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로로는 영원한 4살”…‘뽀통령’ 아빠가 밝힌 25년 롱런의 비밀

최은지 2025. 12. 1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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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창립 25주년’ 아이코닉스 최종일 대표 인터뷰
‘바다를 나는 새’ 뽀로로, ‘스테디셀러’ 등극
유튜브 연간 80억뷰…전 세계 180개국 시청
‘뽀로로 키즈’ MZ세대, 잔망루피 탄생시켜
‘꼬마버스 타요’ 이어 ‘해치’로 ‘K-컬처’ 담아
‘벤처천억기업’ 가입…내년 IPO 도전
뽀롱뽀롱 뽀로로 1기 ‘하늘을 날고 싶어요’ 편에서 뽀로로가 바다를 ‘나는’ 모습. [뽀로로 유튜브 채널 갈무리]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펭귄인 뽀로로는 ‘새’라는 정체성을 깨닫고 하늘을 날고 싶어 한다. 새는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뽀로로는 여러 차례 비행을 시도하지만 계속 실패한다. 펭귄은 ‘날지 못하는 새’이기 때문이다.

이에 포비는 뽀로로에게 바다에 가서 한번 해보라고 조언했다. 뽀로로는 멋지게 점프했지만, 결국 날지 못하고 바다에 빠졌다. 친구들은 하늘을 날지 못한 뽀로로를 걱정했지만, 포비는 “뽀로로는 괜찮아”라고 말한다. 펭귄이 수영을 잘한다는 사실을 포비는 알고 있던 것. 뽀로로는 특기인 헤엄치기를 통해 마침내 바다에서 자유롭게 ‘날게’ 된다.

‘뽀롱뽀롱 뽀로로’ 1기 최고의 감동 에피소드로 꼽히는 ‘하늘을 날고 싶어요’ 편의 내용이다.

경기 성남 아이코닉스 판교사옥 1층에 마련된 ‘뽀로로 카페’에 산타가 된 뽀로로와 썰매를 끄는 크롱이 있다. 최은지 기자.

경기 성남 아이코닉스 판교사옥에서 만난 ‘뽀로로 아빠’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60)는 “뽀로로는 물속에서 헤엄치며 ‘나는 바다를 나는 새구나’라고 깨닫는다”며 “모두가 다 잘할 수 없지만 누구나 하나씩은 잘하는 게 있다는 자존감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어른들은 이 에피소드에 강한 인상을 받았지만, 20년 넘는 ‘스테디셀러’로 사랑받는 배경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비결은 ‘재미’다. 장난꾸러기 뽀로로는 늘 사건사고의 중심에 있지만, 친구들을 이끄는 리더십이 있다. 비행모자와 고글을 쓴 펭귄은 불가능해 보이는 ‘하늘을 나는’ 꿈도 꾼다. 자신과 같은 2등신의 체구에 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것도 친근하다.

그는 “기획 당시 유아용 콘텐츠들을 보니 전부 아이들을 가르치려 들어 재미가 없었다”며 “아이들에게는 노는 게 곧 배우는 것이기에, ‘노는 게 제일 좋아’라는 주제가처럼 철저히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놀이를 통해 배우는 방식을 택했다”고 밝혔다.

‘뽀로로 아빠’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 [아이코닉스 제공]

아이코닉스는 내년 창립 25주년을 맞이한다. 최 대표는 광고회사에서 애니메이션 업무를 맡아 1997년 KBS에서 방영된 ‘녹색전차 해모수’를 기획했다. 시청률은 좋았지만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했다. 프리 프로덕션의 중요성을 깨달은 최 대표는 2001년 동료 5명과 애니메이션 기획사 ‘아이코닉스’를 설립했다.

아이코닉스는 창립 2년 만에 방영된 ‘뽀롱뽀롱 뽀로로’의 메가히트에 이어 ‘꼬마버스 타요’로 신드롬을 일으키며 한국 창작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새로 썼다.

유튜브 플랫폼이 생기면서 뽀로로는 현재 세계 180개국에서 연간 80억뷰를 기록하고 있다. 최 대표 집무실 한편에 자리한 유튜브 ‘골드버튼(가입자 100만명)’과 한가운데 자리한 ‘다이아몬드버튼(가입자 1000만명)’이 인기를 증명한다. 아이코닉스는 지난해 매출 1583억원 기록하며 ‘벤처천억기업’ 클럽에 가입했으며, 내년 기업공개(IPO)에 도전하며 또 한 번의 도약에 나선다.

