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뇌에 칩’ 머스크의 도전 시작됐다

선명수 기자 2023. 5. 26. 20:5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 FDA, 뉴럴링크 임상 시험 승인
신체 마비된 사람과 컴퓨터 연결
각종 기기 조종·타인과 소통 목표
실험 중 동물 최소 1500마리 죽어
동물 학대 등 논란도 적지 않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019년 8월29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콘퍼런스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원 안은 머스크가 자신이 설립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만든 컴퓨터 칩으로 머스크가 2020년 8월28일 열린 프레젠테이션에서 직접 공개했다. 로이터AFP연합뉴스

미국 보건당국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추진해온 인간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기 위한 임상 시험을 승인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머스크가 설립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인간을 대상으로 첫 임상 연구를 시작하기 위한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뉴럴링크는 인간의 두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BCI)를 개발하기 위해 머스크가 2016년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인간의 뇌에 칩을 이식해 생각만으로 기기를 제어하고 의사소통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머스크는 2019년부터 여러 차례 자신의 회사가 마비와 실명 같은 장애 및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사람의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는 임상 시험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칩 이식을 통해 신체가 마비된 사람이 생각만으로 각종 기기를 조종하고, 타인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칩 이식이 기억력 감퇴나 시력·청력 손상, 비만, 우울증, 불면증, 자폐증, 정신분열증 등을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2020년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한 돼지의 모습을 공개하며 “이 장치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인간의 두뇌가 (컴퓨터와 연결돼) 인공지능(AI)과 합쳐지도록 하는 것”이라는 장기적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질병 치료는 물론 ‘인간과 AI의 결합’을 꾀하고, 생각만으로 다른 이들과 마치 ‘텔레파시’처럼 소통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이를 ‘개념적 텔레파시’라고 지칭했다.

머스크는 이듬해 4월엔 생각만으로 비디오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원숭이의 뇌에 무선 컴퓨터 칩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며 원숭이가 조이스틱 없이 비디오 게임을 하는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뉴럴링크는 원숭이 뇌에 이식된 칩들은 뇌에서 생성된 신호를 해석하고 블루투스를 통해 정보를 장치에 전달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말엔 “6개월 내로 뉴럴링크의 컴퓨터 칩 이식 임상 시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자신도 ‘실험체’가 되겠다고 밝혔다.

뉴럴링크는 지난해에도 FDA의 승인을 요청했으나 거부됐다. 당시 FDA는 칩이 과열돼 뇌 조직을 손상할 수 있고, 칩 제거 과정에서도 뇌 손상 우려가 있다며 인간 대상 임상 시험을 불허했다.

뉴럴링크의 연구와 관련해 논란도 적지 않았다. 돼지와 원숭이, 양 등의 동물을 대상으로 시험을 해온 뉴럴링크는 이 과정에서 동물 학대 등 동물복지법 위반 혐의로 미 농무부와 연방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2018년 이후로 실험 과정에서 죽은 동물만 최소 1500마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럴링크는 FDA의 승인이 “중요한 첫 단계”라며 “우리 기술이 많은 사람을 도울 것”이라고 자축했다. 뉴럴링크는 임상 시험 참가자 모집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며 이에 대한 정보는 곧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뉴럴링크는 구체적인 임상 시험 허용 범위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뉴럴링크의 발표 내용으로 미뤄볼 때 마비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