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스’, ‘다대기’, ‘땡깡’, ‘땡땡이 무늬’…일본어인 걸 아시나요 [우리말 화수분]
무분별한 일본어 남발하기보다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로 표현해야
일본 제국주의 시절 35년간의 식민통치를 포함해 근대화 과정에서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은 관계로 우리의 언어 생활 곳곳에 일본어 잔재가 상당하다. 청소년을 비롯해 젊은 사람들 중에도 정확히 무슨 뜻인지조차 모르거나 우리말인 줄 알고 일본어를 쓰는 경우가 많다. 방송 예능프로그램 등에서 출연자들이 자연스럽게 그러기도 한다. 그런 일본어 중에는 본뜻에서 벗어난 국적 불명의 말로 바뀌어 사용되기도 한다. 이는 바람직한 언어 사용이 아닐 뿐더러 원활한 의사소통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무분별한 일본어를 남발하기보다 적당한 우리말로 바꿔쓰려고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서현정 사단법인 국어문화운동본부 국장 겸 세종국어문화원 책임연구원이 최근 펴낸 ‘외래어 대신 쉬운 우리말로!’(마리북스)에는 우리나라에서 잘못 쓰이고 있는 대표적인 일본어 사례들이 담겼다.

멋있는 사람이나 멋진 물건을 볼 때 ‘간지난다’라는 말을 많이 쓴다. ‘간지’는 ‘느낌’을 뜻하는 일본어로 우리나라에서 ‘멋있다’, ‘모양새가 좋다’라는 뜻으로 변형돼 사용되고 있다. 원래 뜻과도 다른 국적 불명의 말 대신 ‘멋’이나 ‘맵시’를 쓰면 어떨까.
유리잔에 금이 갔거나 물건에 흠집이 났을 때 흔히 ‘기스가 났다’라는 표현을 쓴다. 이지러거나 깨지거나 상한 자국을 뜻하는 ‘기스’는 같은 의미를 지닌 일본어 ‘기즈(きず,傷)’에서 온 말이다. 기스는 ‘흠집’, ‘생채기’라고 표현하면 뜻을 이해하기 쉽다.
식당에서 손님들이 “다대기 좀 주세요”라고 요청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간장이나 소금물에 마늘, 생강 등을 다녀 넣고 고춧가루를 뿌린 양념을 기름에 볶은 것을 ‘다대기’라고 하는데 일본어 ‘다타키(たたき,叩き)’에서 왔다. 다타키는 두들긴다는 뜻으로 양념을 다지는 모습을 떠올리면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연상된다. 다대기 대신 ‘다진 양념’이라고 해보자.
‘단도리(だんどり·段取り)’는 원래 일본어에선 순서, 절차와 같은 뜻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채비’, ‘준비’라는 뜻으로 많이 쓰인다. 특히 건설 현장 등에서 일을 시작하기 전에 하는 준비 과정을 단도리라고 부르곤 한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뜻이 변형된 단도리 대신 ‘준비’나 ‘채비’로 쓰도록 해보자.
자기 고집에 못 이겨 억지로 떼를 쓰는 아이한테 부모들이 흔히 “땡깡 부리지 마!’라고 한다. ‘땡깡’은 일본어 ‘덴칸(てんかん·癲癇)’에서 온 말로 ‘뇌전증’(과거 간질로 불리기도 함)이란 질병을 가리키는 용어다. 떼를 부리는 아이를 혼내기에 적절한 표현이 아닌 것이다. 땡깡 대신 ‘생떼’라고 하면 아이들도 쉽게 이해하고 올바른 표현도 배울 수 있다.
더운 여름철에 시원해 보이는 땡땡이 무늬 옷이 자주 눈에 띈다. ‘땡땡이 무늬’는 작고 동글동글한 물방울 모양을 본떠 만든 무늬를 말한다. ‘땡땡’은 동그란 점이 여럿 있다는 뜻의 일본어 ‘덴텐(てんてん·点点)’에서 왔다고 한다. 국적 불명의 단어보다 ‘물방울 무늬’라고 하면 뜻이 더 쉽고 명확하게 전달된다.
자기만 몰래 알고 넘어가려던 일을 다른 사람에게 들키면 아주 당혹스럽다. 이런 경우 ‘뽀록났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뽀록’은 일본어 ‘보로(ぼろ)’에서 온 말인데 원래 넝마, 누더기, 허술한 것, 결점 등의 뜻을 갖고 있다. 우리는 주로 감춘 일을 들키거나 숨긴 사실이 드러났을 때 사용한다. 뽀록 대신 ‘들통’이란 뜻의 분명한 우리말을 사용하는 게 낫지 않을까.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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