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추억을 선물해드립니다” ‘이비블라주’ 박은비 작가의 커스텀 농구화 이야기

서호민 2022. 12. 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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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서호민 기자] 지난 3월, 국내 농구 팬들을 들끓게 했던 NCAA ‘3월의 광란(March madness)’ 무대에서 당시 데이비슨대 소속의 이현중은 특별히 맞춤 제작된 ‘한글농구화’를 신고 경기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이현중의 한글농구화 만큼이나 적잖은 주목을 받은 이가 있었으니 그 주인공은 이현중만의 농구화를 제작한 커스텀 전문작가 ‘이비블라주’ 박은비 작가(35)였다. 농구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예술가가 직접 디자인하고 재창조한 농구화이기에 이에 담긴 의미가 더욱 궁금해졌다. 화실·공방을 직접 운영하는 사업가이자 농구화 커스텀 메이드 작가로서 농구계에 신선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박은비 작가. 그의 몸에 담긴 예술적 혼과 커스텀 농구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12월 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Q.만나서 반갑습니다 작가님! 먼저 농구팬들에게 인사부터 해주시죠.

안녕하세요. 신발 커스텀 작업을 하고 있는 ‘이비블라주(ebblage)’ 박은비입니다. 주로 신발을작품하고 있는데, 신발에 기쁨과 감동을 담아드리기 위해 작업을 하고 있어요.

Q. 농구화 커스텀 작품을 얘기하기 전에 커스텀에 대해 먼저 알고 싶어지네요. 커스텀이 무엇인지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쉽게 설명하자면 ‘주문 제작’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고객(Customer)의 취향대로 의류, 신발, 물건 등의 제품을 디자인하거나 재가공한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자신만의 돋보이는 개성과 취향을 드러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Q. 커스텀 메이드는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분야인데 어떻게 처음 작업을 시작하게 됐나요.


우선 저부터 소개해드리자면 예술고등학교와 미대를 졸업했고,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그림을 그려왔어요. 커스텀 작업을 처음 시작하게 된 건 7, 8년 전쯤 친구가 여자친구에게 의미있는 선물을 하고 싶다고 해서 ‘꽃신’ 작업을 부탁해 만들어준 것이 계기가 됐어요. 그 꽃신 작품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이후로 사람들로부터 주문 요청이 들어왔고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됐습니다.  

Q. 일반적인 그림과 커스텀 메이드의 차이점이 있다면요?


우선 물감부터가 달라요. 커스텀 전용 물감이 따로 있고요. 커스텀 물감은 아크릴과 특성이 비슷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일반 물감보다 내구성도 더 단단하고 세탁을 해도 잘 지워지지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답니다.

Q.유명 연예인들도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가수 허영지, 개그맨 이상준, 래퍼 행주 님의 신발 커스텀을 해드렸어요. 특히 허영지 님은 반려견 커스텀을 작업을 하게 됐는데, 강아지를 오랜 시간 보면서 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더 특별했던 것 같아요. 개그맨 이상준 님은 직접 운영하시는 유튜브 채널 ‘상준아 뭐하니’라는 채널에 출연하면서 작업해 드렸죠. 직접 만나서 촬영도 하고 제가 작업한 신발도 좋아해 주셔서 기억에 많이 남았던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이외에도 팬분의 요청으로 임영웅 님, 영탁 님 신발을 작업했던 기억이 나네요. 

 

