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마음이 통했다" 섬세한 문장 살린 번역의 힘
【 앵커멘트 】 한강 작가에 앞서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고은 시인이 2000년대 초부터 해마다 유력한 후보로 꼽혔지만, 수상에는 실패했었습니다. 당시 우리 문학계에서는 한글이라는 독특한 문자에 대한 번역의 어려움을 꼽았는데요. 한강 작가의 이번 수상에는 이런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은 번역의 힘이 있었습니다. 이상주 기자입니다.
【 기자 】 "고기 냄새가 그녀를 메스껍게 만들고, 몸은 고기를 먹는다는 생각만으로도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 - 채식주의자 -
채식주의자에서 거부 반응은 revolting으로 번역됐습니다.
원작에서 느껴지는 혐오감과 거부감을 효과적으로 살리면서도 고기에 대한 감정적, 육체적인 반응을 그대로 전달한 단어 선택이었습니다.
"그들의 목소리는 침묵 속에서 메아리치며, 공기를 슬픔의 무게로 가득 채웠다." - 소년이 온다 -
한강 작가는 상실과 비극을 고요하면서도 강렬하게 표현하려고 '침묵 속에서 메아리친다'고 적었고 번역은 'echoed in the silence'로 작가의 의도를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잘 살려냈습니다.
인간의 내적 갈등과 사회적 억압을 강렬한 표현으로 그려내는 작가 한강의 메시지는 이처럼 충실한 번역을 통해 언어와 국경을 넘어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습니다.
▶ 인터뷰 : 데보라 스미스(번역가) - "부실한 번역은 우수한 작품을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훼손할 수 있지만, 반대로 세계최고 수준의 번역이라도 보잘것없는 소설을 고전 명작처럼 포장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 데보라 스미스는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감정과 톤의 전달은 살리는 언어 형태를 위해 낱말 하나하나 사전을 뒤져가며 번역할 정도로 공을 들였습니다.
한국 문학이 다양한 언어로 번역돼 세계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글에 대한 높은 이해와 애정어린 번역이 있었습니다.
MBN뉴스 이상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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