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반기 내실 다지기를 마친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하반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예고했다. 기업금융(IB)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한편 동양·ABL생명과의 시너지 효과가 3분기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다. 핵심은 1000억원가량의 방카슈랑스 수수료이익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분기 수수료이익으로 2411억원을 거뒀다. 작년 2분기 대비 6.5% 줄고 1분기 대비 2.4% 증가한 수치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영업 전반에 걸친 성장에 힘입어 1조원이 넘는 수수료이익을 달성했다.
하지만 기대치에는 못 미쳤다. 그룹 차원의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부족한 데다 상반기 내부통제에 집중한 터라 영업활동에는 제약이 따랐다. 7월을 기점으로 보험사 인수가 마무리되며 우리은행은 하반기 방카슈랑스 수수료이익 확대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더욱이 은행이 특정 보험사 상품을 25% 넘게 팔 수 없도록 한 방카슈랑스 판매 규제가 20년 만에 완화된 점도 호재로 꼽힌다.
상품 판매 한도를 보면 생명보험사의 경우 33%, 손해보험사는 최대 75%로 완화됐다. 우리은행의 동양·ABL생명 상품 판매 비중이 5% 수준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판매 여력이 크게 남아 있는 셈이다. 게다가 동양생명은 보장성보험 판매 비중이 70%를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보장성보험은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설명하기 쉬운 단순한 상품으로 구성되는 경향이 있어 영업에 적합하다"고 전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서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 확보가 중요해지자 보험사 입장에서도 방카슈랑스는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상품으로 평가된다. 실제 은행 내 보장성보험 판매에서 동양생명은 하나생명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동시에 우리은행은 고수익 IB 사업의 거점으로 여의도 파크원 타워에 입주해 해인수금융·대체투자·구조화금융 등을 추진하고 있다. 단순한 사무실 이전이 아닌, 그룹의 상업투자은행(CIB) 역량을 끌어모은 모습이다.
우리은행은 기업 고객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기업대출을 제공하고, 우리투자증권은 인수합병(M&A) 자문, 주식발행시장(ECM), 채권발행시장(DCM) 업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투자 등 전문적인 IB 솔루션을 제공한다.
우리은행 수수료이익의 원천인 자산관리(WM) 사업에서는 자체 브랜드 투체어스를 강화해 자산가를 공력한다는 계획이다. 강남·청담·압구정·도곡·여의도·부산 해운대 등에 이어 7월 송도 지점을 개설했고 분당·잠실·대구 등에도 지점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투체어스 지점을 20개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WM 특화채널 확대와 인공지능(AI) 기반 포트폴리오 운영으로 고객 수익률과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며 "그룹 IB 거점 일원화를 바탕으로 계열사 간 협업을 강화해 차별화된 IB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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