Q. 그러다가 농구화까지 본인 만의 시장(?)을 넓히셨네요. 사실 ‘농구화에 커스텀 작업을 한다?’ 잘 상상이 되지 않는데, 어떤 계기로 시작을 하시게 됐나요.

맞아요. 사실 농구화 자체가 표면이 꺼끌꺼끌하고 판이 늘어나는 재질이라 그림을 그리거나 커스텀 제작하기가 어려울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농구화를 전문적으로 수집하고 있는 이현민 고객님께서 스테픈 커리의 열렬한 팬인데 지난 해 커리가 한 경기 최다득점인 62점을 달성했을 때, 이를 기념하고자 커리 농구화 커스텀 제작 요청을 하셨어요. 그런데 농구화는 굉장히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인데다 커스텀 제작 경험도 없는지라 사실 처음에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씀드렸는데, 고객님께서 어려움 감수하고 하겠다며 한번 해보자라고 하셔서 작업을 진행하게 됐어요. 그런데 예상 외로 작품의 완성도가 너무 잘 나온거에요. 그 분께서도 작품을 정말 마음에 들어 하셨고요. 농구화의 오돌도돌한 부분을 최대한 평평하게 만드는 데 포커싱을 맞췄고 자연스럽게 디자인을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커리의 한 경기 62점과 NBA 최다 3점슛 신기록을 기념해 제작한 특별 농구화는 얼마 전 ‘언더아머 커리 브랜드 데이’ 행사장에도 작품이 전시되기도 했어요. 매우 뜻 깊었을 것 같아요.
이현민 고객님께서 SNS, 언더아머에 적극 홍보도 해주셔서 그런 좋은 기회도 얻게 됐어요. 또, 커리 선수가 직접 SNS를 통해 댓글도 남겨줘서 더할 나위 없이 영광스럽고 뿌듯했습니다. 커리 농구화를 계기로 농구계에서도 조금씩 입소문을 타 농구선수나 프로농구 구단에서도 작품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선수 분들 중에서는 이현중 선수와 이관희 선수, 김시래 선수의 커스텀을 해드렸어요. 이현중 선수는 한글컨셉의 농구화를 제작하게 됐는데 주문을 하신 OSEN 서정환 기자님께서 글귀가 새겨질 위치나 디자인 등을 다 잡아주셨어요. 김시래 선수의 경우, 지난 시즌에 프로 데뷔 첫 트리플더블을 기념하기 위한 농구공을 제작하고자 삼성 구단에서 직접 연락을 주셨어요. 사실 급하게 작업을 해야했던 터라 밤을 지새우며 작업했던 기억이 나는데 다행히도 완성도 높은 작품이 나와서 만족했어요. 또, 농구화가 아닌 농구공 커스텀 작업은 처음이어서 더욱 저에게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 됐습니다.
▲NBA 슈퍼스타 스테픈 커리도 인정한 이비블라주의 커스텀 솜씨
Q. 가장 기억에 남는 커스텀 농구화 작품이 있다면요.


아무래도 이현중 선수 농구화가 아닐까 싶어요. 제가 제작한 농구화를 신고 직접 NCAA 경기를 뛰시기도 했고 또, 한글이라는 특수성이 담겨진 작품이잖아요. 이현중 선수께서 농구화를 받고 나서 직접 인스타그램 DM을 통해 감사하다며 직접 따로 연락을 주시기도 해서 더욱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이비블라주가 제작한 이현중의 한글 커스텀 농구화 
▲김시래(삼성)의 프로 첫 트리플더블 기념 제작 커스텀 농구공
▲이관희(LG)의 커스텀 농구화
Q. 코비 브라이언트를 추모하기 위한 커스텀 작품도 뜻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을 것 같아요.


코비 브라이언트 작품은 저의 소장용 작품이기도 한데, 코비의 죽음을 기리고 코비의 ‘맘바 멘탈리티’ 정신을 강조하고자 더욱 애절한 감성을 작품에 녹여냈던 것 같아요.

Q. 원래 농구도 좋아하셨나요?


사실 직접 경기장을 가서 본 적은 없었어요. 그렇다고 농구를 아예 모르는 건 아니었어요. 선수 분들의 작품을 작업한 이후로는 가끔씩 챙겨보게 되고요. 또, 요즘에는 예능 프로도 많이 나오고 있잖아요. 그래서 요즘에는 더욱 친근감 있게 느껴지고 있는 것 같아요.

Q. 처음 작업을 시작하셨을 때 어떤 걸 가장 우선적으로 반영하려 하셨나요.


고객님께서 작품을 받으셨을 때, 기쁨과 만족, 감동을 느끼실 수 있게끔 혼을 담아 작업을 진행하려고 해요. 또, 고객님께서 원하시는 그림과 최대한 똑같이 만족할 수 있는 작업을 하려고 더욱 노력하고 있어요. 농구의 경우, 종목 특성상 동적인 이미지가 강한데 동적인 이미지를 그림을 통해 정적으로 표현하는 데 신경쓰고 있습니다.

Q. 작품의 주인이 될 선수들의 입장도 생각하셨을 것 같아요.


선수들이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농구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작업을 할 때 현실적이고 리얼한 느낌을 더 강하게 주려고 했어요. 

Q. 커스텀 제작 과정도 궁금합니다.


우선 고객님으로부터 신발을 수령하면 신발에 맞게 디자인을 구상하고, 그 후에 디자인이 들어가는 곳에 코팅을 지워내는 작업을 거친 뒤 본격적으로 스케치에 들어가요. 그리고 커스텀 전용 물감을 이용해 디자인 작업까지 하면 작품이 완성 되는 거죠. 보통 농구화의 경우,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일주일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 것 같아요. (가격대는 어느 정도인가요?) 비용은 대략 20~30만원 정도 나오고 있어요.