숫자로 증명한 성과보다 최 대표의 자부심은 ‘선한 영향력’에 있다. 한국 창작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이제 성인이 돼 뽀로로를 통해 어린 시절의 향수를 느낀다. 타요 버스를 좋아하는 아이가 서울 시내버스를 보며 손을 흔들면서 버스 기사들의 직업의식이 성숙해졌다. 아이코닉스를 ‘한국의 픽사’라고 부르는 이유다.

최 대표는 지난 25년에 대해 “정신없이 산을 오르다가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구름이 발아래에 있는 느낌”이라며 “단순히 1000억이라는 숫자보다, 우리 콘텐츠가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회를 밝혔다.

‘20년 장기 집권’ 뽀통령 탄생의 비밀
뽀로로. [아이코닉스 인스타그램 갈무리]

애니메이션 강국 일본 작품은 재미있지만 폭력성과 선정성이 문제였다. 교육용 애니메이션 강국인 미국이나 유럽의 작품은 유아를 타깃하지만, 그에 치중하다보니 교육적인 내용이 많아 재미가 없었다. 재미있으면서 건전한 유아용 애니메이션을 만들자는 전략으로 ‘뽀로로’가 탄생했다.

뽀로로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말을 잘 듣는 착한 어린이’와는 다른 캐릭터다. 호기심과 모험심이 많아서 자주 사고를 친다. 동생인 크롱의 장난에 잔소리도 많지만, 정작 자신도 장난기가 많아 친구들을 놀린다. 그렇지만 심성이 착해 곧바로 사과한다. 리더십이 있어서 친구들을 이끈다.

‘뽀로로’ 이름은 ‘쪼르르’의 앞글자를 펭귄을 뜻하는 P로 바꾸고, 발음을 생각해서 만들었다. 아내가 아이들에게 “쪼르르 다니지 마”라고 잔소리한 것에서 ‘쪼르르’를 떠올렸다고 한다.

작중 뽀로로의 실제 나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많아 최 대표에게 직접 물어봤다. 최 대표는 “뽀로로는 영원한 네 살”이라며 웃었다.

크롱. [아이코닉스 인스타그램 갈무리]

뽀로로의 종에 대해서도 다양한 ‘설’이 있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젠투 펭귄에서 차용하긴 했지만, 여러 펭귄의 외모를 참고해 한눈에 봐도 알아볼 수 있는 ‘펭귄 이미지’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상에서 ‘뽀로로는 안경을 벗으면 못생겼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아이들을 외모로 평가하는 건 어른들의 좋지 못한 버릇”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뽀로로와 한집에 사는 공룡 크롱은 다른 친구들처럼 말을 하지 않고 “크롱, 크롱” 한다. 항간에서는 발달이 느린 친구들을 그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지만, 애초 기획상으로 크롱은 1살 아기이기 때문에 말을 하지 못한다.

최 대표는 “뽀로로가 산에서 놀다가 얼어 있는 공룡알을 발견해 집으로 가져왔는데 거기서 크롱이 태어난 것”이라며 “‘펭귄 형, 공룡 동생’이 한집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뽀로로 키즈’가 만든 잔망루피…‘K-컬처’ 담은 해치까지
잔망루피. [잔망루피 공식 엑스(X)]

뽀로로를 보고 자란 아이는 어느새 자라 MZ세대가 됐다. ‘뽀로로 키즈’는 성인이 돼 뽀로로의 친구이자 모범생 캐릭터였던 ‘루피’를 변형해 놀기 시작하면서 ‘밈(Meme)’을 형성했다.

처음에는 캐릭터의 정체성을 훼손할까 봐 이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뽀로로를 보고 자란 세대가 주는 선물’로 받아들이고 ‘같이 놀기로’ 했다. 최 대표의 판단은 적중했고, 그렇게 ‘잔망루피’가 탄생했다.

그는 “과거 루피가 여성 캐릭터로서 너무 수동적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20대가 된 시청자들이 루피에게 180도 다른 성격을 부여해 노는 모습이 신기하고 감사했다”며 “이제 잔망루피는 원작 캐릭터와는 또 다른 독자적인 생명력을 가진 캐릭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반짝하는 캐릭터는 많지만, 쭉 사랑받는 캐릭터는 쉽지 않다”며 “뽀로로가 20년이 지나면서 이제 스테디셀러 캐릭터로 정착되어 가는 과정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IP(지식재산권) 영역에서는 여전히 뽀로로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뽀로로의 ‘장기집권’은 언제까지일까.

