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혁명 인상주의, 마드리드에선 17세기부터 했다”
프라도 미술관 화가들이 선구적인 이유
19세기 프랑스 르느와르보다 200년 빨라


[헤럴드경제, 마드리드=함영훈 기자]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프라도 미술관에 가면 미술책에서나 볼 수 있었던 거장들의 그림을 마주하는 감동을 얻는다. 세계 3대 미술관이다.
펠리페4세가 집권하던 17세기, 궁정화가였던 벨라스케스는 1656년 ‘시녀들’이라는 작품을 통해 유럽화단에 큰 파장을 일으킨다. 왕과 왕비를 화폭 속 조연으로 신분이 다른 사람과 함께 등장시킨 점, 마르가리타 공주 뿐 만 아니라 시녀들, 난쟁이, 개를 같은 선상과 비중으로 배치했다는 점, 작가 자신을 화폭의 매우 중요한 인물로 등장시켰다는 점 등 파격이 곳곳에 보인다.
▶마드리드 프라도 ‘시녀들’ 미술사적 가치= 등장인물은 왼쪽부터 화가 본인 벨라스케스, 시녀 마리아, 마르가리타 공주, 다른 시녀 이사벨, 난쟁이 마리바르볼라와 니콜라시토 페르투사토, 왕비의 시녀장 마르셀라, 왕비의 수행원 돈 디에고 루이스, 거울에 비친 마리아나 왕비와 국왕 펠리페 4세, 왕비의 시종 돈 호세이다. 제목은 ‘화가의 초상화’, ‘가족도’, ‘펠리페4세의 가족’ 등으로 불리다 1843년이후에야 ‘시녀들’로 불리게 된다. 그림의 명확한 의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시녀와 공주를 나란히 배치시켜 누구든 예술의 주인공이 될수 있다는 점, 화가 자신에게 기사단 옷을 입히고 비중있는 인물로 표현해 신분상승 열망을 드러냈다는 평가도 있다. 롤모델인 루벤스 모작들을 그림의 배경 액자로 활용한 점도 그렇다.
화폭의 중심 시선을 거울에 비친 왕과 왕비로 설정(실질적인 센터)하면서 금기시 된 것(용안 그림 함부로 그리는 것)에 반발도 줄였다. 화면 내부의 재현된 세계와 화면 밖 현실 세계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렸고, 화가가 왕실의 일원이 된 것처럼 묘사했다.
일정한 빛이 드는 시간에만 그려, 찰나의 풍경 느낌를 생생하게 살리려했다는 점에서 인상주의의 첫 작품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또 신과 성인 말고도 모든 인간과 사물을 평등하게 담으려는 리얼리즘 예술의 개척, 화가는 기능공이 아니라 중시되어야할 미학 추구 소셜디자이너라는 점을 담았다는 해석도 나온다.[프라도 전시실 12]
피카소와 살바도르 달리가 ‘시녀들’ 패러디 혹은 자기스타일의 모작을 발표해 새로운 후폭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인상주의 역사 다시 써야= 특정 시점, 빛이 주는 예술적 감흥을 활용한 것은 프라도 미술관이 전시하고 있는 엘 그레코 ‘목동들의 경배’(1612), 벨라스케스의 ‘십자가에 못 박힌 (고개숙인) 그리스도’에서도 나타난다. 즉 인상주의가 19세기 르느와르때 어느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닌 것이다.


벨라스케스의 ‘실 잤는 사람들’(1655)의 물레는 실제 회전하는 듯한 느낌까지 주어 인상주의적 요소를 확장시킨 것으로 평가되며, 고야의 ‘카를로스 4세 가족’(1800) 그림은 권력의 실세였던 왕비가 센터에 섰지만, 왕도 자존심이 있어 한발 앞으로 내민 모습이 그려졌는데, 일종의 심리학적 그림으로 평가된다.
프라도를 장식한 주요 화가의 탄생연도는 히에로니무스 보스 1450년, 뒤러 1471년, 티치아노 1488년, 엘그레코 1541년, 루벤스 1577년, 벨라스케스 1599년, 고야 1746년이고 프라도에는 없지만 새로운 사조를 열었다고 프랑스가 선전하고 세계각국 미술책에 기재된 르느와르는 1841년생으로, 이미 선구적인 화풍을 실험하고 구현했던 프라도 화가들에 비해 새카만 후배이다.

