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을 다니면서 '해고'를 당하는 것은 당사자와 관리자 모두에게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경영을 하다 보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직원을 해고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다. 천재 경영가라 불리는 스티브 잡스도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해고된 적이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현명하게 직원을 해고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HBR 2020년 3-4월 호에 실린 기사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 교수가 출간한 <휴먼 이퀘이션>이라는 책에서는 성공적인 기업들의 공통적인 경영방식의 첫 번째로 '고용 안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즉, 함부로 해고하지 않는 것이다. 마구잡이식 해고는 안 되겠지만, 경영을 하면서 해고를 피하는 것 역시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해고는 매우 현실적인 문제다. 특히, 직원에게 해고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관리자 입장에서는 말이다.해고 통보를 하는 상사는 사실상 여러 차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게 된다. 피치 못할 이유로 ‘해고’라는 나쁜 소식을 전해야 하는 관리책임자로서의 역할, 같은 팀 구성원으로 고락을 함께했던 동료로서의 입장, 잠재적 부당해고 소송이나 회사기밀 유출 등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책임, 인간적으로 상대의 고통과 처지를 공감하는 자연인으로서의 관점 등이 복잡하게 얽히는 것이다.

관리자들이 해고를 골치 아프게 여기는 이유는 그뿐이 아니다. 해고는 잘해야 본전이고, 잘못하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은 점도 큰 몫을 차지한다. 잘못 처리한 해고 절차가 조직에 미치는 악영향은 다양하다.
첫째, 해고 무효 소송에서 패소하는 것이다. 소송에서 지면 해고를 원점으로 되돌리거나 상당한 합의금을 지출하게 된다. 둘째,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나가면 안 되는 우수 인력이 덩달아 퇴사하거나 조직 분위기가 나빠지는 것이 대표 사례다.
셋째, 해고당한 직원이 1인 시위나 언론 투서 등으로 회사 이미지를 공격하며 대외적인 리스크를 만드는 것이다. 넷째, 해고당한 직원이 고객사 또는 경쟁사로 이직하여 당사에 불리한 영향을 미치거나 영업 비밀 등을 남용하는 등의 경우다.
한국은 미국보다 해고가 어렵다
해고의 법적 전제가 한국과 미국이 다르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알아야 한다. 한국에서 해고는 ‘통상해고(일반해고)’ ‘징계해고’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정리해고)’로 구분되며, 각 유형에 따라 인정되는 정당한 사유를 확보하지 못한 채 해고하는 것은 ‘부당해고’로 간주해 구제하도록 하고 있다. 회사와 직원 간 고용계약에서 직원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인 약자라고 보아 보호한다는 철학인 것이다.
반면 미국의 직장인들에게는 대개 이런 법적 보호가 없다.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 채택하고 있는 ‘임의고용(employment at will)’ 원칙은 법에서 정한 사유와는 무관하게 고용계약을 해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당일 구두 통보로도 해고가 가능하지만, 한국에서는 해고 사유가 정당하더라도 반드시 사전 서면 통보를 해야만 법적 효력이 있다.

법적 차이 외에 인사관리 관행의 차이도 해고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 기업은 수시로 필요한 부서가 사람을 뽑기 때문에 현업 부서의 직속상사가 채용에 대해 절대적 권한을 행사한다. 따라서, 해고에 대해서도 직속상사가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인식된다.
반면, 한국에서는 ‘공채’와 ‘수시’라는 두 가지 채용방식이 존재한다. 공채의 경우 후보자가 ‘회사’에 입사한 후 팀에 배치되면서 관리자가 정해지기 때문에, 관리자가 자기 부하직원의 해고에 대한 실질적 권한을 갖지 못한다. 수시 채용으로 뽑은 인재라도 회사 차원에서 노무 리스크를 철저히 통제하기 마련이며 누군가를 해고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기에, 현업 관리자들은 자기가 뽑은 사람이라도 책임 지고 해고하지 않으려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국내 대기업들은 정기적인 ‘아웃플레이스먼트’ 방식으로 해고하는 경우가 많다. 현업 관리자들이 해고 대상이라고 생각한 직원들에게 낮은 고과 등급을 부여하고, 인사부서가 정해둔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예: 최저 등급 2년 연속) 해고 절차를 밟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노동법이 요구하는 사유도 충족하고, 직속상사 혼자서 해고 책임을 질 필요가 없이 인사부서 주도로 일사불란하게 절차가 진행된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해고를 당하는 직원들은 조직 안에서 ‘무능력자’ ‘저성과자’라는 낙인이 찍힌 채로 쫓겨나는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이런 방식은 시간도 오래 걸린다. ‘해고가 정당화될 때까지 기다리지 말라’는 HBR 아티클의 권고를 따르고 싶어도 따를 수가 없어진다. ‘기다리지 말라’는 얘기는, 환부가 곪아서 터질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저성과 등 문제의 조짐이 보이면 미리 도려내라는 의미다.

