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 지속' 고려아연 "환영" VS MBK "회장 위해 회삿돈 사용 안돼"[종합2]

정원일 2024. 10. 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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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가 자기주식 취득하는 것 특별히 위법 안돼"
영풍, 추가 가처분 제기. 형사 고소도
영풍 측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자, 고려아연이 공개매수를 통한 자사주 매입에 나서기로 했다. 사진은 2일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2024.10.02. /사진=뉴시스화상

[파이낸셜뉴스] 영풍이 고려아연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기각했다. 이로써 고려아연은 자사주 취득이 가능해져 경영권 방어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다만 이번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판결과 별개로 다른 법적 분쟁이 현재 진행형이라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재판부 "고려아연 경영진, 특별관계자 아냐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부장판사)는 30일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자기 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영풍과 사모펀드 운영사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해 공개매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공개매수에 나선 영풍 측은 최 회장을 상대로 공개매수 기간(9월 13일~10월 4일) 동안 자사주를 취득할 수 없도록 가처분 신청도 냈다.

자본시장법 제140조는 공개 매수자와 그 특별관계자가 공개매수 기간 공개매수 대상 회사의 주식을 공개매수 외의 방식으로 매수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최 회장이 영풍의 특별관계자인 만큼, 공개매수 기간에 공개매수가 아닌 방식으로 지분을 늘리는 것은 위법이라는 취지다.

그러나 재판부는 고려아연 경영진 등이 영풍의 특별관계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영풍이 문제 삼은 자본시장법 제140조의 ‘특별관계자’란 특수관계인과 공동보유자를 의미한다고 규정한다. 아울러 공동보유자 관계가 아닌 것이 증명될 경우, 특수관계인으로도 보지 않는다고 규정도 명시하고 있다.

시행령에 따르면 공동보유자인지 여부는 ‘주식 등을 공동으로 취득하거나 처분하는 행위, 주식 등을 공동 또는 단독으로 취득한 후 그 취득한 주식을 상호 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 의결권(의결권의 행사를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을 포함한다)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재판부는 “영풍과 고려아연의 경우 ‘주식의 공동취득·공동처분·상호양수·의결권 공동행사 등’에 관해 합의한 사실이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공동보유관계에 있지 않는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공동보유자가 아닌 것이 증명됨에 따라 특수관계인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영풍이 “고려아연 측 이사가 충실의무 및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주식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관련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절차 및 제한을 준수하는 한 특별히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며 "현재까지 영풍이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소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고려아연 "환영", MBK "회장 위해 회삿돈 사용 안돼"
법원이 1차적으로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주면서 고려아연으로서는 오는 4일까지인 공개매수 기간까지 경영권 방어를 위한 대응방안 모색이 가능해졌다.

고려아연은 2일 입장문을 내고 “ 당사는 이번 법원 결정을 환영하며,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신 재판부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의 결정에 의해 MBK와 영풍 측의 공개매수 기간 중 자사주를 취득할 수 있는 길이 열림에 따라, 이날 이사회 결의를 통해 공개매수를 통한 자기주식 취득 및 취득한 자기주식에 대한 소각 결정을 했다"며 "이를 통해 단기 차익과 수익률 극대화만을 노리는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의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MBK는 법원 결정이 알려진 직후 입장문을 내고 "이 사건 분쟁의 당사자는 MBK·영풍과 현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일 뿐이고, 고려아연은 분쟁의 당사자도 아니므로 분쟁의 일방 당사자인 최윤범 회장을 위해 회사 자금을 사용해 자기주식을 취득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려아연 실제 시가는 주당 금 50만원 정도인데, 현재 70만원 수준까지 올라와 있는 고려아연 주식의 주가를 고려할 때 자기주식을 취득할 이유가 없다"며 "이러한 주식을 고려아연이 주당 금 80만원에 취득하는 경우 그 즉시 주당 금 30만원가량의 손해를 입게 되며 이러한 의사결정을 한 고려아연 이사는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가처분 결정에 대해 영풍 측이 불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영풍 관계자는 “아직까진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에 대한 불복 여부는 전달받은 바 없다”고 전했다. 법조계에선 영풍이 불복할 가능성은 높지 않게 보고 있다. 한 금감원 출신 변호사는 “공개매수가 오는 4일 종료되고, 법원의 1차적 판단이 이뤄진 시점에서 법원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의 실익이 있겠나”라고 설명했다.

영풍은 이날 처분과 별개로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 목적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하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고려아연이 이사회를 열어 자사주 매입에 나서겠다고 결의한 것이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배임에 해당하니 이를 막아달라는 취지다.

영풍이 최 회장이 회사에 재무적 손실을 끼친 의혹 등을 따져보겠다며 낸 회계장부 열람 등사 가처분 신청 사건도 있다. 법원은 이날 오후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회계장부 등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 첫 심문을 연다.

이와 관련해 형사 고소도 이뤄지며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진 상황이다.

고려아연 계열사인 영풍정밀은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검에 장형진 영풍 고문과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고소했다.

영풍도 맞고소로 대응했다. 영풍은 지난달 25일 최 회장과 노진수 고려아연 부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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