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하는 법을 알아버린 포식자"…중국이 무서운 진짜 이유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9. 2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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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경제를 보는 색(色)다른 시선 ⑪] 우리가 무시했던 '전기차 제국', 중국의 6가지 비밀 (글 :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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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럽의 '고율 관세 폭탄'에도 중국 기업 주가는 무반응 WHY?

미국의 대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트럼프에 지지율이 밀리던 바이든은 지난 5월 러스트벨트 노동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고율 관세 폭탄을 투하했다. 중국산 전기차에 현행 25%의 관세율을 파격적으로 100%로 올리고 태양광에 50%, 반도체에도 50%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은 중국이 전기차, 태양광, 배터리에서 내수 시장의 공급 과잉을 해외로 돌려 해외 시장의 가격 질서를 붕괴시키고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기 때문에 자국 시장 보호를 위해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이런 조치에 대해 WTO 위반이라고 별 실효성도 없는 WTO 제소로 맞대응했다. 2023년 기준 중국은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70% 점유율로 세계 1위이다.

정말 50%~100%의 고율 관세가 문제라면 주가가 대폭락하고 업체가 난리가 나야 하는 데 정작 중국의 전기차 대표 기업 BYD(比亚迪)나 배터리 대표 기업 CATL(宁德时代), 태양광 대표 기업 Longi(隆基股份) 등의 주가는 별 변화가 없었다.

이유는 중국이 미국에 직접 수출하는 전기차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배터리, 태양광 등에서 중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66~86%를 차지하기 때문에 미국의 제재가 중국에 치명적 타격을 주지 못한다는 의미이고 문제는 소재나 재료에서는 중국이 절대적인 장악력을 가지고 있어 단기간에는 중국 외 다른 대체 국가가 없기 때문이다.

EU도 중국산 전기차의 공습에 대응해 9월 25일 중국산 전기 자동차에 확정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하는 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27개 회원국 중 EU 전체 인구 65% 이상을 대표하는 15개국 이상 회원국이 찬성할 경우, 해당 관세는 11월부터 5년간 발효된다.

EU는 7월 5일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잠정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생산해 유럽연합으로 전기차를 수출하는 테슬라와 BMW의 경우에는 유럽연합 보조금 조사엔 협조했지만 개별적인 표본 시험엔 응하지 않아 20.8%포인트 추가 관세를 부과받았다. 조사에 응하지 않은 업체들은 37.6%포인트 추가 관세가 부과된다.

EU는 중국 전기자동차 업체가 이미 부과받고 있는 10% 관세에 더해 상하이자동차(SAIC), 지리(Geely), 비야디(BYD)에 각각 36.3%포인트, 19.3%포인트, 17.0%포인트의 관세를 추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해당 회사들의 주가는 큰 변동이 없었다. 중국의 전기차 수출은 2023년 총 181만 대 수준이었고 이 중 유럽 비중은 74만 대로 40.8%지만 중국의 2023년 전기차 총판매 대수 950만 대의 7.8%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 지역 비중은 1%에 불과하다.


미국의 8배, 유럽의 4배나 되는 '전기차 제국'을 건설한 중국
중국의 전기차 수출이 내수 시장의 공급 과잉을 해외로 돌리기 때문에 제재하는 것이라면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에서 내수 시장보다 큰 생산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일본, 멕시코, 한국, 스페인, 독일, 인도 브라질도 모두 공급 과잉을 해외로 돌리기 때문에 제재받아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

세계의 공장, 중국은 전통 제조업 수출에서 세계 1위는 이미 오래전 얘기이고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미국의 논리대로라면 중국의 공급 과잉 수출은 전기차가 처음이 아니다.

미국의 정치적 레토릭이 강한 '중국산 공급 과잉론'보다는 후진국 중국의 전기차가 '자동차의 원조 할매집' 미국과 '세계적인 명차가 즐비한' 유럽이 고율의 폭탄 관세를 부과해야 할 정도로 두려운 존재가 되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 러스트벨트 노동자의 표심 잡기에 혈안이 되어 중국의 수출도 거의 없는 품목에 100% 관세를 붙이는 선거판의 정치 레토릭이 아닌 중국의 실력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

중국 전기차 시장과 미국 유럽의 전기차 시장의 규모를 보면 중국 전기차 시장은 미국 시장의 8배, 유럽 시장의 4배나 되는 규모다. 전기차에 있어서 세계 최대의 시장은 미국과 유럽이 아닌 중국이다. 세계 최고의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세계 최대 메가 팩토리를 중국 상하이에 지었다. 지금 세계 1위의 전기차 메이커는 테슬라를 제친 중국의 BYD다.