최 대표는 “국내외에 뽀로로를 타도하기 위한 수많은 콘텐츠가 나왔고 많은 경쟁을 하고 있다”며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기존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이전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그 점이 항상 우리를 자극하고 긴장하게 하는 요소”라고 했다.

나의 비밀친구 해치 포스터. [아이코닉스 홈페이지]

지난주부터 신작 ‘나의 비밀친구 해치’가 EBS를 통해 방영을 시작했다. 주인공은 서울의 캐릭터 ‘해치’다. 신계의 문을 지키는 신수 ‘해치’가 서울에 내려와 초등학생 소년 윤호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모험을 담았다.

정체를 감출 때는 작은 인형으로 변하는 ‘해치’는 방울을 통해 마법을 느끼고, 거짓말을 알아챈다. 마법을 부릴 때 ‘아라리요’라고 외치는 ‘해치’의 모험기를 따라가다 보면 북한산, 광화문, 창덕궁, 한강 등 실제 서울의 명소를 느낄 수 있다.

‘나의 비밀친구 해치’는 서울시와 협업했다. 2009년 첫 방영을 시작해 메가히트를 한 ‘꼬마버스 타요’에 이어 두 번째 작업이다.

최 대표는 타요버스를 보면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운전기사들의 직업의식이 향상됐다는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다. 그는 “타요 버스가 대중교통에 대한 인식을 바꿨듯, 해치가 서울을 상징하는 랜드마크 IP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영원한 크리에이터, 최 대표가 말하는 ‘창의력’이란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 집무실 한편에 자리한 유튜브 크리에이터 어워즈 상패. 가입자 100만 돌파시 수여되는 골드 버튼과 1000만 돌파시 수여되는 다이아몬드 버튼(가운데)이 놓여있다. 최은지 기자.

아이코닉스가 걸어온 25년간 애니메이션 환경은 급변했다. 과거에는 해외 마켓에서 바이어들을 만나기 위해 문전박대를 당하며 ‘맨땅에 헤딩’을 해야 했지만, 이제는 유튜브 등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180개국 이상에 콘텐츠가 노출된다.

최 대표는 “과거엔 소수의 선택된 제작자만 유통이 가능했지만, 이젠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무한 경쟁 시대”라며 “결국 브랜드 파워보다 콘텐츠의 완성도 싸움이 됐다”고 말했다.

아이코닉스는 창립 이래 단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비결을 묻자 최 대표는 “실패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플랜B’를 항상 준비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창업 초기, 애니메이션 작업과 더불어 아이돌 그룹 god 캐릭터 사업 등으로 라이선싱 사업을 병행했다. 현재도 아이코닉스 전체 매출의 70~80%는 IP(지식재산권) 사업에서 나온다. 뽀로로 관련 상품만 4000여종에 달한다.

성공한 콘텐츠가 탄생한 이면에는 빛을 보지 못한 콘텐츠들이 있었다. ‘가장 아픈 손가락’이 있는지 묻자 최 대표는 “콘텐츠를 만들 때 정말 최선을 다하지만, 항상 성공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분명한 것은 내가 배트를 휘둘렀기 때문에 삼진도 당하는 것이고, 그중에서 홈런도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최 대표는 지금도 업무 시간의 70%를 기획과 시나리오 집필에 쓴다. 25년 넘게 창작 활동을 이어오는 힘의 원천이 궁금해졌다. 그는 ‘창의력’이 핵심이라고 했다.

그는 “오랜 역사를 지나며 체계화된 지식을 책으로 습득하는데, 이는 죽은 지식이나 다름없다”며 “지식을 토대로 또 다른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창의력은 노력으로 가능한 것일까. 최 대표는 “내가 아무리 잘해도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며 “노력만으로 톱(TOP)이 된다는 것을 약속하기는 어렵지만, 최고 수준까지 올라가는 것은 노력만으로도 가능하다”고 했다. “경영자지만, 여전히 현역 크리에이터로 남고 싶다”고 말하는 최 대표의 눈빛은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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