Q. 역시 쉽지 않은 작업이네요. 제작 과정에서 애로 사항도 있었을 텐데요.


제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고객님들께서 수시로 디자인에 대해 피드백을 해주시기 때문에 작업하는 데 더 큰 도움이 되기도 했고요. 그래서 저 혼자 만의 작품이 아닌 고객님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작품이라는 생각과 마음가짐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올해 9월부터는 닉네임 ‘이비블라주(ebblage)’를 본따 커스텀 공방 운영을 시작하셨어요. 이비블라주는 어떤 뜻을 지니고 있나요?


사실 큰 의미는 없어요(웃음). ‘이비블라주는’ ‘은비’와 ‘블라주’의 합성어에요. 처음에 저의 닉네임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하다가 제 이름과 콜라주(근대미술에서 볼 수 있는 특수한 기법)를 갖다 붙이면 어떨까 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괜찮은 거에요. 저 또한 지금까지 만족하고 있고요.

Q. 커스텀 메이드 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세상에 단 하나 뿐이라는 것? 이게 커스텀 메이드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Q. 앞으로의 행보도 많은 기대가 됩니다. 그렇다면 농구화 제작을 발판으로 스포츠계에 활동을 확장할 계획도 있으신가요?


제가 작업한 신발이 많은 스포츠계에 유명인분들이라면 하나쯤 소장하고 있을 정도의 작업을 하는 것을 목표로 잡아 열심히 해서 ‘이비블라주’를 더 많이 알리고 싶어요. 그래서 더 많은 작업을 하고 싶은 포부가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작가님이 남긴 선물을 농구계가 어떻게 기억해줬으면 좋을까요.


그저 가볍게 한 아티스트의 참신한 시도였다고 기억해주셨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앞으로 사람들이 이 커스텀 메이드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해서 더 훌륭한 작품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Q. 작가님의 진심이 느껴집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님의 커스텀 농구화를 신고 코트에서 땀 흘릴 선수들에게도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우선 저를 믿고 작품을 맡겨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커스텀 작업이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되다 보니 사연 있으신 분, 신발에 의미를 담고 싶으신 분들이 많아요. 앞으로도 고객님들께 소중하고 특별한 선물을 드리기 위해 작업을 쭉 하는 게 목표에요. 또, 농구 선수분들을 위해서도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저도 최선을 다하는 만큼 선수들도 열심히 뛰셔서 꼭 좋은 경기력 발휘하시길 바랍니다. 

▲스테픈 커리의 광팬 이현민 님이 컬렉션한 커리 농구화
SIDE STORY_커스텀 농구화 1호 고객’ 이현민 님이 말하는 이비블라주와의 인연
"처음에는 ‘비펠라’님이라는 분께 커스텀 작품 제작 요청을 드렸는데 커스텀 크루 분들 중에 그림 분야에선 (박)은비 작가님이 최고라고 하셔서 인연이 맺어지게 됐어요. 커스텀 의뢰 배경으로는, 2년 전에 스테픈 커리가 경기에서 코비 브라이언트의 캐리커처가 새겨진 농구화를 신고 화제가 된적이 있었어요. 그걸 보고 막연하게 한국에서도 커스텀한 슈즈를 커리에게 선물로 주면 어떨까 하는 팬심에서 시작을 하게 된거죠. 마침 그때 당시 커리가 62점으로 커리어하이를 찍었던 때이기도 했어요. 커리의 가장 아이코닉한 세리모니를 신발에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박)은비 작가님과 여러 차례 협의를 통해 제가 원하는 방향성을 잘 잡아주셨고 처음에 구상했던 대로 디테일한 작품이 나오게 됐던 것 같아요. 제가 의뢰 드린 작품을 수령했을 때 크게 감동했던 기억이 나네요. 제가 원했던 부분을 생동감 있게 그려주셨고. 이 작품은 ‘월클’이다 싶을 정도로 크게 만족했어요. 그 이후에 은비 작가님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보니까 농구 뿐 아니라 다른 스포츠 관련 커스텀 관련 작품도 많이 제작하시는 모습을 보고 저 나름대로 무언가 스니커즈 커스텀쪽에 아이디어를 드린 것 같기도 해서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답니다. 특히 선수들이나 프로 구단에서도 커스텀 작품 의뢰가 쇄도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오히려 제가 더 기분이 좋아서 감사하고 만족해했던 기억이 나네요." - 이현민 님

# ‘이비블라주’ 박은비 작가 프로필

생년월일 1989년생 

경력사항 2014~ 커스텀 메이드 작가 2022~ 화실공방 ‘이비블라주’ 운영 

인스타그램 @ebblage

 

#사진_점프볼DB(문복주 기자), 본인, 이현민 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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