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잼 포드는 이제 안녕?
“머스탱이라면 포르쉐랑 해 볼만합니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는 새로운 포드를 예고하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최근 익스플로러 전기차 출시로 유럽으로 향했던 그는 카 매거진(Car Magazine)과의 인터뷰에서 포드가 ‘지루함에서 벗어나 상징적인 자동차 사업’으로 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포드만의 색채가 짙게 묻어나는 브랜드 아이콘들에 집중해 빠르고 강한 포드로 나아가겠다는 겁니다. 포커스, 피에스타와 같은 대중적인 모델들로 채워진 심심함은 이제 bye bye 하고요. 코어 모델을 중심으로 새 판을 짜겠다는 포드. 마치 팀의 개선 방향에 맞는 핵심 선수 몇몇만 남겨두고 선수단을 갈아치우는 리빌딩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그 중심에는 역시 머스탱이 있습니다.
머스탱은 에코부스트부터 시작해서 GT, 다크호스 등 여러 갈래로 나누어지는데요. 그중에서 가장 빠르고 강력한 건 GTD입니다. 지난달 포드는 머스탱 GTD의 정보를 공개했는데요. 5.2L V8 슈퍼차저 엔진을 장착하고 최고 출력 815마력의 성능을 자랑합니다. 최고 속도는 325km/h.
주목할 건 엔진인데, 5.2L V8 슈퍼차저 엔진은 경쟁 차종이라 할 수 있는 포르쉐 911 GT3 RS보다 리터당 출력이 높다고 합니다. 포르쉐와 맞설 자신감의 근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단순히 출력만 높은 건 아니고요. 이 엔진에는 처음으로 드라이 섬프 오일 시스템이 적용되어서 까다로운 코너링이 지속되더라도 원활한 엔진 윤활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드라이 섬프 오일 시스템 덕분에 최대 엔진 회전수도 7650rpm까지 오르게 됐고요. 기존 모델보다 100rpm 높은 수치죠. 개선된 흡기 배기 시스템, 티타늄 배기 시스템, 소형 과급기 풀리 등도 성능 향상에 기여한다고.
이 밖에 리어 윙의 각도를 변경하고 차의 앞쪽 플랩을 활성화해 공기 흐름과 다운 포스 사이의 균형을 찾는 드래그 감소 시스템을 비롯해 최신 액티브 에어 다이내믹,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세미 액티브 댐퍼가 장착된 인보드 리어 서스펜션이 장착됩니다. 차의 무게 배분은 거의 5:5에 가까워 민첩한 핸들링을 구현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고요.
그렉 구달 머스탱 GTD 수석 프로그램 엔지니어는 ‘세계적 수준의 성능은 물론 머스탱의 영혼까지 담긴 슈퍼카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었죠. 올해 말부터 생산이 시작되는 머스탱 GTD의 시작 가격은 30만 달러(약 4억 원)가 넘는데, 사전 계약은 7000건 이상이라고 합니다. 포드 입장에선 머스탱에겐 다소 비현실적으로 매겨진 가격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수요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지 않았을까요?
한국에선 또 다른 브랜드 아이콘인 브롱코를 확장한다고 합니다. 며칠 전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는 2.7L 에코부스트 V6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단일 모델로 운영되던 라인업에 2.3L를 추가해 인기 모델의 변형 모델을 선보인다고 전했거든요. 판매 가격은 7400만 원. 2.7L 모델보다 760만 원 저렴한 가격입니다.
두 모델 모두 아우터뱅크스 트림이 적용되지만 2.3L 모델에선 일부 옵션이 제외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신 복합 연비는 18인치 휠 기준으로 8.4km/L로 약간 더 나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직렬 4기통 싱글 터보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의 조합 속에 2.3L 모델은 최고 출력 275마력, 최대 토크 44kg.m의 성능을 발휘한다네요.
2.7L 모델(최고출력 310마력, 최대토크 55kg.m)보다 성능과 옵션에서 빠지는 부분은 있지만 보다 저렴한 가격과 (아주 조금) 높은 연비를 누릴 수 있는 장점(?)을 내세우는 듯합니다. 단 두 개 밖에 없는 선택지가 얼마나 매력적으로 어필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겠지만요.
결은 다르지만 포드보다 앞서 노잼을 청산하고자 했던 브랜드가 있었습니다. 바로 토요타. 지난 2017년 아키오 토요타 회장은 토요타의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지루한 자동차 금지를 외쳤었죠. 당시 미국에 기반을 둔 자동차 산업 전문 신문, 오토모티브 뉴스(Automotive news)는 이 선언을 사내 법령으로 표현하기도 했었는데요.
그 법령 덕분에 제품 수석 디자이너는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 수석 엔지니어와 동등한 파트너로 참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스케치에 담긴 디자이너의 의도를 지키는 일종의 수호자가 된 셈이죠. 회장이 직접 나서 변화를 촉구하기 전까진 디자인은 생산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희생되기도 했었거든요.
마사토 카츠마타 토요타 수석 엔지니어는 프로덕션 엔지니어링 측면에서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입체적인 디자인으로 완성된 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유발될 수 있는 위험을 피하고 결함을 낮추는 것이 섹시한 자동차보다 더 중요하게 고려됐기 때문이라면서요.
그런 의미에서 디자인에 힘을 실어주는 제품 개발 전략은 큰 변화였던 거죠. 토요타의 디자인을 두고 과격하다고 하긴 해도 밋밋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이제 없잖아요. 코롤라, 캠리, 프리우스 등등 각각의 제품에 새로운 브랜드 방향을 담아 일관되게 드러나게 하면서 이뤄낸 성과라고 할 수 있죠.
재미없는 자동차 대신 매력적인 제품 중심으로 재구성하겠다는 포드는 내러티브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디자인도 신경 쓰겠지만 개별 제품에 쌓인 이야기를 더 강조하는 거죠. 월드 베스트셀링 스포츠 쿠페, 브랜드 최초의 아프리칸 아메리칸 디자이너 손길에서 탄생한 현대적인 오프로더처럼 다른 곳에 없는 포드만의 이야기로 차별화하는 겁니다. 이게 바로 서사죠. 힘 있는 서사일수록 사람들은 공감하고 몰입하게 됩니다. 그리고 긴밀한 유대 관계를 형성하고 그 속에서 가치를 찾습니다. 요즘 브랜딩에서 관계와 가치가 중요하게 다뤄진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탁월한 스토리텔링으로 펼쳐지는 매력적인 서사는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년에 이미 F1 복귀를 알렸고 르망 24시에도 돌아온 포드. 앞으로 모터스포츠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펼칠 모양인가 봅니다. 사업 전면 재검토에 나섰던 한국에서도 그 이야기가 빛을 볼 수 있길 바랍니다.
반박 시 님 말이 다 맞아요.
글 이순민
사진 Ford Media Center, Ford Sales and Service Korea Company, Toyota Pressro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