설명이다. 하지만 별관과 유치원 매입 등 이미 140억 원가량의 예산이 투입된 데다 3000억 원의 대규모 예산이 필요한 신청사 이전은 좀더 시간을 갖고 심도 있고 다각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대다수 의견이다. 부산시학교운영위원회 한 관계자는 “코로나우울증을 비롯해 교권 실추, 학교폭력 증가, 미래교육 대응 등 긴급 현안이 많은데 의견수렴도 없이 대규모 신청사 건립 및 이전을 추진하다니 어이가 없다”고 꼬집었다. 부산진구에 사는 박모(45) 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 이전으로 이렇게 시끄러운 상황인데 교육감까지 똑같이 하다니 한심하다”며 “최근 교육감 압수수색 등 불미스러운 사건이 불거지면서 이슈를 이슈로 덮으려 하는 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놀이마루는 문화행사 등이 열려 학생과 학부모 등 시민이 이용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아무런 공론화 과정 없이 지나치게 일방적으로 이전을 추진하다니 상식 이하다. 행정이 1990년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교육청은 교육감 임기와 인근 대규모 아파트단지 건립 등을 고려해 지금 강력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임석규 행정국장은 “시의회에 미처 보고하지 못한 부분은 잘못됐다. 그런데 청사 추진은 2010년부터 계획됐으나 여러 이유로 추진되지 못했고 상황이 긴급하다 생각해 공청회 등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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