2024년 1월 기준 세계 1위 전기차 메이커는 20.2% 점유율 가진 중국의 BYD이고 2위가 11.3%인 미국의 테슬라다. 3위가 중국의 지리자동차, 4위가 독일의 폭스바겐, 5위가 중국의 상하이자동차다.


'전기차 제국'을 건설한 중국 전기차 산업의 6가지 비밀
지금 미국과 유럽의 전기차 시장과 중국의 전기차 시장 규모를 보면 왜 미국과 유럽이 고율 관세 폭탄을 들고 방어할 수밖에 없는지 알 수 있다. 중국은 2024년 7월 기준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31%, 전기차 시장에서 68%의 시장 점유율을 가진 세계 최대 시장이다.
세상에 이유 없는 무덤이 없다. 세계 자동차 업체들의 '봉'이자 세계 '자동차 시장의 백화점'이었던 중국이 전기차 시장에서 세계 1위를 하고 미국과 유럽을 위협할 정도로 커진 데는 6가지 비밀이 있었다.

1) '살을 주고 뼈를 얻는 전략(육참골단 肉斬骨斷)'을 썼다.

중국이 전기차 제국으로 올라선 데는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는 '육참골단(肉斬骨斷)'의 전략이 있었다. 육참골단(肉斬骨斷)의 전략은 작은 손실을 보는 대신에 큰 승리를 거둔다는 전략이다. 전기차의 불모지 중국이 세계 전기차 1위 기업인 미국의 테슬라를 중국 상하이로 유치한 것이다.

테슬라의 상하이 기가팩토리는 상하이 푸동의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는데 미중 전쟁이 불붙은 2018년 12월에 착공하여 12개월 만인 2019년 12월에 완공하였다. 중국의 외국 자동차 회사는 모두 중국 기업과 합작인 반면 테슬라만 100% 독자 외상 기업의 특혜를 부여했다.

미중의 경제 전쟁으로 테슬라의 중국 상하이 공장은 크게 타격받을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테슬라의 중국 영업은 마치 애플의 중국 사업처럼 번성했고 테슬라가 전기차에서 세계 1위를 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2019년 15만 대 생산 규모로 시작한 상하이 공장은 2023년 말 95만 대 규모로 확장했고 테슬라의 전 세계 공장 중 최대 규모다.

미중 경제 전쟁의 와중에서, 세계 최고의 전기차 경쟁력을 가진 테슬라가 진입하면 테슬라가 중국 시장을 장악할 것이 분명한데도 중국이 테슬라를 유치한 것은 중국의 숨겨진 전략이 있었다. 바로 세계 1위 기업인 테슬라의 공급망을 활용하는 것이다.

테슬라 상하이 공장에 납품하기 위한 세계 1류의 전기차 부품 공급망이 중국에 들어오게 되고, 중국은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에게 일부분 내어주지만 중국 전기차 제조회사들도 자연스럽게 테슬라의 공급망을 직간접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경쟁력을 확보하게 만든 것이다.

2) 미국 반도체 보조금의 4.4배에 달하는 '화끈한 보조금 지원'이 있었다.

2019년 기준 1인당 소득이 1만 달러대에 불과했던 중국이 전기차를 대량 소비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중국 정부는 내연기관 자동차에서는 승산이 없다고 보고 일찍부터 전기차 산업 육성에 올인했다. 그리고 북경을 비롯한 중국 대도시는 심각한 대기 오염(雾霾)으로 북경 천도설까지 나돌 정도였고 그 대응책의 일환으로 클린에너지를 쓰는 전기차의 도입을 유도했다.

중국은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자동차 구매 시 보조금, 세금 감면, 인프라 투자, 연구개발, 정부 구매 등 각종 명목의 정부 보조금으로 총 2,308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2019년 이후에만 1,528억 달러를 지급했다. 초기에는 보조금 비중이 컸지만 후기로 갈수록 세금 감면의 비중을 높였다.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2,308억 달러는 미국의 Chips법에 따른 반도체 보조금이 527억 달러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미국 반도체 보조금의 4.4배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미국의 IRA법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이 7,500달러 수준인데 이를 받기 위해 각국 전기차 회사들이 난리를 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대당 전기차 보조금은 이미 2018년부터 대당 13,860달러를 지급했고 2021년까지 미국보다 높은 8,538달러를 지급했다. 중국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세계적인 가격 경쟁력을 갖추자 보조금을 2023년에는 4,764달러까지 낮추었다.

