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겨울 아우터를 위한 서울 편집숍 4
안녕. 심심하면 옷 구경하러 이 매장 저 매장 기웃거리는 객원 에디터 김정현이다. 무더위가 지나간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추워서 못 살겠다. 올겨울은 또 얼마나 꽁꽁 싸매고 다녀야 하나. 추위 앞에 장사 없지 싶다가도 노스페이스 패딩 한 벌로만 이 계절을 버틸 수는 없기에, 오늘도 나는 어여쁜 겨울 아우터를 찾기 위해 편집숍으로 향한다.
아직 이번 겨울 유니폼을 구하지 못한 독자분들은 나를 따라오셔도 좋다. 시간이 금인 여러분을 위해 직접 서울 편집숍 투어를 다녀왔으니까. 국내 브랜드와 해외 브랜드, 신상과 세컨핸즈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개성의 매장 4곳을 소개한다. 각 편집숍의 디렉터가 추천하는 겨울옷도 야무지게 입어봤다.
명동
8DIVISION
첫 번째로 방문한 편집숍은 8DIVISION 명동 본점(이하 에잇디비젼). 명동역 3번 출구에서 나오면 도보로 2분이면 닿는다. 은색 행거를 가득 채운 옷들을 하나하나 천천히 살펴보자.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하이엔드 디자이너 브랜드부터 업계에서 조금씩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신진 독립 브랜드까지, 에잇디비젼이 제안하는 제품과 브랜드에는 경계가 없어 디깅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독특한 감각과 높은 품질이라는 기준을 내세워 선별하는 만큼, 보다 신선한 아이템을 찾아 헤매는 이들에게 방문을 권하고 싶다.
지나치게 화려한 매장 인테리어 때문에 정작 제품은 기억에 안 남는 곳들이 떠오른다. 이러한 불상사를 막고자 에잇디비젼은 화이트와 실버, 그레이 컬러를 중심으로 단순하고 간결한 공간을 구현했다. 어떤 상품을 진열해도 어색하거나 질리지 않는 환경을 조성한 셈. 나나미카처럼 상대적으로 담백한 디자인을 내세우는 브랜드도, 히스테릭 글래머와 같이 펑키한 무드가 돋보이는 브랜드도 여기서는 오롯이 아이템을 주인공으로 내세울 수 있다.
Director’s Pick 입어만 봤어요
일본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요지 야마모토와 아디다스가 런칭한 브랜드 Y-3. 일찍이 잃어버린 소년미를 어떻게든 회복하고 싶은 30대 김 씨는 염치 불고하고 후드가 달린 울 혼방 코트를 입었다. 아방가르드와 스포티를 절묘하게 결합한 컬렉션을 선보이는 브랜드답게 넉넉한 실루엣과 귀여운 후드 디테일이 미니멀한 디자인에 녹아든 제품. 구매는 여기(https://tinyurl.com/59w42nb9)에서.
브랜드 | Y-3
제품명 | MELLTON COAT (BLACK)
착용 사이즈 | M
가격 | 184만 5,000원
혹한기를 견딜 헤비 아우터가 궁금해 파카 제품도 착용해 봤다. HGBB Studio는 덴마크와 한국을 기반으로 전개하는 컨템포러리 브랜드. 카라 다운 파카는 가벼운 무게에 비해 보온성이 탁월해 놀라웠다. 다양한 분위기의 스타일링을 가능하게 하는 이중 잠금 디테일도 재밌는 포인트다. 구매는 여기(https://tinyurl.com/4fe6z4tn)에서.
브랜드 | HGBB Studio
제품명 | KARA DOWN PARKA (JET BLACK)
착용 사이즈 | L
가격 | 84만 8,000원
8DIVISION 명동 본점
- 주소 | 서울 중구 퇴계로18길 31
- 영업시간 | 매일 12:00-20:00
- 인스타그램 | @joowonxdev (https://www.instagram.com/8division)
연남동
모드맨
다음은 연남동의 모드맨. 데님을 중심으로 아메리칸 캐주얼 스타일 한 우물을 파는 곳으로 알려진 편집숍이다. 홍대입구역 1번 출구 기준으로 도보 4분 거리에 위치한다. 뚜렷한 철학과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는 브랜드를 선별하되, 오리지널 빈티지 의류에 더해 미래에 빈티지로 인정받을 수 있는 동시대의 탁월한 제품들도 소개하고 있다. 데님뿐만 아니라 밀리터리나 워크웨어 같은 아메리칸 캐주얼에 관심 많은 독자분이라면 마음 단단히 붙들고 방문하시길. 정신 안 차리면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나올지도 모른다.
매장 내부만 슥 둘러봐도 어떤 특색의 제품들을 소개하는 곳일지 감이 온다. 오래된 것의 아름다움을 공간 분위기로도 표현하고 싶었다는 대표님의 설명처럼 전체 가구와 소품의 95%가량을 빈티지 아이템으로 구성했다. 똑같은 풀카운트나 버즈릭슨 의류도 세월의 흔적이 배어나는 투박한 나무 진열장에 걸려 있으니 차원이 다른 아우라가 느껴진다.
Director’s Pick 입어만 봤어요
워크웨어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름, 나이젤 카본. 유럽산 최상급 소재만을 사용해 제작한 이 에베레스트 파카가 모드맨이 선정한 베스트 겨울 아우터다. 가격표를 먼저 보고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으나 입어 보는 데는 돈이 안 든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마음 놓고 착용했다. 몸을 감싸는 부드러운 촉감, 풍성한 볼륨에 비해 가벼운 무게가 탁월한 제품. 진짜 따뜻하기는 하냐고? 5분 남짓 입고 있었는데 그새 등에 땀이 터졌다. 구매는 여기(https://tinyurl.com/bdd22hej)에서.