▶15세기 파격 성화 ‘쾌락의 정원’= 히에로니무스 보스가 1490년부터 10년간 그린 ‘쾌락의 정원’은 접을 수 있는 3폭 병풍형태의 그림이다. 트리프티크(triptych, 삼련제단화: 주로 성전 제단에 두는 3폭 그림)의 효시 격 작품이다. 세 화폭은 각각 천지창조-인간세상-지옥을 표사했고, 접힌 상태의 표지에는 달을 그렸다. 그림을 펴면, 신이 벌거벗은 상태의 인간을 창조하고 인간은 에덴동산에서 쫓겨난후 질투, 탐욕, 죄를 저질렀으며, 이에 대해 심판 받는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나타난다.
성인들의 자취와 일화를 그린 다른 종교그림에 비해 인간을 중심으로 속세의 갖가지 면면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첫 그림에는 지상낙원에 신이 아담과 이브를 창조하는 모습이 나오고 두 번째 그림에선 인간들이 쾌락을 탐닉하고 남녀가 키스하는 모습을 다른 남자가 노려보는 삼각관계를 그렸으며, 이같은 인간들의 행각을 새가 지켜보는 모습이 그려졌다. 작가는 삼각관계가 악을 잉태하며, 새는 악을 상징한다고 여겼다. 그 이전 백인 화가들이 그린 그림들에선 흑인이 나타나지 않았는데, 이 그림에선 흑인도 보인다. 당시로서는 파격이었다. 세 번째 그림에선 악마가 악기들을 연주하는 가운데, 인간들이 쥐와 토끼 등으로부터 형벌을 받는 모습들이 묘사됐다.

이 접이식 병풍형 그림 속에, 이승과 내세, 희로애락, 탐욕의 경계 등이 인과적으로 담겼다. 3화폭 그림의 선구이기도 하다. [프라도 전시실56A]
스페인이 주도하는 ‘프라도 계열’ 화가들은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 예술사조를 앞서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마드리드는 예술계 만남의 광장이었다. 그리스 출신 화가는 아예 나라이름이 예명(그레코)이 됐다. 가까운 이탈리아 출신들도, 한때 합스부르크 스페인이 지배했던 네덜란드-벨기에 출신들도, 마드리드에 모였다. 특히 라틴 아메리카 예술가들도 많아서 대서양을 낀 두 대륙 사이의 교량 역할을 한다. 마드리드는 이렇듯 두 대륙 크로스오버라는 엔진에다, 영감을 찾아 여행하던 유럽 예술인들의 종점 역할을 했으니, 유럽 문화예술의 리더가 된다.
스페인관광청, 마드리드 자치구 관광청과 함께 스페인 수도권의 문화예술 명소를 돌아보았다.

프라도 미술관(Museo del Prado)은 파리의 루부르 박물관, 런던의 대영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미술관이다. 회화관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이다. 궁궐의 한 부분이었다가 1819년 신고전주의 양식의 미술관 건축물로 리모델링 증축됐는데, 소장 작품은 약 6000점, 전시되는 것은 3000점에 이른다. 12~18C에 이르는 다양한 작품들을 접할 수 있으며 특히 16,17C의 작품이 주를 이룬다.
고야, 벨라스케즈, 루벤스, 히에로니무스 보스, 엘 그레코 등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벨기에, 독일 등 유럽 각국의 화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2층의 고야 전시실에 있는 ‘옷을 입은 마하(La Maya Vestida)’와 ‘나체의 마하(La Maya Meninas)’, 그레꼬와 보스의 종교화 등은 반드시 감상해야 할 걸작들이다. 미술책에선 마야로 표기하지만, 스페인 발음은 마하이다. 마하는 그림 의뢰자의 정부라는 설, 선남선녀 중 여성을 칭하는 보통명사라는 설 등이 난무하는데, 그림을 의뢰한 귀족이 나체그림을 금기시 하던 시절 비밀리에 혼자만 감상하다가 들통나 세상에 알려졌다고 한다.[전시실38]


