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도이치 전주 판결문서 “김건희 계좌, 권오수 의사로 운용”
김건희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항소심에서 김 여사와 유사한 행태를 보인 ‘전주’(돈줄) 손아무개씨가 방조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가운데, 항소심 재판부가 ‘김 여사의 계좌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의사로 운용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은 손씨가 “시세조종 행위를 하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에 편승해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려했다며 방조 혐의를 인정했는데, 권 전 회장이 시세조종 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검찰 수사를 거쳐 김 여사에게도 방조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커진다.
13일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권순형)의 도이치모터스 조가조작 항소심 판결문을 보면, 항소심 재판부는 시세조종에 동원된 것으로 인정된 김 여사의 계좌(대신증권) 관련 녹취록을 판결문에 첨부하며 “사실상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의사로 운용되고 있음이 확인된다”고 판단했다.
해당 녹취록은 2010년 11월1일 대화를 기록하고 있다. 녹취록에는 증권사 담당자가 김 여사에게 전화해 “방금 도이치모터스 8만 주가 다 매도됐다”고 하고 김 여사가 “알겠다”고 답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보다 앞서 같은 해 10월28일에 증권사 담당자가 김 여사에게 “10만 주 냈다”고 하자 김 여사가 “체결 됐죠”, “그럼 얼마 남은 거죠?” 등의 등의 대화를 나눈 녹취록도 판결문에 포함됐다. 이 날은 김 여사의 증권계좌를 관리하던 투자자문사 블랙펄인베스트 임원 민아무개씨와 주가조작 ‘선수’인 전직 증권사 직원 김아무개씨가 “12시에 3300에 8만개 때려달라 해줘”, “매도하라 해줘” 등의 주가조작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날이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녹취록의 내용을 문자 메시지의 내용과 종합해 보면 피고인 권오수 등의 의사관여 하에 거래가 이뤄지고 증권사 담당자는 지시에 따라 주문 제출만 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담당자는 김 여사에게 사후보고를 하고 있을 뿐이고, 권 전 회장의 주장처럼 김 여사로 일임받아 담당자 스스로의 판단으로 진행하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다.
이런 판단을 명확히 하기 위해 재판부는 공소시효가 끝난 것으로 판단한 1단계 과정의 신한금융투자증권 녹취록도 함께 살펴봤다. 2010년 1월25일자 해당 녹취록에서도 증권사 담당자는 김 여사에게 “이사님, 지금 4만주 샀고 2439원이고 되면 정가에 더 넣도록 하겠다”고 보고했다. 이에 김 여사가 “그 분한테 전화 들어왔죠?”라고 묻자 “예”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담당자는 1월26일에도 김 여사에게 전화해 “추가로 8000주를 샀다”고 했고, 김 여사가 “또 전화 왔어요? 사라고?”라고 묻자 “네. 추가로 2440원까지 그렇게 사겠다. 사지면(사는데 성공하면) 문자로 수량과 가격 보내겠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김 여사가 해당 계좌를 증권사 직원에게 일임시켰거나, 직원이 독자적으로 판단한 게 아니라 “사실상 피고인 권오수 등의 의사로 운용되고 있음이 확인된다”고 봤다.
전날 선고에서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으로 방조 혐의가 추가된 ‘전주(돈줄)’ 손씨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정범의 고의’(주범들이 주가조작을 한다는 것을 알았다)를 미필적으로 인식했다면 방조범으로 봐야한다고 판결했다. 이어 “정범의 제2차 시세조종 행위를 인식하고 이에 편승해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면서도 서로의 이익을 위해 자금을 동원해 인위적 매수세를 형성해 주가 부양에 도움을 주는 등 정범의 행위를 용이하게 했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김 여사도 여러차례에 걸쳐 직접 거래를 했고 권 전 회장과 특수한 관계였던 만큼 이들의 주가조작 사실을 인식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 판단을 토대로 하면 주가조작의 목적으로 권 전 회장의 의사에 따라 계좌를 운용한 김 여사의 행동 양상 또한 손씨와 비슷해, 손씨에 대한 유죄 선고가 김 여사의 향후 수사 향방과 직결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검찰이 여전히 김 여사를 ‘봐주기 처분’할 수 있다며 특검을 통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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