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 고향 ‘판다 공장’의 암흑…NYT “혈변 볼 때까지 인공번식”
뉴욕타임스, 미·중 ‘판다 정책’ 이면 기획 보도
중국이 미국에 임대한 자이언트 판다 두 마리가 미국 워싱턴디씨(DC) 국립동물원에 도착한 가운데, 중국과 미국의 ‘판다 정책’이 멸종위기종 복원보다는 새끼 판다를 이용한 돈벌이에 집중돼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공격적 인공번식’ 탓에 부모 판다들은 구토와 혈변으로 고통받고, 최소 1마리가 정자 채취 중 사망했다는 폭로도 포함됐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5일(현지시각) 스미소니언 박물관 기록 보관소에 남아있는 판다 관련 주요 문서와 사진, 영상들을 분석해 지난 40여년 간 판다 사육 절차와 의료 기록, 과학자들의 현장 연구 등을 살펴봤다고 전했다. 매체는 “중국과 미국의 동물원들은 자이언트 판다를 번식해 야생에 방사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종종 실패했고, 이러한 프로그램을 ‘장밋빛 광택’으로 꾸며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1만쪽이 넘는 문서를 살펴본 결과, 동물원들은 처음부터 새끼 판다를 관람객, 유명세, 상품 판매로 이어지는 통로로 생각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현재까지 종 복원 프로그램을 통해 태어난 판다 열 마리가 성공적으로 야생에 돌아갔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보도를 보면, 열 마리 중 두 마리는 야생에서 다른 개체의 공격이나 감염으로 죽었고, 여섯 마리는 사전 방사 프로그램에서 죽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야생 상태에서 포획된 판다 열두 마리는 포획 이후 평생 사육상태로 길러졌으며, 현재도 최소 열두 마리의 판다가 시설에 남아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중국이 2018년 만든 야생에서 구조한 판다가 상태를 회복하면 방생하도록 한 규정에 어긋나는 것이다.
중국이 판다를 야생에 돌려보내지 않는 배경에는 ‘판다 인공번식’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사육 중인 판다 개체군에서 근친교배 징후가 나타났고, 유전적 다양성을 위해 야생 개체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처럼 중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의 주요 동물원들은 판다가 야생에서 멸종했을 때를 대비해 판다 사육과 인공번식을 한다고 밝히지만, 그보다는 새끼 판다를 통한 동물원 홍보가 주된 목적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2017년까지 멤피스 동물원 종보존 책임자였던 킴벌리 테렐은 “새끼가 돈을 가져다줄 것이란 압박과 암시가 늘 있었다”고 매체에 말했다. 실제로 중국 동물원협회는 새끼 판다가 6개월까지 생존하면 판다보전연구센터와 동물원에 마리당 1400달러(약 190만원)의 보너스를 지급해왔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판다들은 “공격적인 인공번식” 프로그램에 동원됐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미국 국립동물원과 샌디에이고 동물원의 과학자들은 중국 쓰촨성 자이언트판다보호연구센터의 인공번식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이들은 자신을 ‘정자 팀’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들은 수컷 판다의 직장에 전기 신호를 가해서 정액을 채취했는데, 대부분의 판다가 진정제를 맞고도 충분히 잠들지 못해 고통을 겪어야 했다.
당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조게일 하워드 박사는 1999년 수술 기록에 “중국 과학자들이 전압을 안전치보다 네 배 이상 높인 적도 있다”며 “수컷이 몇 달 동안 피가 섞인 변을 보고 식욕을 잃었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자이언트판다보호연구센터는 과도한 전압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2010년 일본의 판다 한 마리는 정자 채취 중 사망하기도 했다.
한 해에 약 3일 정도만 임신이 가능한 암컷 또한 반복적인 인공수정으로 고통받았다. 한 실험에서는 진정제를 투여한 암컷 일곱 마리를 5일 동안 마리당 6번씩 수정을 시킨 기록도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암컷의 가임력이 가장 높은 순간을 정확히 파악해, 한 주기에 단 한 번만 인공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자이언트판다보호연구센터에서는 2000년대 중반까지 암컷이 빨리 임신할 수 있도록 새끼 판다를 어미로부터 조기 분리하는 정책을 쓰기도 했다. 이러한 판다 번식 프로그램은 2000년대 초반 126마리였던 사육 판다의 수를 현재 700마리 이상으로 늘어나게 했고, 자이언트판다보호센터를 ‘판다 공장’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했다.
뉴욕타임스의 이번 보도는 중국이 스미소니언 국립동물원에 암컷 판다 ‘친바오’와 수컷 ‘바오리’를 임대하면서 중국 ‘판다 외교’의 이면을 조명한 것이다. 두 마리의 판다는 앞으로 10년간 미국에서 지내게 된다.
중국은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판다를 외국에 10년 안팎으로 임대하면서 한 쌍당 연간 최대 110만 달러(약 15억원)를 임대료를 받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도 경기 용인 에버랜드에서 암컷 ‘아이바오’와 수컷 ‘러바오’를 사육하고 있으며, 둘 사이에 태어난 새끼 판다는 중국에 귀속된다는 원칙에 따라 국내서 태어난 판다 ‘푸바오’가 지난 4월 중국으로 돌아간 바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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