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스페셜리스트] 정성근 삼일PwC 전무…골프장 딜 진두지휘
지난 10월30일 오후3시 <블로터>는 서울 용산에 위치한 삼일PwC에서 정성근 전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딜 본부에서 매수, 매각자문 등의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며, 특히 골프장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로 통한다.
국내 골프장은 팬데믹을 거치며 소수 인원 단위의 야외활동이라는 특성 때문에 골프산업 수요가 폭증하면서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다. 골프장경영협회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3년도 연간 골프장 내장객만 총 4772만여명에 달한다. 이날 인터뷰는 다수의 투자자가 골프장 인수를 검토하는 가운데 마련됐다.
정 전무는 이날 “투자 목적을 충족시킬 수 있는 골프장 대상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성수동 공장을 카페로 개조하듯이 타인이 보지 못하는 골프장의 잠재력을 파악하면 좋은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제언했다.
다음은 정 전무와의 일문일답.
-골프장 자문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무엇인가.
△과거 미국에서 파견근무를 한 것이 골프에 입문을 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근무했던 텍사스주는 너무 더워 다른 스포츠를 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골프는 재미를 동반한 스포츠이기에 쉽게 매료될 수 있었던 것 같다.
골프가 즐거웠던 이유 중 하나는 시간적 여유로움과 공간적 아름다움 속에서 다소 힐링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또 여느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도전을 극복하는 과정에서의 보람,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어색하지 않게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환경 등 여러 가치를 동시에 제공한다.
골프장 자문은 골프장 고유의 예술성과 경제적 가치 등에 대한 안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목을 기르는 데는 오랜 시간과 많은 현장경험이 필요하다. 최근 5년간 다룬 주요한 딜은 레이크힐스(현 한림용인+안성) 매수, 금호리조트 인수, 스카이밸리 매각, 오너스 인수, 옥스필드 매각, 잭니클라우스 인수, 스카이힐김해(현, 포웰김해) 매각, 아티타야 매각, 큐로(현 로제비앙) 매각, 그리고 속리산 매각건 등이 있다.
-현재 골프장 인수합병(M&A) 딜은 활발한 편인가.
△국내 골프장의 개수가 많은 편은 아니고, 실제 거래 대상이 되는 것은 더욱 제한적이다. 평균적으로 보면 한 해에 2~3개 골프장 주인의 손바뀜이 이뤄지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이자율 상승으로 촉발된 기업의 재무적 어려움을 해소하려는 차원에서 과거에는 볼 수 없던 매물도 출회되고 있다. 또 과거 재무적투자자(FI)가 취득한 골프장도 펀드 만기로 매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잠재매수자로는 자산운용사나 사모펀드(PEF) 운용사 같은 FI가 매수 주체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실제 소유하면서 운영하려는 전략적투자자(SI) 위주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또 일부 국내 기업이 해외 골프장 인수에도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려는 시도가 종종 있다. 동남아, 일본, 미국 골프장을 인수한 사례가 늘어가는 추세다.
-현재 골프산업이 다운사이클(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말이 많다. 골프장 산업과 M&A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시는지 궁금하다.
△골프산업은 코로나19를 지나는 과거 5년여간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급진적인 변화 과정을 겪었다. 다만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맞물려 유행처럼 밀려들던 2030세대의 골프 신규 진입이 최근 다소 시들해지면서 다운사이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있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다운사이클이라기보다는 ‘정상화됐다’고 표현하고 싶다.
골프의류 및 골프용품 산업의 경우 신규 진입에 영향을 많이 받지만 골프장은 다르다. 골프장은 신규 고객이 줄어들어도 기존 고객의 참여 빈도가 늘어나는 등 이를 대체하는 부분도 있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약화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골프장의 경우 여전히 강한 매수 수요가 존재한다.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한 가운데 골프장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라고 판단된다. 골프장을 통한 기업의 후계구도가 상대적으로는 용이하다는 점 등도 골프장 투자 수요가 꾸준한 이유다.
-골프장의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골프장의 가치는 획일적으로 단일한 기준으로 결정된다고 하기 어렵다. 과거 일부 FI가 수익성에만 기반해 인수에 나섰다가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은 경우가 있었다. 물론 수익성이 중요하지만, 수익성만 고려해 거래하려는 것은 다소 위험한 발상이다. 지난해 포스코와이드가 잭니클라우스(18홀)를 3050억원이라는 높은 가격에 인수했다. 거래 당시 이곳은 매년 수십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던 상태였다. 골프장의 가치가 수익성으로만 평가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다.
실제 거래가격을 형성할 때는 수익성 못지않게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 있다. 골프장 위치 및 접근성과 골프장 자체가 가진 품질, 조경을 포함한 심미성, 코스의 레이아웃도 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
품질의 경우 많은 경험을 가진 전문가가 아니면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다. 특히 토목 등의 우수성은 육안으로 감별하기도 쉽지 않다. 태풍이 오면 무너져 내린다든지(지형 및 경사도), 가뭄 때 급수가 되지 않아 잔디가 마른다든지(급수 및 배수) 등의 요소들도 골프장을 거래할 경우 고려해야 하는 요소다.