브랜드 | Nigel Cabourn
제품명 | Everest Parka (2024 New ver.)
착용 사이즈 | 오렌지 50, 네이비 48
가격 | 498만 원
모드맨
- 주소 |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4길 43 2층
- 영업시간 | 매일 12:00-20:00
- 인스타그램 | @modemanstore (https://www.instagram.com/modemanstore/)
을지로
스탁서울샵
세 번째로 방문한 곳은 을지로의 스탁서울샵. 을지로3가역 1번 출구에서 1분이면 도착하지만 엘리베이터 없이 4층을 올라가야 하니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움직이자. 스탁서울샵은 오늘 소개하는 편집숍 중 유일하게 세컨핸즈 아이템을 취급하는 매장이다. 재팬 캐주얼 중심의 세컨핸즈숍, 그러니까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의 80% 이상이 일본 브랜드인 셈이다.
작고 아담한 내부는 고층 오피스 빌딩이 빽빽하게 들어선 주변 환경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옷 좋아하고 빈티지 문화에 관심 많은 친구의 집 혹은 작업실에 놀러 온 느낌이랄까? 아늑한 분위기의 공간에 걸맞게 행거에 걸린 의류 역시 편안하고 캐주얼한 무드가 주를 이룬다. 빔즈, 언필, 마이 뷰티풀 언들랫, 반자켓, 거기에 아이비룩을 상징하는 미국 브랜드 제이프레스까지. 특정한 장르 구분 대신 힘 빼고 자연스럽게 스타일링 하기 좋은 담백한 디자인의 옷을 취급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대체로 새 상품에 가까운 깨끗한 상태의 제품들이니 안심하고 구매해도 좋다.
Director’s Pick 입어만 봤어요
일본을 대표하는 편집 매장 빔즈. 빔즈의 시선으로 엄선한 여러 브랜드뿐 아니라 자체 제작하는 PB 상품 역시 매 시즌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이날 내가 입어본 제품은 영롱한 터콰이즈 컬러가 눈길을 끄는 나일론 다운 재킷이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과 발수 가공 소재, 두툼한 내부 충전재와 히든 포켓 디테일까지 여러모로 마음에 드는 제품. 기장만 짧았더라도 지갑을 꺼냈을 텐데… (제품을 하나씩 바잉하는 세컨핸즈숍 특성상 조기 품절의 가능성이 높다. 구매 페이지 대신 웹사이트 링크(https://stockseoulshop.com/)를 첨부한다.)
브랜드 | BEAMS
제품명 | Water-Repellent Nylon Down Jacket
착용 사이즈 | L
가격 | 27만 9,000원
스탁서울샵
- 주소 | 서울 중구 을지로9길 2 4층
- 영업시간 | 매일 13:00-20:00 (휴무일 인스타그램 참고)
- 인스타그램 | @stockseoulshop
서촌
므스크숍
편집숍 투어의 마지막 행선지는 서촌에 자리한 므스크숍이다.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도보 8분 거리로, 이솝과 오에프알 서울 매장이 있는 위치에서 좀 더 안쪽 골목으로 들어와야 만날 수 있다. 므스크숍을 즐겨 찾는 손님이라면 단정하고 깔끔한, 말하자면 어렵지 않은 캐주얼웨어를 선호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대표님 말마따나 ‘교회 오빠 스타일’을 추구하는 남자들. 좋은 소재와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을 갖춘 활용도 높은 옷이 필요한 남성분들은 이번 주말에 므스크숍으로 향해 보자.
*여성 독자분들 실망할 필요 없다. 매장 1분 거리에 여성 패션을 다루는 ‘므스크 안테나 숍’이 운영 중이다.
작지만 알찬 내부 공간은 지상 1층과 지하 1층으로 구성된다. 곳곳에 진열된 FW 제품들을 구경하다 보면 런칭 때부터 므스크숍과 함께해온 도큐먼트, 듀테로, 러프사이드 같은 국내 브랜드의 이름이 눈에 띈다. 이 매장의 흥미로운 점은 갤러리를 겸하고 있다는 사실. 옷 가게 안에 들어선 소규모 전시장 ’NTL 갤러리’는 문턱이 낮은 갤러리를 지향하며 캐주얼 패션과 현대 예술의 접점을 만들어내는 중이다. 전시가 바뀔 때마다 작가와 므스크숍이 협업해 제작하는 굿즈 또한 여기만의 차별화된 요소다.
Director’s Pick 입어만 봤어요
홀리선의 롱그로브 울 후드 하프 코트. 각 잡힌 코트가 아닌 둥글둥글하고 귀여운 느낌의 코트를 찾고 있다면 구미가 당길 제품이다. 포근하고 부드러운 촉감에 한 번, 한쪽 소매에만 달린 비조를 넥 라인에 체결하도록 만든 기발한 디테일에 두 번 놀랐다. 화이트는 부담스럽고 차콜은 칙칙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넘어서는 멜란지 그레이 컬러의 오묘함이란. 성별과 관계없이 두루 입기 좋은 이 아우터를 통 넓은 셀비지 데님 팬츠와 스웨이드 부츠에 매치해 보고 싶다. 구매는 여기(https://tinyurl.com/4vrxttfs)에서.
브랜드 | HORLISUN
제품명 | Longgrove Wool Hood Half Coat (Melange Beige)
착용 사이즈 | L
가격 | 42만 5,000원
므스크숍
- 주소 |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2길 30 1층
- 영업시간 | 월-토 12:00-19:00 (일요일 휴무)
- 인스타그램 | @mskshop_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