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연료 시대]①휘발유에 섞으면 OK…전 세계서 부는 'E10' 바람
해외 60개국선 에탄올…한국만 미채택
완성차업계 전동화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동시에 내연기관차와의 공존은 길어지고 있다. 아직도 전 세계 다수는 휘발유차다. 전기차가 쉽지 않다면 휘발유차라도 친환경적이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휘발유에는 바이오에탄올이 답이다. 미국과 브라질을 중심으로 확대해 온 바이오에탄올의 역할과 현주소를 알아본다.[편집자]
바이오에탄올은 바이오디젤과 함께 바이오연료의 한 축이다. 바이오연료란 식물이나 농작물을 가공해 만드는 연료를 말하는데 바이오에탄올의 경우 옥수수(65%)나 사탕수수(25%)가 주원료다. 바이오에탄올은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손세정제나 자동차 워셔액, 도료, 잉크 등 다양하다.
수송용 원료로도 활용된다. 주로 휘발유에 에탄올을 일정량 혼합해 사용한다. 현재 한국을 제외한 다수의 국가에서 도입한 상태다.
40년간 만족했다
에탄올이 자동차 연료로 사용된 건 오랜 일이다. 1860년 독일 출생 엔진 개발자인 니콜라스 오토(Nikolaus August Otto)가 자신이 만든 내연기관 엔진 원료로 에탄올을 사용한 게 시초였다. 이후 1908년 헨리 포드(Henry Ford)가 최초의 대량생산 자동차인 T모델에 에탄올 연료를 사용했다.
본격적으로 사용한 건 1980년대 들어서다. 1970년대 일어난 석유파동이 불을 지폈다. 미국 정부는 미국에서 운행하는 모든 휘발유 자동차에 대해 최대 10% 에탄올 혼합(E10)을 승인했고, 브라질에서도 곧이어 E10과 에탄올을 15% 혼합하는 E15를 의무화했다. 휘발유만으로는 가격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에탄올을 자동차 연료로 다시 활용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시작은 휘발유 가격 안정이었지만 많은 이점이 뒤따라왔다. 40년 넘게 에탄올 혼합유를 사용한 미국과 브라질에서는 높은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에탄올을 혼합하면서 휘발유 구입가가 일반 휘발유를 구입할 때보다 10~12% 저렴(15% 혼합 기준)한 게 주효했다. 기존 휘발유차에 그대로 주유할 수 있다는 점도 만족감을 높인 대목이었다.
에탄올을 섞었음에도 차량 성능에 이상이 없었던 점도 한몫했다. 오히려 정화작용을 하는 에탄올 덕에 엔진에 끼는 찌꺼기가 줄었다. 에탄올을 10% 혼합하면 연비가 1~2%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지만, 운전 습관과 성향으로 좌우되는 게 더 크다는 입장이기도 하다.
온도에 개의치 않는다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줬다. 특히 미국은 지역에 따라 한여름에는 40도 이상으로 기온이 치솟고 혹한기까지 겪지만 에탄올 혼합유를 사용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저렴한데 깨끗하기까지
저렴한 에탄올 휘발유는 친환경적이기까지 했다. 미국 시카고 일리노이대는 2005년부터 2019년까지 E10을 주로 했던 미국이 에탄올 혼합유 사용으로 탄소 배출을 얼마나 줄였는지 조사했다. 총 5억4400만톤이 저감됐다는 결론이었다. 한국이 1년에 배출하는 양이 6억톤임을 감안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에탄올을 투입할수록 탄소절감 효과가 커진다는 결론도 얻었다. 전 세계 에너지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에서는 100% 휘발유에 대비해 100% 에탄올을 사용하면 46%의 탄소절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현대자동차 파워트레인 연구센터 연구원을 거쳐 2015년부터 아르곤 국립연구소에 몸담고 있는 이의성 박사는 "바이오에탄올의 역할은 새로 나온 차뿐 아니라 기존 차의 연료를 대체하는 것"이라면서 "규모로 따졌을 때는 전기차보다 휘발유차 연료 대체로 인한 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는 지금 '에탄올'…한국만 제자리걸음
현재 에탄올 혼합유를 사용 중인 국가는 60여 개국에 이른다. 최근 캐나다와 영국이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고,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는 E10을 E20으로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미시행 국가다. 탄소배출 저감 차원에서 연료혼합의무화제도(RFS)를 시행하고 있지만 바이오디젤만 적용하고 있다. 에탄올을 혼합하자는 논의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년 전 이미 도입을 검토했고 각종 연구와 조사까지 마쳤다. 모든 자동차에 사용 가능하고 정유사나 바이오에탄올 생산업체 기술과 인프라를 활용하면 국내 생산도 가능하다는 결론이었다.
지난 2022년엔 시범 보급을 거론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민간 주도'로 방향을 틀면서 사실상 무산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시행하지 않는 게 의외"라면서 "한국에서 E10을 한다고 하면 연간 320만톤의 탄소 감축 효과를 볼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민주 (minju@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청기홍기]미국 생물보안법에 국내 바이오주 '환호'
- 날개 단 선박 가격에…조선 '빅3' 흑자도 불어날까
- 점점 불붙는 압구정현대 재건축…내년 수주전 개막?
- '교촌치킨은 빼고'…더본코리아가 계산한 몸값 공식[공시줍줍]
- '아이폰16 온다'…사전 예약 받는 이마트 가보니
- [넥스트 HBM]④AI 열풍에 떠오른 新수혜주 'QLC' 낸드
- [인사이드 스토리]LG엔솔·파나소닉 '4680 장전완료'…승패 관건은?
- 국장 닫는 추석연휴, '미장' 빅 이벤트는
- 올 연말 1만2천가구 입주 둔촌주공…막힌 대출에 '발동동'
- 미 연준의 시간이 왔다…금리 인하 스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