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환자 이송 중 '쾅' 119구급대원 형사 처벌 위기
경찰, 구급차 운전자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 입건
긴급차 신호 위반 가능하지만 사고시에는 면책 특권 없어
[한라일보] 제주지역에서 환자를 이송하던 119구급대원이 4명이 다치는 교통 사고를 내 경찰이 해당 구급대원에 대한 형사 처벌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2일 제주도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제주서부경찰서는 도내 모 소방서 소속 30대 구급대원 A소방사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A소방사는 지난달 24일 오전 9시쯤 제주시 한림읍 금능사거리에서 구급차에 환자를 태워 병원으로 이송하던 중 60대 남성 B씨가 운전하던 트럭과 충돌하는 교통 사고를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이 사고로 A소방사를 포함해 구급차에 탄 50대 환자 C씨, 트럭 운전자 B씨 등 모두 4명이 다쳐 병원으로 후송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소방사가 운전하던 구급차는 교통 신호를 어기고 빨간불에 교차로에 진입하다 녹색 신호를 받고 좌회전하던 B씨 트럭과 충돌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로교통법상 구급차는 긴급 자동차로 분류돼 긴급 상황으로 출동할 경우 교통 신호나 제한 속도를 위반해도 처벌되지 않는다. 그러나 교통 사고를 내면 이런 면책권이 보장되지 않는다.
다만 경찰은 긴급자동차의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자의 부상 정도가 전치 3주 미만일 때에 한해 ▷긴급성 ▷정당성 ▷상당성 ▷법익균형성 ▷보충성 등 다섯 가지 요건에 부합하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내부 지침을 두고 있다.
실례로 지난 2022년 서울에서 모 요양원 환자를 다른 요양원으로 이송하던 구급차 운전자가 신호위반으로 교통 사고를 낸 사건에서 법원은 유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요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업무는 '응급 상황'이 아니어서 위험을 무릅쓰고 신호를 위반할만큼 긴급하고 부득이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A소방사가 이송하던 C씨는 교회에서 넘어지는 낙상 사고를 당한 환자로 이송 당시 의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 이송 등 긴급성이 인정되더라도 나머지 네 가지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처벌될 수 있다.
지난 2019년 도내에서 모 구급대원이 의식을 잃은 뇌졸중 환자를 이송하던 중 교차로에서 신호 위반으로 교통사고를 내 환자 보호자를 크게 다치게 한 사건에서 경찰은 해당 대원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당시 경찰은 긴급성에 대해선 인정했지만 해당 대원이 차량이 네 방면으로 오가는 교차로에서 한번도 브레이크 밟지는 등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신호 위반을 긍정할만한 '상당성'이 부족하고, 또 보호자가 크게 다치면서 환자를 빨리 이송해 얻는 사회적 이익과 교통 신호를 지키면서 얻는 사회적 이익 등 둘간의 균형 관계가 유지되지 않아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고에서는 부상자 모두 경상에 그쳤지만 아직 병원 진단서가 제출되지 않은 상태"라며 "법원 판례 등을 분석해 A소방사에 대한 송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응급 출동 때마다 사고 불안에 시달리는 구급대원들을 위해 지난 2018년 2월 긴급자동차가 사고를 냈을 때도 처벌하지 않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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