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여행에서 가장 오래 남는 기억은 때때로 맛에서 시작된다. 풍경만큼이나 깊은 여운을 남기는 한 끼, 그곳에서 만난 한 사람의 손맛은 시간이 흘러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지금 소개할 이 일곱 곳은 소문보다 진심이 앞서는, 그래서 돌아서고 나서도 다시 떠오르는 특별한 맛집들이다. 익숙한 지역 이름이더라도, 이 맛집들을 알기 전과 후의 여행은 분명 다르다.
깊은 국물, 깔끔한 면발 ‘오뚜기칼국수’

동해를 대표하는 소울푸드 장칼국수. 하지만 그중에서도 '오뚜기칼국수'는 한 수 위다. 국물은 멸치와 채소로 깔끔하게 우려내 기름기 없이 맑고 시원한 맛을 살렸고, 면발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럽다. 여기에 김가루와 달걀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자극적이지 않지만 깊은 맛을 만들어낸다.
마무리는 언제나 밥 한 숟갈로 국물까지 비우는 게 정석. 계절마다 살짝 바뀌는 재료 덕분에 같은 메뉴를 주문해도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집을 찾는 건 단순히 칼국수를 먹기 위함이 아니라, 동해의 하루를 천천히 음미하는 경험이다.
50년 전통의 담백한 맛 ‘초당토박이할머니순두부’

강릉 초당동의 자존심. 순두부거리에 수많은 가게가 있지만, ‘초당토박이할머니순두부’는 진짜 바닷물 간수로 만든 두부의 원형을 고수한다. 인위적인 간을 하지 않아도 담백함이 살아있고, 입안에서 퍼지는 바다 내음이 일품이다.
모두부에 묵은지 한 조각을 곁들이면 그야말로 별미. 특히 순두부전골에는 째복이 넉넉히 들어가 깊고 진한 맛을 더한다. 대를 이어온 방식 그대로, 손맛은 세월을 이기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어부가 차려주는 밥상 ‘영동횟집’

강릉 강문해변 인근의 '영동횟집'은 직접 배를 타는 어부가 운영하는 집이다. 매일 새벽 직접 잡아 올린 생선으로 날마다 다른 바다의 맛을 전한다. 회는 신선함 그 자체이고, 미역국에는 큼직한 우럭 살이 들어간다.
특히 비트물회는 보는 재미도, 먹는 즐거움도 훌륭하다. 입안 가득 퍼지는 상큼함에 파인애플이 은근히 한 몫 한다. 단순한 한 끼가 아니라, 바다를 접시에 담아낸 정성 가득한 식탁이 펼쳐진다.
강릉에서 만나는 고깃집 명가 ‘강릉 풍년갈비’

강릉에서 해산물 말고 고기를 찾는다면 '강릉갈비'를 지나칠 수 없다. 숯불 위에서 정성스럽게 구운 소갈비는 비법 양념의 단짠 조화가 일품이다. 이곳은 생생정보에 2회나 나온만큼 맛의 비결임을 증명했습니다.
밑반찬도 정성스럽다. 유채나 산마늘 같은 계절 채소에, 강원도 특유의 막장이 더해져 입 안에서 질리지 않는 맛의 조합을 만든다. 단순히 고기를 먹는 식당이 아니라, 진심 어린 상차림이 함께하는 집이다.
동해안에서 즐기는 홍게의 진수 ‘동해안 홍게 무한리필’

주문진항 인근에 위치한 ‘동해안 홍게 무한리필’*은 이름 그대로, 신선한 홍게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집이다. 35,000원이라는 부담 없는 가격에 푸짐한 홍게와 다양한 반찬이 함께 차려지는데, 이 집의 진짜 매력은 바로 끊임없이 리필되는 정성에 있다.
살이 꽉 찬 홍게는 비린내 없이 담백한 단맛이 살아 있고, 손질도 잘 되어 있어 껍질을 까는 수고로움 없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점이 방문객들의 만족도를 높인다. 여기에 날치알밥을 서비스로 제공하는 이벤트도 있어 소소한 기쁨을 더한다. 이 집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게요리 한 상으로 강릉 바다의 인심을 담은 곳이다.
위치 정보도 알차다. 주문진항에서 도보 2분 거리로 가깝고, 주문진 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대중교통으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매장 뒤편에는 14대까지 주차 가능한 전용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자차 이용자들에게도 적합하다.
메뉴도 알차다. 홍게 무한리필 외에도 대게+홍게 세트, 대게·킹크랩·털게 혼합 세트 등 고급 메뉴도 선택 가능하다. 가족 단위부터 단체 손님까지 모두 편안히 이용할 수 있도록 유아의자, 무선 인터넷, 반려동물 동반 등 다양한 편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홍게의 신선도와 밑반찬 하나하나에 담긴 정성이다. 단순한 푸짐함이 아니라, 제대로 된 바다의 맛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가성비 맛집이라는 점에서 오래도록 기억될 수밖에 없다.
이른 새벽, 국밥 한 그릇의 온기 ‘부산식당’

강릉 중앙시장 한쪽, 아침 5시부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집이 있다. ‘부산식당’은 무려 7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국밥집이다. 토렴 방식으로 국밥을 낸다는 점이 특이한데, 한 숟가락 뜨는 순간 맑고 깊은 국물 맛에 놀라게 된다.
소머리국밥은 기본. 수육 역시 돼지고기 아닌 소머리에서 나온 볼살과 우설로 구성돼, 질감과 풍미가 남다르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특별한 걸 기대하지 않는다. 단지, 꾸준하고 정직한 맛이 주는 작은 위로를 원할 뿐이다.
장칼국수의 원조격 존재 ‘대우칼국수’

동해 골목에 숨겨진 보물 같은 곳. ‘대우칼국수’는 장칼국수라는 이름을 처음 널리 알린 가게 중 하나로, 어느덧 68년이 넘는 시간을 견뎌냈다. 직접 캔 냉이와 된장을 풀어낸 국물은 묵직하면서도 감칠맛이 뛰어나다.
면발은 감자와 밀가루를 섞은 반죽으로 만들어 쫄깃하고 포슬포슬한 식감을 자랑한다. 국물 한 방울도 남기지 않으려는 마음은 자연스럽다. 대우칼국수의 장칼국수는 시선을 끌지 않지만 입안에 오래 남는 음식이다.
이 맛을 기억하는 이유
강원도의 맛은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소박한 정성과 진심에서 나온다. 화려한 플레이팅 대신, 익숙한 그릇 속 깊은 맛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음식이라는 건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다. 그 안에 담긴 마음이 진짜면, 그 맛도 오래도록 남는다.
이번 여행에서 당신이 발견한 맛집 하나가, 앞으로도 문득 그리운 풍경이 될지도 모른다. 다시 떠나고 싶을 때, 당신의 발걸음을 이끌 첫 기억이 바로 이 맛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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