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시스템, 글로벌 무인기 신흥 강자에 "AESA 레이더 공급"

한화시스템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무인항공기(UAV) 제조사인 밀코르 에어로스페이스 앤 디펜스와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르부르제 공항에서 열린 '제55회 파리 에어쇼'에서 AESA 레이다 공급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식을 가졌다

프랑스 파리 르부르제 공항에서 열린 제55회 파리 에어쇼는 전 세계 항공우주·방산업계의 축제입니다.

이곳에서 한국의 한화시스템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밀코르 에어로스페이스 앤 디펜스'가 손을 맞잡았습니다.

한화시스템이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AESA 레이더를 밀코르의 무인항공기에 공급하기로 한 것입니다.

박혁 한화시스템 DE 사업부장과 줄리안 쿠체 밀코르 CEO가 직접 참석한 이 협약식은 단순한 기술 수출을 넘어선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첨단 레이더 기술과 아프리카의 혁신적인 무인기 플랫폼이 만나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게 된 것이죠.

밀코르 380, 아프리카의 자존심이 된 무인기


밀코르 380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미래 무인전력의 핵심으로 개발한 다목적 UAV로, 성능이 다른 나라의 무인기와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습니다.

밀코르 380 무인기

밀코르 380은 30시간 이상 하늘을 떠다닐 수 있고, 220kg 이상의 무게를 실을 수 있으며, 4000km 이상의 작전 반경을 자랑합니다.

이 무인기의 진짜 매력은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정보 수집부터 감시, 정찰은 물론이고 정밀 타격까지 가능하죠. 미사일과 연료 탱크 등 여러 무기나 장비를 탑재할 수 있고, 위성통신 기능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미국이나 이스라엘산 UAV와 비교해도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한국 기술의 자존심, AESA 레이더의 힘


한화시스템의 AESA 레이더는 우리나라가 자랑할 만한 첨단 기술의 결정체입니다.

AESA는 '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의 줄임말로, 기존의 기계식 레이더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죠. 탐지 영역이 넓고, 공중과 지상의 다중 표적을 동시에 추적하고 교전할 수 있습니다.

이 레이더가 밀코르 380에 장착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고해상도 영상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지상과 해상에서 움직이는 표적을 빠르게 탐지할 수 있게 됩니다.

비가 오거나 어두운 악조건에서도 우수한 정찰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이 핵심이죠.

국산화의 기적, 4년 만에 이룬 성과


한화시스템의 AESA 레이더 개발 과정은 그야말로 국산화의 기적입니다.

국방과학연구소 주관으로 개발에 착수해서 단 4년 만인 2020년에 시제 1호기 출하에 성공했죠. 이는 우리나라 방산 기술력의 수준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이후의 성과입니다.

지난해에는 유럽 대표 항공우주·방산 기업인 레오나르도로부터 '경공격기 AESA 레이더'의 안테나 공급 계약을 따내 첫 수출을 알렸고,

또한 방위사업청과 한국형 전투기 KF-21에 탑재될 AESA 레이더 최초양산 계약도 체결했습니다.

무인기 전용 AESA 레이더, 새로운 도전


한화시스템은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내년 말까지 무인기용 AESA 레이더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죠.

이 레이더의 특별한 점은 국내 최초로 공랭식 기술을 적용한다는 것입니다. 공랭식이란 공기로 냉각하는 방식을 말하는데, 이는 무인편대기에 최적화된 기술입니다.

무인기는 유인 전투기와 달리 크기와 무게에 제약이 많죠. 따라서 더 가볍고 효율적인 냉각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한화시스템이 개발하는 공랭식 AESA 레이더는 이런 요구사항을 완벽하게 충족시킬 것으로 기대됩니다.

AESA 레이더, 선택된 소수만이 가진 첨단 기술


한화시스템의 AESA 레이더 수출 소식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이 기술을 보유한 나라가 전 세계에 얼마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현재 AESA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이스라엘, 그리고 유럽연합(EU) 국가들로 극히 제한적입니다.

