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년 만에 7배 증가한 구강암, 40세 이상 정기검진 중요

- 구강암, 발생률은 높지 않지만 5년 생존율은 낮은 편
- 담배 피우지 않더라도 구내염 잦으면 구강암 위험 높아

입속 건강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가져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아니, 좀 더 정확히 하자면 구내염이나 혓바늘이 생겼을 때, 혹은 치아에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신경이 쓰이는 건 맞다. 다만, 다른 주요 질환에 비해 상대적으로 걱정은 덜한 편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비교적 덜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할까.

하지만 생각해보면, 입은 음식과 음료가 들어가는 첫 번째 관문이다. 외부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창구이기도 하다. 입속이 대부분 점막으로 돼 있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질이나 병원균을 1차적으로 차단하는 방어선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입속 점막, 치아, 잇몸, 혀를 포함하는 입속 건강은 최근 들어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입속 건강문제가 감염이나 체내 염증부터 치매 등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입속에 발생할 수 있는 질환 중 가장 심각하다고 할 수 있는 것, ‘구강암’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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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생률은 낮지만 위험도 높아

구강암은 입술, 혀, 뺨 안쪽 점막, 입천장, 잇몸 등 입속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을 통칭하는 말이다. 구강암은 대부분 ‘편평세포암종(squamous cell carcinoma)’이다. 피부나 점막의 표면을 구성하는 ‘편평세포’에서 발생하는 암을 말한다. 이외에 입속 침샘에서 발생하는 암, 턱뼈 또는 얼굴 근육 등에서 발생하는 육종, 입속 점막 멜라닌 세포에서 발생하는 악성흑색종, 드물게 발생하는 림프종 등이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구강암 환자는 약 2만5천여 명이다. 2016년 3,600여 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7배 가량 늘어났다. 성별로 나누면 2023년 기준 남성 17,000여 명, 여성 8,100여 명으로 남성이 2배 가량 더 많다.

사실 발생률로 따지면 순위가 높은 편은 아니다. 국가 암정보센터의 자료에서 2021년까지 10위권 안에 들어와있지 않다. 다만, 인천성모병원 측 자료에 따르면 5년 생존율은 평균 50~60% 정도다. 이는 5년 생존율이 낮기로 알려진 췌장암, 담낭암, 폐암, 간암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즉, 잘 발생하지는 않지만 발병 시 위험도는 높은 암종이라는 의미다.

구강암의 징후는?

모든 암이 그렇듯, 초기에 여러 가지 신호를 보낸다. 구강암의 경우 구체적인 발생 부위에 따라 다양한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 만약 ▲입속 궤양이 2~3주 이상 낫지 않거나 ▲특정 부위에 지속적으로 출혈이 있거나 ▲별다른 이유 없이 갑작스레 치아가 흔들리거나 하면 가급적 빨리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이밖에 구강 내 이물감이 계속되거나, 치아 또는 턱 주변이 뻐근하게 아프거나, 턱이나 입술이 얼얼한 느낌이 들거나, 목 부분에 덩어리가 만져지는 등 발생 부위가 어디인지에 따라 다른 징후를 보인다. 이들 중 하나라도 해당되는 사항이 있다면 전문의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치과 김현제 교수는 “구강암은 초기에 통증을 동반하지 않고 특별한 증상이 없거나, 흔히 생기는 상처라고 생각해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라고 경고했다. 특히 구강 내 염증이나 궤양이 너무 잦다면 해당 내용에 관해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김현제 교수는 “구강암은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주변 연조직은 물론 뼈까지 파괴할 수 있고, 더 진행되면 임파선으로 퍼져 전신 다른 기관으로 전이될 수 있다”라며 “치료 후 기능 장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 및 치료가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했다.

40세 이상 연 1회 구강검진 권고

정기적인 치과 검진을 통해 구강암 초기 의심 징후를 발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국민건강보험을 통해 이루어지는 국가 정기검진에 구강 검진도 포함돼 있다. 다만, 별다른 건강상 문제가 없고 사무직에 종사하는 경우, 국가 정기검진은 2년에 한 번씩 이루어진다. 따라서 2년 주기 사이에 한 번씩 검진을 받아보는 것을 권장한다.

김현제 교수는 “흡연 이력이 있고, 종종 술을 마시는 40세 이상 성인은 적어도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인 구강검진을 권고한다”라고 이야기했다. 통상 1년에 한 번 이상 스케일링이 권장되므로, 이때 구강검진을 함께 진행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구강암 예방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꼼꼼한 양치질이 있다. 칫솔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양치질 외에도, 구강세정기와 치간 칫솔, 치실 등 보조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더욱 좋다. 흡연 이력이 있거나 현재 흡연자일 경우, 혹은 술을 자주 마시거나 많이 마시는 경우도 대표적인 위험인자다. 흡연, 음주를 멀리하거나 조절하도록 하고, 정기적인 검진을 필수로 받도록 한다.

구강암이 발생했을 경우 가장 중요한 치료법은 수술이다. 보통 암이 발생한 조직과 경부림프절을 제거하고 재건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초기에 발견하지 못해 많이 진행된 경우에는 수술 전 항암치료 또는 방사선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구강암에 관한 잘못된 상식

김현제 교수는 구강암에 관해 흔히 알려진 잘못된 상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가장 먼저, ‘어린이는 구강암에 걸리지 않는다’라는 오해다. 구강암은 어릴 때도 발병할 수 있으며, 어릴 때 걸릴수록 전이가 빠르고 침습적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면역 체계가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조직이 성장·발달하는 중이므로 세포 분열과 대사가 빠르다는 점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다음으로 ‘흡연자에게만 발생한다’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흡연이 구강암의 주된 위험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흡연자가 아니라도 해도 구강암은 발생할 수 있다. 입속 환경과 건강상태 등에 따라 흡연을 하지 않음에도 흡연자보다 발생 위험이 높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두어야 한다.

특히, 치아 및 잇몸 건강이 좋지 않거나 입속에 염증이 자주 발생하는 경우, 입속 보철물이나 날카로운 치아로 인해 자주 자극을 받거나 종종 상처가 나는 경우라면 주의가 필요하다. 항산화 작용을 하는 비타민이 부족한 경우 역시 구강암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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