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ㅣ 황성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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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를 보다가 야한 장면이 나올 때,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과 있을 때 우리는 나도 모르게 당황하면서 채널을 돌리거나 애써 못 본 체하곤 합니다. 하지만 혼자 있을 때는 어떤가요? 아마 조금 더 편한 마음으로 이런 콘텐츠를 보시지 않을까 싶은데요.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 일상화, SNS, OTT 채널 확산 등으로 인해 우리는 수많은 콘텐츠를 제한 없이, 매우 쉽게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음란물도 예전에 비해 쉽게 접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SNS 스크롤을 올리다가 갑자기 뜨는 콘텐츠, OTT 채널의 추천 콘텐츠 등으로 의도치 않게 접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자극적인 음란물에 익숙해져서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그런 콘텐츠를 찾아보게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경로와 방식으로 음란물에 대한 접촉이 쉬워지면서, 그에 따른 문제점들도 많이 나타납니다. 흔히 ‘중독’이라고 할 때는 특정 행동(약물 복용, 쇼핑, 게임, 음주 등)을 반복적으로 하며, 내 의지로 조절하기가 어렵고, 그로 인해 직업이나 학업적 기능과 같이 일상적 영역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말합니다. 중독의 특징으로는 중독 행동을 하지 않을 때 나타나는 금단현상과, 같은 수준의 쾌락을 느끼기 위해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이 자극을 원하게 되는 내성을 들 수 있습니다. 중독에서는 단순히 어떤 행동을 많이, 자주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그것을 조절하기 어렵고, 그로 인해 학업, 직장, 대인관계, 정서적 영역과 같은 일상에서의 어려움이 생기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음란물 중독이라는 용어 자체는 임상적 진단을 위한 용어라고 보기는 어려우며, 대중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표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음란물 사용은 처음에는 스트레스 해소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목적에서 가볍게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자극적인 콘텐츠에 익숙해지면서 점차 강도가 높아져야 만족할 수 있게 되고, 더 이상 음란물을 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이를 조절하기 어렵게 되면서 중독적 양상을 띠게 됩니다. 그러면서 음란물 사용을 멈추려고 하면 불안해지거나 초조함이 심해지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멈추지 못한다는 생각에 통제감을 잃은 듯한 느낌과 죄책감, 수치심이 반복됩니다. 그러나 이런 심리적 불편감에도 불구하고 음란물 사용을 쉽게 멈추지 못하고 다시 반복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이런 패턴은 충동조절장애나 행위 중독에서 나타나는 임상적 특징과 중첩되는 면이 많습니다.
음란물 중독에는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개인의 성격적 취약성과 함께 스트레스에 대한 건강한 대처 방식 부족, 정서적 외로움, 고립감, 관계에서 느끼는 공허감 등이 주요 원인이 됩니다. 뇌과학적 측면에서는 일반적으로 중독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고강도 자극이 도파민 체계를 반복적으로 자극하면서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되는 경향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음란물이 시각 체계를 자극하고 도파민을 분비하게 하면서 쉽게 멈출 수 없는 중독의 뇌로 변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음란물 사용이 불안이나 외로움 같은 부정적 정서를 잠시 잊게 해주는 즉각적 보상이라는 점도 반복적 사용의 기제로 작동합니다. 우울하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잠시나마 즉시 이런 기분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는 점이 크게 다가오는 것이죠. 여기에 더해, 수면 부족, 스트레스, 우울이나 불안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가 있을 때, 음란물 사용은 더 조절하기 어려운 중독적 양상을 보이기 쉽습니다.
음란물 사용은 성행동 치료의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으며, 무조건적으로 사용을 금지하거나 도덕적 잣대로 판단하는 것은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음란물을 통해 본인이 어떤 욕구를 충족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무엇을 대체하고 있는지를 탐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인지행동치료(CBT)는 음란물 사용과 관련된 자동적 사고와 충동, 감정을 재구조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 필요할 경우 충동성과 강박적 사고 완화를 위해 약물치료를 병행할 수도 있습니다.
치료에서는 일상적 기능의 회복에 초점을 맞추며, 음란물에 의존하던 기존의 행동 패턴을 다른 활동으로 대체하고 관계적 친밀감, 정서적 안정감, 건강한 스트레스 대처법의 학습 등을 함께 다룹니다. 이를 통해 기존에 음란물 사용을 통해 채우고자 했던 스트레스 및 불안감 해소, 고립감 및 우울감으로부터의 탈피와 같은 욕구를 건강하게 다루고 건설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훈련할 수 있습니다. 혹시 지나친 음란물 사용으로 인해 일상에서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면, 전문가를 통해 적절한 치료적 도움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당산한결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황성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