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어스골퍼] U.S. Open은 왜 더 어려울까? - 파(Par)를 보호하라

U.S. Open이 마무리됐습니다. 중계를 보며 다시 한번 떠올린 생각은 역시 '골프 참 어렵다'입니다.

아니, 'U.S. Open은 정말 어렵다'라고 해야 더 어울릴 듯합니다. 이번 대회 1라운드의 평균 타수는 무려 74.64타였고,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특히 최종 라운드 선두권 선수들의 플레이는 동정심이 들 만큼 힘들어 보이더군요. 도대체 U.S. Open은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

U.S. Open 이 왜 유난히 더 어렵게 느껴질까?

메이저 대회 중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회는 아마도 마스터스가 아닐까 합니다. 중계방송만 보면, 마스터스 대회가 가장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린 재킷으로 상징되는 우승자의 모습, 그리고 중계방송에서도 느껴지는 코스의 '녹색'이 좀 더 명예롭게 혹은 신비롭게 만드는 데 일조를 합니다.

모든 메이저 대회는 나름대로의 특별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 말씀드릴 U.S.Open 역시 오랜 역사와 전통, 그리고 일반 아마추어도 예선을 거쳐서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스터스 대회와는 또 다른 매력의 대회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그 특별함 중 무엇보다 골퍼들에게 와닿는 것은 대회에서 느껴지는 코스의 난이도, 더 나아가 골프의 난이도가 아닐까 합니다.

U.S. Open이 유난히 더 어렵다는 것은 실제 통계 수치로도 증명됩니다.

2000년 이후 우승자가 언더파를 기록하지 못한 메이저 대회가 5회 있었는데요. 그 5번이 모두 U.S. Open입니다.

4개의 메이저 대회 중 '오거스타 내셔널'이라고 하는 하나의 골프장에서만 열리는 마스터스 대회를 제외하고, 매년 골프장을 바꿔가며 개최하는 3개 메이저 대회의 평균 스코어를 비교해 보면, 난이도 차이가 극명해집니다.

'PGA 챔피언십'과 '디 오픈(The Open)'의 평균 우승 스코어가 모두 '-8' 정도입니다만, U.S. Open은 이보다 6타가 높은 '-2'입니다. 실제 6타 정도를 더 친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올해 대회에서 우승자를 제외하고 언더 파가 없었다는 점만 봐도 그 난이도가 느껴집니다.)

오크먼트 골프 코스를 상징하는 3번 홀 벙커의 모습 <출처: 게티이미지>

왜 이렇게 어렵게 만드는 것일까? - 파를 보호하라 (Protect Par)

U.S. Open의 난이도 세팅에 있어서 언론 혹은 비평가들이 언급하는 표현이 있습니다.

바로 '파를 보호하라(Protect Par)'라는 말입니다.

좀 더 쉽게 말하면 골퍼들, 즉 선수들이 '언더 파(Under Par)'를 기록하지 못하게 USGA가 코스를 세팅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U.S.Open 대회에 대해서 USGA가 가진 공식적인 입장은, 골프의 모든 면에서 뛰어난 선수들이 경쟁하는 '퀄리티 있는' 대회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S.Open의 난이도 세팅은 충분히 논란이 될 여지가 있을 수준입니다. 어려운 코스에서 잘 친다는 것만으로 좋은 선수가 우승을 할 수 있는 변별력을 가진다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만, '파(Par)'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 말인지 알고 나면, U.S.Open을 주최하는 USGA의 생각과 결정에 조금은 동의하게 됩니다.

파는 '스크래치 골퍼'가 그 홀에서 기록할 수 있는 표준 타수라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스크래치 골퍼가 핸디캡 0인 골퍼를 의미하니, 우리 주변에서 가장 잘 친다는 사람들이 기록할만한 숫자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파(Par)'는 티샷부터 퍼트까지 성공적으로 마쳐야만 기록할 수 있는 숫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관점에서, USGA는 자신들이 설정해 둔 코스의 난이도가 지켜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파' 스코어가 쉽게 깨지지 않길 바라는 것이죠. 골퍼들이 너무 쉽게 공략해서 언더 파가 쏟아지는 상황을 전혀 바라지 않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올해 U.S.Open의 Top 10 리스트, 공동 10위가 +5이니, 다른 대회들과는 사뭇 다른 스코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출처: USGA 홈페이지>

어떻게 코스를 어렵게 세팅하는가?

이번 U.S. Open 기간 동안 골프 코스의 난이도에 대한 많은 기사들을 접하셨을 겁니다. 대표적인 것이 빠른 그린, 그리고 길고 질긴 러프 등에 대한 소식이었을 텐데요.

사실 이러한 요소들은 약간의 노력을 통해서 대부분의 코스에서 구현가능(?)한 난이도 요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회의 난이도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는 이유에는 골프장 자체가 가진 난이도도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오크몬트 (Oakmont)' 골프장이 가진 태생적인 난이도라고 볼 수 있는데요. 오크몬트는 무려 10번이나 U.S.Open이 열린 골프장입니다. 특유의 난이도 세팅과 코스 설계가 정말 어렵다고 느껴질 만한 골프장이었던 것이죠.

꼭 오크몬트와 같은 골프장이 아니더라도, 일반적으로 U.S.Open 코스는 다음과 같은 특징으로 난이도가 높아지게 됩니다.

우선 페어웨를 좁게 세팅해서, 티 샷의 정확도를 요구합니다. 여기에 더불어서 깊은 러프를 설정해 두는데요. 이를 통해 선수의 실수로 인한 페널티가 '확실'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PGA의 일반 대회의 통계 자료를 보면, 페어웨이를 놓쳤을 때, 약 0.25타의 '페널티'가 발생한다고 하는데요. 일부 U.S. Open 대회에서는 무려 0.5타 차이가 난다고 하니, 페어웨이를 놓칠 경우 타수를 잃기가 대단히 쉽습니다.

그리고, 이번 대회 초반 그린의 빠르기가 4.4m 정도에 세팅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화두가 된 적이 있습니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플레이하는 골프 코스의 경우, 2.5에서 3.0 정도임을 감안하면, 사실 어느 정도일지 상상이 안될 정도이긴 합니다.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 중 가장 빠른 대회들도 3.7 내외인 걸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 수치를 감안하면, 4.4는 그냥 '툭 치면 굴러가는' 수준의 그린라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 U.S. Open이 보통 4.3~4.5 정도 수준의 빠르기로 세팅된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이번 대회가 특별히 더 빨랐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퍼팅 그린의 난이도 또한 '파를 보호하라'는 미션에 부합되는 환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파'를 하지 못했다고 해서 실망하지 말자

U.S.Open의 난이도가 올라가게 된 배경에, 'Protect Par'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일반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는 이 표현을 조금 더 희망적인 내용으로 받아들이면 어떨까 합니다.

'파'를 기록한다는 것은 해당 홀에서 연속적인 좋은 샷을 했거나, '스크램블링'이라고 하는 멋진 파 세이브를 한 경우라는 점을 고려해 보면, 스크래치 골퍼가 아닌 이상, '파'라는 스코어는 기록하기 어려운 스코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버디'만이 좋은 스코어가 아니라, '파'라는 스코어 역시 자기 자신을 칭찬할만한 수준이라는 점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U.S.Open에서 보았던 '극악의 난이도'는 잊고, '파'를 위한 자기 자신만의 플레이를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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