1808년 5월2일, 5월3일(고야) 두 개의 그림은 나폴레옹 군대의 마드리드 침략, 그 잔혹상을 하루차이로 보여준다. 2일 그림은 프랑스가 아랍용병까지 써가며 마드리드에 진격하는 모습이고, 3일 그림은 양민들까지 학살하는 모습을 담았다.[전시실 75]
스페인의 18세기는 미술에 대한 관심이 저조한 시기였으나 고야의 그림이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초현실주의 및 인상주의로 이어지는 근대미술을 스페인이 이끌어다는 평가도 나온다. 〈계속〉
▶스페인 마드리드 문화유산 미식 스마트 여행, 현장 탐방기 싣는 순서 = ▷11월2일 ①아란후에스 짙은 선율 타고 스페인 세계유산 속으로 ②스페인 미식 한국인 입맛과 찰떡 궁합...타파스가 삼합? ③옛성·수도원서 하룻밤, 스페인관광청 파라도르 적극 붐업 ▷11월8일 ④마드리드 도심 여행, 그란비아 가도, 시벨레스 광장 ⑤스페인 왕궁 무려 2800칸, 선물 받은 이집트신전 눈길 ▷11월11일 ⑥“미술혁명 인상주의, 마드리드에선 17세기부터 했다” ⑦마드리드 소피아 ‘게르니카’ 뭉클, 고고학博 한국 닮은꼴도 ⑧마드리드 맨날 장날? 시끌벅적 서서먹는 시장 음식 발달 ▷11월13일 ⑨스페인 한류 열풍, K팝-車-스마트 정책..전방위 확장 ▷11월15일 ⑩어리고 귀여운 아내 위한 ‘빛의 풍경’ 마드리드를 비추다 ⑪마드리드 하면 축구지..레알, AT, 바르사의 전쟁 ▷11월23일 ⑫플라멩코는 블루스를 낳고..유라시아 민중예술의 총아 ⑬친근한 촌마을 ‘친촌’과 예술 깃든 스페인 소도시들 ▷11월25일 ⑭친환경·스마트·영 마드리드..어학·마이스·나이트 생태계 ⑮스페인 전국 가볼만한 곳, 마드리드로 상경한 맛집들
abc@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코인으로 돈 다 날린 ‘이 남자’ 울린 ‘충격의 말’, 뭐길래?
- “막내아들 덕분에 1주일새 1천만원 벌었다” 시끌벅적 ‘돈벌이’ 알고보니
- “이 나이에 1200억원 잭팟” 너무 부러운 20대 청년, 누구길래
- 시드니 해변서 2500명 누드 촬영…무슨일?
- 호날두, 바지 속 손 넣은 뒤 입으로 ‘쏙’…팬들 “도대체 뭘 꺼낸거야?”
- “유재석 간판 예능이 왜?” 칼 빼든 방심위, 무슨 일
- 中, 월드컵 본선행 실패 前 국대감독 숙청
- “이젠 세끼 대신 두끼가 대세?”…확 달라진 ‘끼니 전쟁’ [식탐]
- “너무 뚱뚱해서”…비행기 탑승 거부 당한 30대 여성
- “재건축 확정됐다”며 페인트 다시 칠했던 은마아파트…뜬금 과태료 처분 왜?[부동산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