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안 소토의 계약은 상상을 초월했다. 당초 소토는 6억 달러 규모로, 지난해 오타니 쇼헤이의 7억 달러 계약은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모든 것을 뛰어넘었다.
소토는 프로 스포츠 계약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뉴욕 메츠는 소토에게 15년 7억6500만 달러를 보장했다. 한화로 약 1조955억에 달한다. 일시불로 받는 계약금만 7500만 달러다. 참고로 올해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개막전 팀 전체 연봉이 6050만 달러였다. 한 팀의 선수 운영비보다 더 많은 돈을 챙겼다.
메이저리그 최대 규모 계약
7억6500만 달러(15년) - 후안 소토
7억0000만 달러(10년) - 오타니 쇼헤이
4억2650만 달러(12년) - 마이크 트라웃
3억6500만 달러(12년) - 무키 베츠
여기서 끝이 아니다.
소토는 최근 대형 계약에 필수적으로 포함되는 디퍼(지불유예)가 없다. 지난해 오타니는 7억 달러 중 6억8000만 달러가 디퍼였다. 그러면서 사치세 계산에 잡히는 연평균 금액은 4600만 달러 정도였다. 그런데 소토는 고스란히 5100만 달러로 책정된다. 뿐만 아니라, 계약 5년차인 2029시즌이 끝나면 남은 계약을 무효화하고 다시 FA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옵트아웃 조항을 포함시켰다. 경우에 따라선 더 큰 계약을 노리겠다는 계획이다.
옵트아웃은 양측에게 윈윈으로 여겨진다. 선수는 동기부여를 얻고, 구단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한편, 소토가 옵트아웃을 선언했을 때 메츠가 붙잡으려면 남은 10년 동안 기존 연봉에 400만 달러를 더해줘야 한다. 일명 에스컬레이터 구조다. 그럼, 소토의 계약은 남은 10년간 4000만 달러가 추가돼 최대 8억500만 달러까지 확대된다.
이번 계약을 본 <ESPN> 제프 파산은 방송에서 이렇게 총평했다.
"소토는 오타니 쇼헤이가 아니다. 투타겸업을 하지 못할 것이다. 소토는 애런 저지가 아니다. 홈런을 많이 치지 못할 것이다. 소토는 무키 베츠와 마이크 트라웃이 아니다. 그 정도의 운동 신경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소토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받는 선수가 됐다."
커리어
소토의 별명은 '천재 타자'다. 2018년 19세에 데뷔했다. 보통 19세는 아직 마이너리그에서 담금질을 하는 시기다. 하지만 소토는 더 이상 마이너리그에서 보여줄 게 없었다. 당시 워싱턴은 소토를 트리플A에도 보내지 않았다.

소토의 차별화된 능력은 '선구안'이다. 그 누구보다 스트라이크 존을 정확히 이해했다. 리그 수준이 높아져도 이 선구안을 앞세워 빠르게 적응해갔다.
소토는 2018년 메이저리그에서도 선구안을 바탕으로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116경기 타율 .292 22홈런 70타점). 그 해 출루율 .406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10대 선수가 선보인 최초의 기록이었다(1928년 19세 멜 오트 .397). 소토의 19세 시즌은 '메이저리그 최고의 10대 시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역대 10대 시즌 조정득점생산력 순위
146 - 후안 소토(2018)
138 - 멜 오트(1928)
138 - 토니 코니글리아로(1964)
130 - 타이 콥(1906)
121 - 브라이스 하퍼(2012)
*300타석 이상
이듬해 소토는 팀 우승을 견인했다. 정규시즌 150경기 타율 .282 34홈런 110타점, 포스트시즌 17경기 타율 .277 5홈런 14타점을 기록했다. 팀의 기둥 브라이스 하퍼가 필라델피아로 떠났지만, 보란듯이 워싱턴의 창단 첫 우승을 일궈냈다. 사람들에게 한층 더 각인된 그의 나이는 겨우 20세였다.
소토는 꾸준히 천재 타자임을 증명했다. 2022시즌 중반 워싱턴을 떠나면서 살짝 주춤했지만, 크게 무너진 적이 없었다. 단축시즌 이후 평균 156경기를 출장했고, 33홈런 94타점을 책임졌다. 데뷔 후 한 번도 출루율 4할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으며, 통산 타석 당 볼넷률 18.8%는 타의추종을 불허했다(2위 트라웃 15.8%).
올해 소토는 양키스 유니폼을 입었다. 양키스는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 구단으로, 팬들의 자부심도 그만큼 대단하다.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곳이다.
소토는 그 중압감을 이겨냈다. 한 시즌 개인 최다 41홈런을 때려냈다. 128득점은 리그 1위였다.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에서도 연장 10회 초 결승 스리런 홈런을 터뜨려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소토는 양키스에서 좋은 활약을 펼침으로써, 어딜 가더라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소토의 몸값이 높아진 건 당연한 일이었다.
