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린이' 임찬규가 22년 전 눈물 설욕할까…'삼린이' 황동재와 PO 3차전 선발 맞대결

▲ LG 트윈스 임찬규는 준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챙겼다. 이제는 팀이 2패로 탈락 위기에 몰린 플레이오프 3차전 선발을 맡는다. ⓒ곽혜미 기자

▲ 삼성 박진만 감독은 3차전 선발투수로 좌완 이승현을 계획했으나 2차전을 앞두고 황동재를 선발로 내보내기로 했다. ⓒ삼성 라이온즈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서울에서 나고 자란 '엘린이(LG 어린이 팬)' LG 임찬규와 대구 출신 '삼린이'(삼성 어린이 팬)' 삼성 황동재가 플레이오프 3차전 선발 맞대결을 벌인다. 이미 2패로 탈락 위기에 몰린 LG는 준플레이오프에서 2전 전승을 거둔 임찬규에게 기대를 건다. 삼성도 구자욱의 공백을 최소화하고 한국시리즈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시리즈 최단기 돌파가 필요한 만큼 황동재의 호투가 필요하다.

KBO는 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임찬규와 황동재가 선발 등판한다고 예고했다. 공교롭게도 두 팀 모두 3차전 선발투수 계획을 플레이오프 개막 후 바꿨다. 임찬규는 14일 경기가 비로 하루 밀리면서 4차전이 아닌 3차전에 등판하게 됐다. 황동재는 1차전까지 불펜에서 대기하다 14일 오전 삼성 코칭스태프 회의를 통해 3차전 선발투수로 낙점됐다.

▲ 임찬규 ⓒ곽혜미 기자

임찬규는 '엘린이'답게 지난해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LG의 마지막 우승 도전을 떠올렸다. 바로 삼성을 상대로 준우승한 2002년 한국시리즈였다. 임찬규는 2002년 11월 10일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LG가 삼성에 끝내기 패배를 당하자 울며 다음 날 학교를 가지 않겠다고 떼썼다는 일화를 들려줬다. 준플레이오프가 끝난 뒤에는 "어릴 때 봤던 2002년 한국시리즈 생각이 났다. 이번에는 꼭 설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플레이오프 선전을 다짐했다.

준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11⅓이닝을 3실점(2자책점)으로 막고 2승을 챙기며 LG의 가을 에이스로 떠올랐다. 지난해까지는 포스트시즌 선발승이 없었는데, 올해는 두 차례 등판에서 모두 승리투수가 됐다. 그것도 시리즈 전적 1패로 몰린 시점에서 반격의 1승, 또 2승 2패로 마지막 승부를 펼친 5차전에서 승리를 챙겼다. 이제 임찬규에게 '가을 징크스'는 옛말이다.

이번 경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에서 펼쳐진다. LG는 13일과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각각 4-10, 5-10으로 완패했다. 홈런 8개를 내주는 동안 3개를 쳤다. 장타력에서 완벽하게 밀렸다. 이제 1패는 곧 탈락이다.

임찬규의 등판 일정이 조정된 것 역시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다. LG 염경엽 감독은 원래 임찬규를 4차전 선발로 준비했다. 그런데 14일 경기가 취소되면서 3차전을 준비하던 손주영을 15일 2차전으로 앞당겼다. 임찬규 역시 하루 당겨서 투입한다. 그만큼 임찬규에 대한 신뢰가 커졌다.

▲황동재 ⓒ삼성 라이온즈

황동재는 대구광역시 동구 소재 율하초등학교를 나와 경운중학교, 경북고등학교를 거쳐 2020년 1차 지명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태어날 때부터 '삼린이'일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임찬규처럼 2002년 한국시리즈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지금은 팀을 3경기 만에 한국시리즈에 올려놓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14일 삼성 박진만 감독은 "3차전 선발은 왼손 이승현과 황동재를 고민했는데 황동재로 결정했다. 이승현은 중간에서 중요한 몫을 해줘야 한다. 선발이 내려간 뒤 좌타 라인을 잡으려면 이승현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오늘 비가 와도 3차전은 황동재다. 레예스는 어제도 101구 던졌고 휴식이 필요해서 (우천 취소 여부와 별개로)4차전에 나간다"고 설명했다.

원래 삼성은 3차전 선발투수로 '좌승현' 이승현(57번)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13일 1차전에서 이승현을 중간에 기용한 뒤 계획을 수정했다. 구위파 왼손투수인 이승현을 3차전 선발로 하루만 쓰기에는 아쉽다는 판단에 로테이션을 조정했다. 박진만 감독은 "황동재 선발은 오늘(14일) 오전에 결정했다. 어제 경기 후에 이승현이 불펜에서 좋은 활약을 해줄 수 있다고 봤다"고 밝혔다.

황동재는 올해 15경기에서 1승 2패 평균자책점 4.07을 기록했다. LG 상대로는 1경기에서 1이닝 무실점을 남겼다. 지난해 정규시즌에서는 선발로 나와 LG 타자들을 5이닝 4피안타(1홈런) 1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포스트시즌 등판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삼성은 이미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젊은 선수들의 힘을 확인했다. 김영웅은 2경기 연속 홈런을 터트렸고, 이재현은 연일 호수비로 내야를 지켜줬다. 이제는 황동재가 담대한 심장을 보여줄 때다.

한편 삼성은 13일과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과 2차전에서 강력한 타선, 안정감 있는 선발진을 앞세워 2승을 선점했다. 1차전에서는 구자욱과 김영웅, 르윈 디아즈가 홈런을 터트렸다. 2차전은 김영웅이 2경기 연속 홈런을 날린 가운데 김헌곤과 디아즈는 각각 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LG는 박해민과 김현수의 홈런으로 응수했으나 일찌감치 벌어진 차이를 따라잡기에는 너무 늦은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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