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고차는 그냥 파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차량 상품성, 가격, 고객의 구매 여정까지 설계합니다"
이정환 SK렌터카 대표이사는 15일 충남 천안시 SK렌터카 오토옥션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모빌리티산업 심포지엄' 직후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소속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렌터카 기업이 중고차 유통 구조를 주도하는 '플랫폼 사업자'로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 대표는 "중고차 시장은 신뢰의 문제만 해소된다면 앞으로 대단히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렌터카는 경매부터 상품화, 정비, 정보공개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설계해 투명성과 효율을 확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하체 상태를 영상으로 공개하고, 세균·냄새 제거 공정까지 넣은 것은 그 일환"이라며 "레몬마켓으로 불리던 중고차 시장을 신뢰 중심으로 재설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SK렌터카가 중고차 산업 전반에 나서는 배경에는 렌터카 반납 차량의 구조적 매각 수요가 있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렌터카의 법정 운행 가능 기간은 7년이며, SK렌터카는 현재 전체 매출(약 1조6000억원)의 3분의 1을 중고차 매각으로 올리고 있다. 이 대표는 "신차 렌트 평균 사용 기간이 약 4년이고, 이후 잔여 기간 동안 중고 렌트로 운용하다가 매각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며 "중고차를 최대한 상품화해 시장에 다시 내놓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개장한 'SK렌터카 오토옥션'은 차량 경매부터 낙찰된 차량의 정비·상품화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국내 최초의 '원스톱 옥션 플랫폼'이다. 연면적은 약 8만9000㎡, 주차 가능 대수는 3000대 규모로 국내 최대급이다. SK렌터카는 이 시설을 통해 연간 10만대 출품 규모의 국내 대표 중고차 도매 유통 거점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이 대표는 "이제는 위탁 판매가 아니라 직접 경매를 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며 "우선 내부 반납 차량 중심으로 운영하되, 소비자 수요와 차종 다양성에 따라 외부 매입 물량도 10~20%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비자 대상 상품 전략으로는 '타고바이'(TagoBUY) 모델이 소개됐다. 반납된 차량을 중고 렌터카로 운영하다가 고객이 일정 기간 사용 후 차량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대표는 "신차 구매나 렌트가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이 중고 렌트를 선호하고 있다"며 "2~3개월 빌려보고 마음에 들면 구매하고, 아니면 반납하는 유연한 구조가 중고차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인수 시 이미 납부한 렌트료는 차량 가격에서 공제해 고객 부담을 줄인다"고 덧붙였다.

SK렌터카는 중고차 매각 외에도 애프터마켓 전반으로 사업 저변을 넓히고 있다. 이 대표는 "중고차는 정비·부품·보험·금융·폐차까지 차량의 전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애프터마켓의 시작점"이라며 "국내 애프터마켓 시장은 150조원 규모이며 향후 20배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전기차 배터리 상태 정보(SOH) 공개 시스템도 도입됐다. SK렌터카는 상품화 과정에서 전기차 배터리 성능을 측정·인증하고, 이 정보를 경매 참여자와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전기차 캐즘이 2~3년 내 정리될 것"이라고 본 이 대표는 "중고 전기차 렌트 활성화를 위한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렌터카 본업에 대한 의지도 분명히 했다. 그는 "렌터카 시장은 최근 한 자릿수 성장으로 둔화했지만, 여전히 소유보다는 이용으로의 전환 가능성이 크다"며 "중소기업과 개인 고객의 침투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최근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최대주주로 있는 SK렌터카와 롯데렌털의 합병 가능성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박상욱 SK렌터카 경영지원부문장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 중이며,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시장 점유율은 36% 수준이지만 경쟁사는 여전히 많아 독과점 우려는 낮다"며 "오토옥션 같은 비즈니스 본질에 충실하면 소비자 만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명 변경과 관련해선 이 대표가 "SK 브랜드가 주는 신뢰와 가치가 크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 1년 정도 유예해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