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딥페이크 범죄…제작시간은 5분 남짓?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
실질적인 법적 해결 방안 시급
영상 속 리포터가 시청자에게 말을 건다. 내레이션을 이어가는 도중, 얼굴 이목구비가 눈 깜짝할 새 다른 사람 것으로 바뀐다. 2~3초 만에 전혀 다른 두 사람의 얼굴이 자연스럽게 하나로 합쳐지며 ‘생면부지’가 나타난 것이다. 실제 사람 얼굴인지, 가상으로 덧댄 이미지인지 구분하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이목구비는 물론 안경테, 움직이는 입 모양까지 어색할 것 없이 구현됐다. 특히 같은 동양인끼리 합성할 때는 아무런 위화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딥페이크’ 기술로 만들어낸 편집물이다. 합성 영상 제작 전반에 걸린 시간은 5분 남짓. 영상과 사진만 넣고 기다리면 영상이 뚝딱 만들어졌다.
딥페이크와 관련된 기사가 연일 수없이 쏟아진다. 딥페이크는 딥러닝(Deep Learning)의 ‘Deep’과 가짜를 의미하는 ‘Fake’의 합성어로, 인공지능 기술인 딥러닝을 이용해 인물의 얼굴이나 특정 부위를 합성한 영상 편집물이다. 개발 초반에는 영화 등 영상 제작 분야에 활용됐고, 현재는 머리스타일 변화, 집 가구 배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인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누구나 딥페이크 영상 또는 사진을 만들어 유포할 수 있게 돼 이로 인한 범죄 피해 역시 빠르게 늘어나는 실정이다. 실제로 올해 부산을 포함한 전국 학교에서 누적 400건이 넘는 딥페이크 성범죄가 일어나는 등 피해가 잇따른다. 지난 4일 딥페이크 합성물을 온라인에서 판매한 혐의를 받는 10대 3명이 경찰에 검거됐으며 이 중 한 명은 1테라바이트(TB)가 넘는 성착취물을 100여 명에게 판매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지난 30일 정부는 딥페이크물 제작·유통에 대한 처벌 기준을 상향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고, 부산시교육청은 딥페이크 성범죄 근절을 위해 예방 교육에 발 벗고 나섰다.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영상만 봐선 일반인이 원본 영상과 딥페이크 영상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서보민(여·20대) 씨는 제작된 딥페이크 영상을 보고 “입 모양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놀랐다”며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딥페이크 영상인지 모를 것 같다”고 말했다. 동아대 정소영(메타미디어연구소) 교수는 “딥페이크를 감지하는 프로그램들도 오답률이 굉장히 높아 전문 플랫폼조차 딥페이크 기술을 못 따라가는 실정”이라며 “그림자, 이목구비의 선명함, 눈 깜빡임 등이 어색해 보일 수 있는 점을 빼면 일반인이 구별할 실질적인 방법은 없다”고 전했다.
영상 제작 난도 또한 낮다. 인터넷, 얼굴을 바꾸고 싶은 동영상, 얼굴 사진, 영어 해석 능력만 있으면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 수 있다. 정 교수는 “5~10분이면 영상을 제작할 수 있고, 1시간 이내로 여러 개의 동영상을 만들 수 있다”며 “요즘 초등학교 고학년이면 코딩과 인공지능에 대해 교육받기 때문에 학생들도 아주 쉽게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사이트에서 무료로 제작시 사진 용량 제한과 영상에 워터마크가 함께 만들어지지만 유료의 경우 워터마크 제거는 물론 더 높은 화질과 용량의 영상을 생산할 수 있다.
이러한 딥페이크 영상은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더 빠르게 확산 중이라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경찰청의 허위 영상물 범죄 관련 통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딥페이크 관련 혐의로 입건된 피의자 중 10대가 73.6%로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해 이를 실감하게 했다. 휴대폰과 디지털을 빠르게 접한 이 세대는 미디어 활용 능력이 굉장히 높다. 또한 영상 제작 프로그램을 가입할 때 나이 인증이나 제한이 없어 청소년이 더 접근하기 쉽다. 정 교수는 “대부분의 딥페이크 제작 프로그램 회사가 외국에 위치하기 때문에 프로그램 내에서 제한하는 것은 어렵다”며 “여러 나라가 공동으로 딥페이크 피해 방지 협약을 맺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법적 수단의 발전은 더디기만 하다. ‘법률 지체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와 정당 등의 노력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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