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서비스에 광고 요금제 도입까지…OTT ‘생존게임’ 본격화
(시사저널=김용수 시사저널e. 기자)
국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이 광고 요금제를 도입하고 웹툰 서비스로 영역을 확대하는 등 수익 모델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기존의 영상 콘텐츠 구독 중심의 사업 모델로는 지속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OTT 업계는 최근 계속된 콘텐츠 투자 경쟁으로 적자가 확대되고 있다. 토종 OTT 3사의 지난해 영업손실액은 약 1568억원에 달한다. 티빙 762억원, 웨이브 558억원, 왓챠 248억원 등이다. 전년 대비 각각 약 12.4배, 3.3배, 1.5배 늘어난 규모다. 토종 OTT 모두 서비스 시작 후 흑자를 내기는커녕, 적자 규모만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토종 OTT 중 왓챠는 희망퇴직을 단행하기도 했다.
적자는 토종 OTT만의 문제는 아니다. 글로벌 OTT 넷플릭스도 가입자 이탈과 실적 하락 등을 이유로 올해에만 500여 명을 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디즈니플러스를 운영 중인 월트디즈니는 올 3분기 실적 공개 직후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다. 디즈니플러스가 속한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부의 영업손실이 14억7000만 달러(약 2조원)를 기록한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디즈니플러스 출시 후 3년간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부 손실 누적액은 80억 달러(약 10조500억원)를 넘어섰다.
저가 광고 요금제 도입하는 등 돌파구
OTT들은 적자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콘텐츠 투자를 줄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신규 OTT가 시장에 진입하는 등 경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엔터테인먼트 기업 IHQ는 OTT '바바요'를 출시한 지 6개월 만에 누적 가입자 20만 명을 확보했고 50편에 달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놓는 등 경쟁 사업자들을 추격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국내외 OTT들은 수익성 확대를 위해 광고 요금제 도입에 나섰다. 광고 요금제는 영상 중간에 광고를 송출하는 대신 기존 요금 대비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넷플릭스는 11월4일부터 월 5500원의 광고 요금제를 출시했고, 디즈니플러스도 오는 12월8일 미국에서 월 7.99달러의 광고 요금제를 출시한다.
토종 OTT들도 광고 요금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광고 요금제 도입은 가입자 저변 확대와 광고 수익이란 신규 수익원 창출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콘텐츠 구독 중심의 경쟁이 지속 가능하다고 보는 사람은 없다. 패러다임이 한번 바뀌어야 할 때가 온 것이고, 그 대안으로 광고 요금제란 방안을 찾은 것"이라면서 "광고 요금제는 기본적으로 가입자 규모를 키우는 효과가 있다. 유료 구독자가 성장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가격을 낮추고 저가 가입자를 늘리면 가입자 저변이 확대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유튜브가 '유튜브 프리미엄'을 출시하면서 과거에 비해 (기존 서비스에) 광고를 많이 붙여 유료 구독의 가치를 높였다"면서 "(광고 요금제 출시로) 유료 구독에 대한 소비자들의 감각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광고를 보지 않아도 되는 비용, 즉 지불 의사를 높이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단순 영상 스트리밍 중심의 구독 사업에서 벗어나 수익 모델 다각화에 나선 사업자들도 있다. 왓챠는 지난 10월13일 기존 왓챠 서비스 내에서 추가 결제 없이 웹툰을 무제한 감상할 수 있는 '왓챠웹툰' 서비스를 시작했다. 왓챠는 왓챠웹툰을 통해 영상과 더불어 웹툰까지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고,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넘어 종합 콘텐츠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단 전략이다. 이 밖에 디즈니는 자체 보유 중인 테마파크와 디즈니플러스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콘텐츠 IP를 확대 재생산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유통하고, 같은 IP를 기반으로 놀이기구를 만들어 테마파크 체험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방식이다. 디즈니플러스, 테마파크를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하고, 디즈니숍에서 MD 상품도 구매할 수 있는 회원제 상품 '디즈니 프라임'도 출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략이 성장동력 확보에 유효하겠지만, 가입자 이탈이 잦은 OTT 특성상 이를 막기 위해선 지식재산권(IP) 확보 및 활용 확대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찬구 미디어미래연구소 미디어커머스부문장은 "넷플릭스만 해도 구독료만으론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게임 서비스 제공 등 다양한 모델을 도입했다"면서 "OTT 특성상 가입자들이 한 OTT를 평생 쓰는 게 아니라, 금방 다른 서비스로 이탈하거나 중복가입도 하는 상황이지 않나. 가입자를 묶어두기 위해선 또 다른 서비스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디즈니플러스가 우리나라에선 맥을 못 추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1년6개월 만에 넷플릭스 구독자를 따라잡았다"면서 "디즈니 IP의 영향이 컸다. 토종 OTT 중 IP를 확보한 사업자가 그리 많지 않은데, IP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어떤 식으로든 IP를 확보해야 추가 사업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론 대형 OTT 위주로 재편될 것"
다만 이 같은 생존 전략에도 결국 지금과 같이 대형 스크린과 경쟁을 펼치는 형태의 OTT는 일부 대형 사업자 위주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대기업 산하이거나 이미 대규모 가입자를 확보한 OTT는 상대적으로 콘텐츠에 투자할 실탄 확보가 쉽기 때문이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현재 똑같은 OTT라고 말하곤 있지만 스크린이 일종의 시장을 구획한다고 볼 때, (지금과 같이) 스크린과 경쟁할 수 있는 사업자는 대기업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며 "모바일로만 살아있는 애매한 OTT 사업자들은 대형 OTT들과 같은 시장 내에서 경쟁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찬구 미디어미래연구소 미디어커머스부문장 역시 "왓챠 입장에서도 사업을 열심히 해왔지만, 사업 전략을 보면 매각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왓챠가 새로운 것을 더 많이 시도하는 사업자이기 때문에 웨이브가 (왓챠를) 인수할 경우 웨이브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티빙과 시즌의 합병도 시너지를 기대한 움직임으로 보이며, 단순 가입자보다는 또 다른 전략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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