3) 샌드박스에서 '규모의 경제'를 만들었다.

중국은 사회주의 특성상 모든 산업에서 엄격한 규제와 통제를 하였고 신규 진입에 있어서는 인허가에서 제한을 두었다. 그래서 자동차, IT, 통신 등의 신산업은 제한된 경쟁 속에서 성장했고 정부의 정책 보호 속에서 성장하는 바람에 몸집은 빠르게 커졌지만 산업의 경쟁력은 국제적인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중국은 전기차 산업에서는 이러한 진입 제한을 풀었다. 중국에 없었던 전기차 산업에서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해 진입 제한을 없앴다. 그 덕분에 대거 민간 기업들이 진입해 생존을 위해 중국 전기차 시장은 박 터지는 경쟁을 하는 완전경쟁시장이 되었다. 2024년 7월 현재 월 2,500대 이상 전기차를 판매하는 회사의 수만 50개가 넘는다. 이중 1위 업체가 17.5% 점유율이고 상위 10위 업체의 점유율이 2.8% 수준이고 50위 업체는 0.1%에 불과하다.

정부의 천문학적 보조금 지원으로 전기차 업체들이 대거 등장했지만 시장의 확대와 선발 업체들의 '규모의 경제' 도달로 정부 보조금 없이도 원가 하락이 가능한 정도에 이르자 정부는 보조금 축소 정책으로 선회하였다. '규모의 경제'에 도달한 상위 TOP 5 정도만 살아 남고 나머지는 자연 도태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살아남은 상위 업체는 중국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전기차 업체들과의 경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튼튼한 내공과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4) '선수에게 키'를 맡겼다.

산업이 낙후되었던 중국은 중국 산업을 일으킨 인물에게 '산업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붙이기를 좋아한다. 중국의 핵폭탄을 개발한 '핵무기 개발의 아버지'로 통하는 덩자셴(鄧稼先)은 미국 듀크대에서 공부했고 1960∼1970년대 원자폭탄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독자 개발한 주역이다. 중국 '인공위성의 아버지' 첸쉐썬(錢學森)은 미국 MIT에서 공부하고 중국으로 돌아와 중국 인공위성 독자 개발의 주역이 되었다.

중국 '핵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주광야(朱光亞)는 미국 미시간대에서 핵물리학을 전공하고 중국에 돌아와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을 개발하였다. 중국 '희토류의 아버지'로 통하는 쉬광셴(徐光憲) 박사는 미국 콜롬비아대학을 나와 희토류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자로 중국 희토류 산업을 세계 1위로 올려놓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중국의 전기차 산업에도 '중국 전기차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가 있다. 바로 현재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완강(萬鋼·69) 부주석이다. 그는 2007년부터 2018년까지 11년 동안 과기부 장관으로 있으면서 오늘날 중국 전기차 산업을 반석 위에 올려놓은 인물이다.

완강은 상하이 출신으로 문혁 시기 연변조선족 자치구로 하방 당했던, 반혁명분자의 아들이었지만 1975년 공농병학생으로 동북임업대학에 들어갔고 1979년 상하이 동지대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1984년 세계은행 장학금으로 독일 클라우스탈 공대로 유학해 자동차공학 박사를 받았다.

그의 자동차 저소음 관련 박사논문 연구 결과는 폭스바겐이 그대로 채용해 폭스바겐 차량 3,500만 대를 만드는 데 적용되었고 그 공로로 니더작센주 정부로부터 철십자 훈장까지 받았다. 완강 박사는 1991년 독일 아우디에 엔지니어로 입사해 승승장구했고 1998년에는 독일 자동차 업계가 뽑은 10인의 엘리트에 선정되는 등 독일에서도 알아주는 촉망받는 자동차 엔지니어가 되었다.