환경
그렇다고 해도 초특급 계약을 받으려면 여러 요소가 따라줘야 한다. 선수 가치는 대체자가 없을 때 더 상승한다. 지난해 오타니도 유일무이한 선수라는 점에서 대우를 받았다.
소토의 강점은 '나이'다. 19세에 데뷔하면서 25세 시즌이 끝나고 FA 시장에 나왔다. 보기 드문 경우다. 일반적으론 20대 후반이 돼서야 FA 자격을 얻는다. 각종 통계 지표의 발달로 구단은 에이징 커브(aging curve)에 매우 민감하다. 그런데 소토는 20대 중후반이 남아있다. 지금 모습이 오래 유지되거나, 혹은 더 발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향후 FA 시장에 딱히 눈에 띄는 선수가 없는 점도 경쟁을 부추겼다. 내년에는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와 카일 터커, 내후년에는 올해 사이영상을 수상한 타릭 스쿠벌이 최대어로 꼽힌다. 최근 기존 구단과 연장 계약에 합의한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FA 시장을 뒤흔드는 선수가 희귀해졌다. 그러다 보니 나왔을 때 잡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초특급 계약은 줄 수 있는 팀이 한정돼 있다. 탬파베이, 피츠버그 같은 팀들은 막대한 돈을 특정 선수 한 명에게 쓸 수 없다. 그런데 소토 영입에는 자금력이 강한 팀들이 모두 달려들었다. 메츠와 양키스, 다저스, 보스턴, 토론토가 소토를 데려오기 위해 큰 돈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래들의 싸움이 성사되면서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지난해 오타니는 애초부터 서부 팀을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면서 뉴욕 두 팀은 상황을 관망했다. 그러나 소토는 모든 팀에게 기회를 열어뒀다. 스토브리그 초반 최대한 많은 팀들과 만나면서 시나리오를 다양하게 써내려갔다.
이 와중에 뉴욕 두 팀은 오타니를 다저스에게 내줬기 때문에 소토만은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였다. 올해 내셔널리그 서부가 메이저리그 중심이 된 것도 자존심이 상하는 부분이었다. 여기에 내년 시즌 부활을 선언한 보스턴이 참전하면서 경쟁이 심화됐다. 머니게임에 자신이 있는 팀들이 붙게 되자 하루만 지나도 액수가 달라졌다.
실제로 소토 영입을 두고 마지막까지 메츠와 경쟁한 팀이 양키스였다. 양키스의 최종 제안은 16년 7억6000만 달러였다. 양키스도 최선을 다했다.

구단주
문제는 상대가 스티브 코헨이었다는 점이다. 메츠 구단주 코헨은 세계 100대 갑부 중 한 명이다. 1992년 <SAC캐피털> 설립을 시작으로, 자산운용사 <포인트72>의 대표를 지낸 '헤지펀드계의 대부'다. <포브스> 기준 순자산만 213억 달러로 추정된다. 메이저리그 구단주들 중 압도적인 1위로, 이 자산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주 순자산 (포브스)
213억 - 스티브 코헨 (메츠)
108억 - 존 말론 (애틀랜타)
62억 - 마크 월터 (다저스)
60억 - 존 헨리 (보스턴)
51억 - 아트 모레노 (에인절스)
코헨은 2020년 11월 메츠를 24억 달러에 매입할 때부터 전폭적인 투자를 약속했다. 그리고 작년부터 소토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소토는 올해 그에 상응하는 활약을 했고, 메츠도 선전하면서 코헨의 투자 의지가 확고해졌다.
코헨은 메츠 팬으로 자랐다. 팀에 대한 애정이 무척 강하다. 구단주로 올 때부터 메츠의 우승을 외쳤다. 메츠 입장에선 절대 질 수 없는 상대가 양키스다. 코헨은 고인이 된 '보스' 조지 스타인브레너가 양키스를 어떤 식으로 강팀에 올려놨는지 잘 알고 있다. 스타인브레너도 원하는 선수가 있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데려왔다.
이러한 코헨이 전면에 나선 덕분에 소토는 천문학적인 계약을 따낼 수 있었다. 소토도 잘했지만, 소토만 잘해선 절대 나올 수 없었다. 끝까지 코헨의 승부욕을 자극한 양키스도 소토 입장에선 '고마운 러닝메이트'였다.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한 메츠는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모두가 원했던 선수 쟁탈전에서 지지 않았다. 이는 다저스와 양키스에게 날리는 선전포고로도 충분했다.
- 이창섭
현 <SPOTV> MLB 해설위원
전 <네이버> MLB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