잔디 관리 등 골프장의 현재 상태뿐 아니라 골격도 중요한 요소다. 18홀을 통해 골퍼의 실력을 고루 테스트할 수 있는가 등 설계(레이아웃) 부문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외에도 독창성(distinctiveness), 도전성(dhallenge), 안정성(safety), 운영 수준(손님을 대하는 태도), 유지보수 상태 등도 골프장의 수준 및 가치를 결정하는 요소다.
-골프장 거래가 성사되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있다면.
△모든 인수합병(M&A)과 마찬가지로 매도자와 매수자가 원하는 조건이 충족될 때 거래가 이뤄진다. 다만 골프장의 경우 매도자는 가격을 위주로 판단하는 반면, 매수자 측은 다양한 부분에 가치를 두는 경향이 있다. 결국 매수자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 매물’을 찾아줄 때 거래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언급한 잭니클라우스는 포스코 입장에서 단순히 돈을 버는 ‘사업장’이라기보다는 훨씬 큰 의미를 가진다. 그 골프장을 포스코더샵 아파트가 둘러싸고 있고, 토지는 도심 한가운데 있는 평지다. 포스코로서는 그룹의 위상에 맞는 프리미엄 골프장, 그리고 해당 토지의 대체적인 활용 가능성도 염두에 둔 투자였을 것으로 본다.
아시아나CC의 경우 과거 금호그룹이 소유하다가 재무적 위기로 매각된 매물이었다. 2020년 금호석유화학의 아시아나CC 인수는 빼앗긴 골프장을 되찾아온 것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케이스다. 이처럼 매수자는 해당 골프장을 인수하려는 특별한 목적과 의미를 가지며, 자문사의 역할은 이러한 매수자를 잘 이해하고 매수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골프장 투자를 검토하는 잠재매수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모든 골프장은 저마다의 독특한 특징이 있으므로 이를 감안해 투자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골프장의 현재보다는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도로 개설이 예정돼 접근성이 개선될 가능성, 인근에 신도시가 들어서 향후 수요 기반이 확충될 계획이 있다면 긍정적으로 평가해도 좋다. 현재의 잔디 관리 같은 일시적인 상태보다는 기본 골격(땅의 크기, 홀 간 간격)에 집중해 판단해야 한다. 집을 살 때 도배·장판이 허름하다면 이는 금방 고칠 수 있다. 그러나 외장재와 단열 등은 처음부터 좋은 자재를 쓰지 않으면 집을 허물기 전에는 개선이 불가능하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가장 보람을 느낀 딜은 무엇인가.
△첫 경험인 마에스트로CC와 레이크힐스(현 한림용인 및 안성) 딜이 가장 보람찼다. 마에스트로의 경우 골프장 조성 시 불법행위로 클럽하우스가 들어선 토지의 소유권이 영월엄씨 종중 소유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난 상태였다. 이에 따라 클럽하우스는 남의 땅에 설립된 불법 건축물로 법원의 철거명령이 내려진 상태에서 매각자문을 진행하게 됐다. 종중과의 험난한 협상을 거쳐 토지를 재취득해야만 이 M&A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후 이 딜을 성공시켜 사라질 뻔한 골프장을 되살리고, 채권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었던 사례라 의미가 깊다.
레이크힐스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골프장 M&A 역사상 회원권자(채권자) 주도로 매각이 이뤄진 첫 사례다. 그전에는 모두 관리인이 회생계획안을 제시해 이해관계자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아야 했던 점을 감안하면, 회생 M&A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개발해 적용한 사례라는 점이라는 특징이 있다. 회원권자에게 현금 100%로 변제한 법정관리 골프장 매각의 첫 사례이기도 하다. 또 이 딜에는 4대 회계법인(삼일PwC·삼정KPMG·딜로이트안진·EY한영)이 모두 참여해 자문을 맡았는데, 건설공제조합 등의 경쟁자가 있었지만 전략적인 승부수(신탁담보채권 인수)로 삼일PwC의 자문을 받은 한림건설이 인수자로 선정돼 보람이 있었다.
-삼일PwC의 골프장 딜 자문에서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다른 회계법인의 경우 골프장 담당 파트너가 여러 차례 바뀌었다. 이에 반해 삼일PwC는 오랜 기간 함께 근무해온 구성원이 골프장 분야의 경험을 축적해왔다. 과거 부산 기장구에 위치한 해운대비치골프앤리조트 매각자문 맡았을 때, 최종인수자를 찾기 위해 100개의 잠재매수자 회사를 만난 적이 있다. 이 프로젝트가 힘들기는 했지만, 그로 인해 잠재매수자와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됐다. 현재는 약 350개 회사들과 관계를 맺고 있으며, 오랜 경험에서 비롯된 노하우와 네트워크 측면에서 강점 내지 차별성이 있다.
업무를 마친 뒤에는 '디브리핑미팅(debriefing meeting)'을 열어 비하인드스토리를 공유하고 강의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는 실제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각자가 맡은 부분에만 집중하고 다른 부분은 보안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프로젝트 참여자뿐 아니라 딜 성공에 주효했던 결정적 요인을 공유해 다른 구성원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각자가 자기성장의 기회를 가질 수도 있었다.
남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