2000년 주롱지 총리의 요청으로 귀국한 완강은 중국 최초로 수소연료차를 개발했고 동지대 총장을 지냈다. 그는 귀국하면서 해외 화교 엘리트들이 주로 가입하는 치공당(中国致公党)에 입당했고 2007년에 공산당원이 아닌 비당원으로는 35년 만에 중국 과기부 장관에 취임했다.

완강은 중국 자동차 산업의 획기적 발전을 위해 친환경 자동차 개발에 집중할 것을 정부에 제안했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미국, 독일, 일본, 한국 등 자동차 강국들을 추격 불가하기 때문에 선진국이 아직 못한 전기차로 '월반'을 하자는 전략이었다.

중국은 이를 받아들여 주석이 후진타오(2007)에서 시진핑(2012)으로 바뀌었음에도 2007년~2018년까지 무려 11년간 완강은 장관직에 머무르게 하면서 중국 전기차 산업을 육성했다. 장관이 된 후 완강은 매년 10개 도시를 선정해 1,000대의 전기차를 보급하는 '십성천량(十省千輛)' 정책부터 시작해 전기차 시장을 육성해 중국 전기차를 미국과 유럽이 두려워하는 단계로 끌어올렸다.

중국 정치 지도자는 바뀌어도 주무장관은 유임시켜 정책을 밀어붙인 중국 지도자들의 사람 보는 눈과 뚝심, 자동차 강국 독일의 아우디에서 보장된 꽃길을 미련 없이 버리고 중국으로 돌아온 완강의 전기차에 대한 열정이 중국이 전기차 제국을 성공적으로 건설하는 데 결정적인 한 요인이 되었다.

한국과 중국의 최근 27년간 역대 과학기술을 담당하는 장관의 수를 보면 한국은 27년간 18명이 바뀌어 평균 2년도 임기를 못 채웠다. 반면 중국은 5명으로 최하 5년 이상의 임기를 보장받아 정책을 일관성 있게 집행하고 있는 것이 큰 차이다.

5) 제품이 아니라 '생태계를 잡았다'.

전기차에서 배터리의 원가 비중은 회사별로, 차종별로 다르기는 하지만, 2023년 기준 현대차의 사례로 보면 35~61%이고 평균이 46%이다. 그리고 이 중 양극재의 비중이 47%, 음극재가 12%, 분리막 14%, 전해액 12%, 조립 등 기타 원가가 15%이다.

배터리가 전기차의 가격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고 배터리는 4대 소재의 원가에 따라 가격 경쟁력이 결정되는 구조다. 중국은 지금 전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65%의 점유율을 가진 세계 1위이고 2위인 한국의 21%와는 3배 이상 격차가 있다. 일본은 한국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9% 선에 그치고 있다.

주목할 것은 배터리 4대 소재 시장에서 중국의 시장 장악력이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포함한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로 개도국 원자재 시장에 진출해 전기차 산업에 필요한 소재에서 막강한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였다. 중국은 세계 배터리 4대 소재 시장에서 양극재 60%, 음극재 84%, 전해액 72%, 분리막에서 68%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어느 나라도 추월할 수 없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생태계를 장악해 전기차 시장에서 강한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흑연(100%), 코발트(74%), 리튬(65%), 니켈(17%) 등 핵심 광물에서 세계 시장을 장악했고 이를 기반으로 한 배터리 제조, 그에 따른 배터리의 제조 원가 경쟁력이 중국 전기차 산업의 최강 원가 경쟁력의 비밀이다.

6) 전기차 '인프라'를 제대로 깔았다.

반도체가 전자기기의 두뇌라면 전자기기의 심장은 배터리다. 배터리 없이는 전자기기는 의미가 없다. 전기차의 진입 장벽이 낮고 신생 업체들이 대거 등장할 수 있는 것도 전기차는 전자제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핸드폰에 AP칩 경쟁이 치열하지만 배터리가 나가거나 충전선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중국의 전기차 제국 건설에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 중의 하나는 전기차 충전소의 확충이다. 중국은 2024년 7월 현재 전국에 전기차 충전소 1,060만 개를 설치했다. 공공 충전소가 320만 개, 민영 충전소가 740만 개다. 중국은 주유소가 대부분 국유기업 소유라서 기존 주유소에 수익성에 상관없이 충전기 설치가 상대적으로 용이해 전기차 구매자들이 충전에 불편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중국의 공공 충전소 설치 대수를 비교해 보면 여타 국가들과 압도적인 우위다.


