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은 유명 배우의 마지막을 떠올릴 때 먼저 화려했던 시절을 생각합니다. 수많은 작품과 박수, 넓은 집과 오래 모은 재산, 이름만 대면 알아보는 인맥이 있었을 것이라 짐작합니다. 오랜 병마와 싸웠다면 최고의 병원과 치료를 받았을 것이고, 경제적인 걱정도 평범한 사람보다 적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사람의 마음을 붙잡는 것은 의외로 통장도, 상도, 유명세도 아닙니다. 무대가 끝나고 병실이 조용해졌을 때 가장 크게 남는 것은 “내가 누구와 진심으로 가까웠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실존 배우가 실제로 이런 말을 남겼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오랜 투병을 겪은 많은 사람이 뒤늦게 깨닫는 한 가지는 비슷합니다. 재산보다 더 마음 아픈 것은, 곁에 사람이 있었어도 정작 속마음을 나눈 관계가 적었다는 사실입니다.

젊을 때는 관계보다 일이 먼저였습니다. 촬영과 공연, 약속과 이동이 이어지면 가족과의 식사는 다음으로 미뤄졌고, 친구의 전화도 “나중에 하자”는 말로 끝났습니다. 성공할수록 만나는 사람은 많아졌지만, 그중 어디까지가 진짜 인연인지 알기 어려워졌습니다. 잘될 때는 누구나 웃으며 다가오고, 자리가 있을 때는 초대도 끊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몸이 아파 활동을 멈추는 순간, 관계의 성격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매일 오가던 연락이 줄고, 바쁘다는 이유로 방문이 미뤄집니다. 그때 사람은 자신이 모아 둔 돈보다, 미뤄 둔 한 끼와 끝내 하지 못한 사과를 더 오래 떠올리게 됩니다. 병마가 무서운 이유는 몸을 약하게 만들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관계의 빈자리를 한꺼번에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가장 아픈 후회는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했지만 표현하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가족을 위해 돈을 벌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가족이 원했던 것은 짧은 통화와 함께 먹는 저녁이었을 수 있습니다. 자녀에게 좋은 환경을 마련해 주었지만, 자녀는 성공한 부모보다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주는 부모를 원했을지도 모릅니다. 배우자에게 큰 선물은 했어도 힘든 날 손을 잡아 주지 못했고, 오랜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자존심 때문에 먼저 연락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사람은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소유한 것보다 자신이 남긴 감정을 떠올립니다. 내가 떠난 뒤 누가 재산을 나눌지보다, 누가 나를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할지가 더 중요해지는 것입니다.

재산은 필요합니다. 치료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고 가족에게 부담을 덜 주려면 경제적인 준비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돈이 관계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병실에 혼자 누워 있을 때 통장 잔고가 손을 잡아 주지는 못합니다. 이름이 적힌 상패가 “그동안 수고했다”고 말해 주지도 않습니다. 반대로 자주 보지 못했던 사람이라도 진심 어린 한마디를 건네면 마음은 오래 따뜻해집니다. “당신 덕분에 힘을 냈다”, “함께한 시간이 고마웠다”는 말은 치료제가 아니지만, 사람이 자신의 삶을 헛되게 살지 않았다고 느끼게 해 줍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남는 후회는 재산이 부족했다는 것보다, 가까운 사람에게 마음을 충분히 보여 주지 못했다는 데서 생깁니다.

관계를 지키는 일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계속 미뤄 온 사람에게 먼저 안부를 묻고, 미안한 일이 있다면 늦기 전에 사과하면 됩니다. 가족과 같은 집에 살고 있어도 하루에 몇 분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얼굴을 바라보며 이야기해야 합니다. 도움을 받았던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서운한 관계는 무조건 끊기보다 한 번쯤 솔직하게 마음을 전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물론 모든 인연을 붙잡을 필요는 없습니다. 나를 반복해서 상처 입히는 관계라면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다만 사랑하면서도 자존심 때문에 멀어진 관계, 연락하고 싶으면서도 먼저 손 내밀기 싫어 방치한 관계라면 시간이 충분할 것이라 믿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사람에게는 생각보다 많은 내일이 남아 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랜 병마 끝에 사람이 가장 마음 아파하는 것은 결국 더 많이 가지지 못한 것이 아니라, 더 따뜻하게 살아보지 못한 것일 수 있습니다. 재산은 남겨 줄 수 있지만, 다정한 기억은 함께 만든 사람의 마음에만 남습니다. 오늘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특별한 이유를 만들지 말고 짧게 연락해 보십시오. “잘 지내지”, “문득 생각났다”, “그때 고마웠다”는 말이면 충분합니다. 지금 건넨 짧은 안부 하나가 언젠가 가장 힘든 순간 서로의 곁을 지켜 주는 인연이 될 수 있습니다. 삶의 마지막에 통장을 바라보며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재산만큼 관계도 돌봐야 합니다.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을 따뜻하게 증명하는 것은 얼마나 많이 가졌는지가 아니라, 떠난 뒤에도 누군가가 그 사람을 그리워하며 미소 지을 수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