하지만, 적절한 타이밍을 판단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미국 기업의 경우 ‘성과향상계획(Performance Improvement Plan)’이라고 해서 약 3개월의 시한과 구체적인 목표치를 준 후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해고시킨다. 하지만 해당 직원은 그 기간 동안 개선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구직활동을 통해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의 경우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해고를 ‘부당해고’로 규정하며, ‘저성과’가 해고의 사유가 되기 위해서는 3개월 정도의 평가로는 부족하다. 따라서, 한국의 관리자들은 원치 않아도 곪아서 터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해고’라는 상황은 항상 같지 않고, 개인에 따라 판이하게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직원에게는 적절한 해고 방식이, 다른 직원에게는 아주 몰인정하고 비인간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해고의 장면마다 항상 동일한 원칙으로 해고를 할 수는 없다. 어떤 때는 단호함이 중요하고, 어떤 때는 인간미가 더 요구된다. 해고 패키지를 넉넉히 챙겨줘야 하는 경우도 있고, 굳이 줄 필요 없는 경우도 있다.
인사팀의 역할

결국 핵심은 ‘해고의 목적은 확실히 달성하되, 직원에게 주는 상처를 최소화’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해고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본을 잘 지켜야 한다. 감정이나 편견이 아니라 사실에 기반해 결정을 내리고, 결정의 근거가 되는 증거도 잘 갖춰야 한다.
해당 직원과 소통 시에는 모호한 표현을 피하고, 거짓 없는 명확한 언어로 설명해야 한다. 법이 정한 기준과 절차는 당연히 따라야 하고, 차별 없이 모든 직원들에게 일관성 있는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이렇게 원칙을 지키는 해고는 수용성도 높고, 설사 저항이 있더라도 나중에 법적•조직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면, 기본을 지키지 않은 해고의 경우 아티클에서 제시된 몇몇 조언을 따른다 해도 위험이 줄어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사람을 신중하게 뽑을수록 해고할 일이 적어진다. 구글 같은 회사가 인사 업무의 90%를 채용으로 생각하는 이유다. 하지만 사람을 뽑는 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완벽할 수 없는 법이다. 게다가 잘 뽑았다고 생각한 사람도 언젠가는 해고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 따라서 조직을 경영하고 인사 관리를 하는 입장에서는 해고 역시 인재 관리의 중요한 부분으로 봐야 한다.
기계적으로 해고할 비율을 정해놓고 직원들을 무한 경쟁시키는 방식도 문제지만, 해고가 필요한 상황에서 이를 적절히 처리하지 못하는 것 또한 관리 미숙이다. 우리 현실을 돌아보면, ‘내 손에 피를 묻힐 수 없다’는 식으로 해고업무상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려 하거나, 해고를 너무 절차적으로만 처리하려는 관리자들이 종종 있다. 필자가 아티클에서 공유한 이런저런 팁들도, 해고라는 업무가 어렵지만 꼭 필요하다는 인식이 우선되었을 때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끝으로, 해고 이후의 관계에 대해 한 가지만 언급하자. 어떤 사람들은 해고와 함께 모든 것이 끝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러 직장을 경험해 본 이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다. 해고된 직장에서 레퍼런스 체크를 받아야 할 때도 있고, 전 직장동료에게서 질문을 받기도 한다.
때로는 나를 해고한 상사와 비즈니스를 해야 할 경우도 있다. 회사는 떠났어도, 이전 동료들과 연락을 끊고 살 필요는 없다. 그리고 이런 점들은 회사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해고를 ‘모든 것의 끝’이라고 생각하는 대신, ‘관계의 변화’ 정도로 인식하면서 성숙하게 처리하고, 해고 이후에도 관계를 일정 정도 이어나가는 것이 개인이나 회사 입장에서 모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출처 세계적 경영 저널 HBR 2020년 3-4월 호
필자 김성남
정리 인터비즈 방지혜
inter-biz@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