'캐즘(Chasm)'에 빠진 2024년 중국 전기차 시장
신성장 산업의 기술 주기 성장 곡선을 보면 침투율이 13.5%~34.0% 사이에서는 대대적인 산업의 구조조정으로 모든 참여 기업들이 피 터지는 경쟁을 해야 하는 '캐즘(Chasm)의 시기'가 도래한다. 시장도 커지지만 시장 성장 속도보다 더 많은 진입자가 등장하면서 치열한 시장 점유율 경쟁이 벌어지는 생존의 게임이 시작된다.

세계 전기차 시장을 보면 전기차의 침투율이 2021년에 캐즘의 시대에 진입했고 2023년 현재 침투율 22% 선으로 34%의 마의 고지를 넘으려면 2027년까지는 가야 한다. 이 시기는 치열한 신제품 경쟁, 기술 경쟁, 그리고 가장 고약한 가격 경쟁이 벌어지는 시기이고 1등이든 10등이든 흑자 내기 어려운 시기이다.

중국의 경우 2022년 대비 2023년의 차종별 가격 인하 수를 보면 69종에서 102종으로 늘어났다. 월별로 보면 2024년 들어 3월까지 51건이었는데 이는 2023년 동기간 24건의 배가 넘는 규모이다. 차종별로 보면 순수 전기차(EV)의 가격 인하 전쟁이 치열하고 상대적으로 하이브리드는 가격 인하 전쟁은 약한 편이다.

중국의 전기차 침투율을 보면 세계 평균 22%보다 높은 28% 수준이다. 중국의 전기차 보급 속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상황이다. 이미 28%대의 침투율에 도달한 중국 전기차 시장은 향후 1년 이내에 34%의 대중 소비 단계(Early Majority)로 진입할 전망이고 이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제 살 깎는 살벌한 가격 인하가 나올 수밖에 없다.

캐즘에 빠진 중국 전기차 시장이지만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죽은 자들의 점유율을 먹은 살아남은 자들의 축제가 시작된다. 이 캐즘의 시기가 지나가면 대마불사의 신화가 재연되는 전기차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상위사들이 가장 큰 수혜를 볼 전망이다.


주의해야 할 것은 보복 관세가 아니라 '1등 하는 법'을 알아버린 중국
급성장한 중국 전기차 산업은 강점도 있지만 약점도 많다. 내수 시장의 경쟁에서 박 터지는 가격 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저가 저질 차의 이미지, 수출 시장에서 중국차끼리 경쟁해서 제 살 깎기, 캐즘에 빠진 중국 내 전기차 산업의 내부 구조조정, 미국과 유럽의 무역 장벽과 보복 관세, 선진국 시장에서 깐깐한 인증 제도와 자율주행을 위한 운행 데이터 수집에 있어서 개인정보보호법의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쌓여 있다.

그리고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중국 전기차의 과잉 공급 논쟁, 보복 관세 문제는 중국의 전기차 산업의 경쟁력보다는 정치적 측면에서 레토릭의 느낌이 강하다. 중국의 전기차는 이미 미국과 유럽이 쉽게 추월하지 못한 단계에 진입했는데 이를 정확히 보지 않고 감정만 앞세우면 실수한다.

이미 미국의 테슬라를 넘어서는 실력에, 가장 강한 생태계까지 갖추고 있는 중국산 제품을 관세로만 잡기에는 중국산 자동차의 경쟁력이 너무 세졌다. 관세 압박은 단기적인 견제의 효과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원가 경쟁력과 가성비+가심비로 잡지 않으면 대책이 없다.

그리고 진짜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이 신산업에서 '1등 하는 법'을 알았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기술을 베끼던 중국이, 선진국의 OEM 공장이던 중국이 선진국을 넘보는 포식자의 위치에 올라선 것이다.

중국은 신산업에서 후발자에서 추격자로 이젠 추월자로 자리매김한 데는 중국이 1등 하는 루트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미 전기차, 태양광, 배터리에서 보여주었듯이 먼저 규제 샌드박스와 정부 보조금으로 완전경쟁시장을 형성한다. 다음으로 생태계의 확보와 자율적 구조조정으로 규모의 경제 도달과 원가 경쟁력 확보를 달성한다. 거대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무기로 해외 시장으로 진출해 세계 시장 장악을 노리고 있다는 점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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