한국은 2020년 한화시스템이 시제 1호기를 출하하면서 세계에서 12번째로 자체 개발한 항공기용 AESA 레이더를 보유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미국의 경우 노스롭 그루먼과 레이시온이 F-22와 F-35에 탑재되는 AESA 레이더를 개발하고 있으며, 60년 이상의 경험을 자랑합니다.

유럽에서는 이탈리아 레오나르도가 유로파이터 타이푼용 ECRS와 그리펜 E용 레이븐 AESA 레이더를 개발했죠.

레오나르도가 개발한 유로파이터 타이푼용 ECRS

프랑스는 탈레스가 라팔 전투기용 RBE2 AESA 레이더를 개발해 이미 여러 국가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미쓰비시 일렉트릭이 개발한 J/APG-1이 1995년 F-2 전투기에 탑재되면서 세계 최초로 전투기에 적용된 AESA 레이더라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후 J/APG-2로 업그레이드되면서 AAM-4B 미사일과 연동되는 첨단 시스템으로 발전했죠.

중국도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AESA 강국입니다.

J-10C에 탑재된 KLJ-10 AESA 레이더와 J-16용 AESA 레이더, 그리고 J-20 스텔스 전투기에 탑재된 1m 구경의 대형 AESA 레이더까지 다양한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특히 수출용 KLJ-7A AESA 레이더는 1,000개의 송수신 모듈을 탑재해 170km 탐지거리를 자랑하며, 파키스탄의 JF-17 Block-3에 공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AESA 레이더를 개발할 수 있는 나라와 실제로 수출에 성공한 나라는 전혀 다르다는 것입니다.

AESA 레이더는 민감한 방산 기술의 특성상 많은 나라가 군용 장비 수출에 엄격한 규제를 두고 있어 제조업체들이 국제 시장에 진출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실제로 성공적인 AESA 레이더 수출 사례를 보면 극히 제한적입니다.

F-35에 탑재되는 AN-APG-81 레이더

미국의 노스롭 그루먼과 레이시온은 F-22, F-35용 AESA를 개발했지만 대부분 자국용이고, 레오나르도는 그리펜 E(스웨덴, 브라질), 유로파이터 타이푼용 CAPTOR-E, 그리고 30개국에 Seaspray 감시 레이더를 수출하는 등 가장 활발한 수출 실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레오나르도의 Osprey AESA 레이더는 8개 고객사에 40대 이상 수주라는 성과를 거뒀죠.

프랑스 탈레스도 라팔 전투기용 RBE2 AESA 레이더를 카타르, 인도네시아, 인도 등에 수출하고 있지만, 이 역시 라팔 전투기와 함께 패키지로 판매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중국은 KLJ-7A AESA 레이더를 파키스탄의 JF-17 Block-3에 공급하고 있지만, 이는 중국이 직접 참여한 전투기 프로그램이라는 특수한 경우입니다.

인도의 우탐 AESA 레이더는 2023년부터 수출 승인을 받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수출 성과는 보고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처럼 AESA 레이더 수출은 기술력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신뢰도, 정치적 관계, 그리고 복잡한 수출 규제를 뚫을 수 있는 능력이 모두 갖춰져야 가능한 일입니다.

따라서 한화시스템이 밀코르와 체결한 AESA 레이더 공급 협약은 단순한 기술 수출을 넘어 한국의 방산 기술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아프리카 신흥 무인기 강자가 한국의 기술을 선택했다는 것은 우리 기술의 경쟁력을 입증하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입니다.

글로벌 시장 진출, 아프리카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여정


이번 밀코르와의 협력은 한화시스템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합니다.

밀코르 380 무인기

밀코르는 한화의 레이더를 장착한 밀코르 380을 아프리카를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죠.

이는 한국의 첨단 레이더 기술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입니다.

전 세계 AESA 레이더 시장은 2024년 약 20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며, 2030년까지 연평균 5-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지정학적 긴장 상황과 군사력 현대화로 인해 급성장하고 있는 시장이죠.

박혁 한화시스템 DE 사업부장은 "이번 협력으로 한화의 첨단 기술과 밀코르의 혁신적인 무인기 플랫폼을 결합할 수 있게 됐다"며, "전 세계 고객들에게 차세대 방산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작년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수출에 이은 이번 수출은 한국의 AESA 레이더 기술력이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표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