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도강’ 강남처럼 키운다...50년 잠들었던 서울 강북 대개조

수십년 베드타운 강북권…서울시, 대개조 계획 발표


1980년대부터 서울의 베드타운으로 이미지가 굳어졌던 강북권이 다양한 일자리 중심의 자족도시로 거듭날 전망입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강북권 대개조 구상 계획(강북 전성시대)’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2월 서울 서남권 대개조 구상을 발표한 데 이어 2탄격인 권역별 도시 대개조 프로젝트입니다.

시는 다양한 일자리와 상업시설, 양질의 아파트 단지를 갖춘 자족도시 육성을 위해 먼저 강북권(강북·광진·노원·도봉·동대문·성동·성북·중랑·마포·서대문·은평)에 대한 상업지역 총량제를 폐지할 계획입니다.

상업지역 총량제는 2030년까지 지역별로 상업지역 총량을 정하고, 총량 내에서 상업지역을 지정하는 제도인데 강북권은 여기서 제외되는 만큼 앞으로 상업시설을 자유롭게 유치·운영할 수 있게 됩니다. 강북권 상업지역 면적을 2~3배 늘려 강남 수준까지 확대할 예정입니다.

대규모 유휴부지에는 ‘균형발전 사전협상제(화이트사이트)’ 개념도 최초로 도입됩니다. 사업시행자가 희망하는 용도와 규모로 자유로운 개발을 허용하는 대신 일자리 유치를 의무화하는 제도인데요.

강북권 개발의 핵심으로 꼽히는 16개 대규모 유휴부지를 일자리 거점 지역으로 활용해 경제도시를 조성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 할 계획입니다. 차량기지, 터미널 등 그 동안 방치돼 오던 대규모 공공·민간개발 부지에 다양한 기업을 유치한다는 계획입니다.

일례로 창동차량기지·도봉운전면허시험장 일대(약 25만㎡ 규모)가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로 조성되며, 옛 서울혁신파크부지(6만㎡)의 경우 미디어콘텐츠 중심의 '서울창조타운'으로 탈바꿈될 예정입니다.

일자리 기업 유치라는 전제 하에 최대 상업지역까지 종상향하고, 상한 용적률을 1.2배까지 높이는 한편 공공기여도는 기존 60%에서 50%로 낮추는 등 규제를 풀고 인센티브를 부여할 방침인데요. 화이트사이트가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가 싱가포르의 명소로 꼽히는 '마리나베이 샌즈'인 만큼 싱가포르 못지 않은 도시계획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밖에 강북권역은 고려대와 연세대, 홍익대 등 대학 캠퍼스가 많고, 자연환경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갖춰 이를 활용해 R&D 캠퍼스를 조성하고, 보행 일상권 정원도시 등 감성문화공간도 조성한다는 방침입니다. 높이 제한으로 어려움을 겪던 자연경관·고도지구의 경우 산자락 모아타운으로 특화 정비될 예정입니다.

하급지로 불리던 강북권 대규모 개발…주춤하던 ‘노도강’도 기대감

강북권에 대한 대개조가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강북권 노후 주거지에 대한 정비사업도 활기를 띨 전망입니다.

사실 노도강이 중심이 된 강북권은 강남과 달리 부동산 경기 침체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 지역으로 꼽혀왔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강북권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91로, 이는 서울 전역 매매가격지수(93.9)보다 낮았으며, 강남권(96.5)과 비교해 큰 격차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부동산 지표들은 강북권이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걸 드러내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강북권은 30년이 넘은 노후 주택 비중도 46%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에 시는 규제를 완화해 재건축·재개발 속도를 높이고 도시 인프라를 바꾸겠다는 계획입니다. 일례로 30년 넘은 아파트의 경우 안전진단을 면제해 사업 기간이 1년 가량 단축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따라서 가장 들썩이는 곳이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지역입니다. 이들 지역의 127개 아파트 단지(약 10만 가구)가 빠른 시일 내에 정비사업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빠른 사업을 위해 역세권을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하고, 공공기여도는 15%에서 10%로 축소, 이미 높은 용적률로 지어져 재건축이 어려웠던 65개 단지(4만2000가구)에 대해선 용적률을 기존보다 1.2배 상향(280%→360%)할 예정입니다. 재개발 요건인 노후도 기준도 완화(67% → 60%)될 예정입니다.

강북권은 과거 50년간 도시 발전에서 소외돼 오다시피 했는데 이번 대개조 프로젝트를 통해 베드타운에서 벗어나 첨단산업과 일자리 창출 거점인 신경제도시로 재탄생 할 전망입니다.

이러한 상업시설 확충, 대규모 유휴지 개발을 비롯해 대대적인 주거지 정비는 부동산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요. 강남보다 저평가됐던 강북이 규제 없이 개발한다는 기조 아래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돼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견인할 그날을 기대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