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반희수, 새 물결 [아트총각의 신세계]

김선곤 미술전문기자 2023. 3. 1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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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걸 개념화하는 시대
추상적인 걸 작품으로 만들어
뉴진스 팬클럽 반희수로 개념화
전통 시각예술계의 변곡점
뉴진스는 팬클럽 전체를 '반희수'라는 가상의 인물로 개념화했다.[사진=뉴시스]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론칭하기 전까지 휴대전화 시장에선 '누가 더 단단하고 많은 기능을 탑재하고 있느냐'의 싸움이 전개되고 있었다. 아이폰은 이 지루한 싸움의 판도를 '손안의 PC' 시대로 단숨에 바꿔놨다.

필자는 최근 한 걸그룹의 인기를 체감하면서 2007년 아이폰의 등장을 떠올리곤 한다. 디지털 음원을 연속적으로 복사해서인지 비슷한 멜로디가 넘쳐나던 음악시장의 흐름을 이 걸그룹이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눈치 빠른 독자는 벌써 짐작했을지 모르겠다. 필자가 말하려는 걸그룹은 뉴진스다.

이 걸그룹은 독특하다. 트렌드를 따라가는 듯하면서도 노스탤지어 이미지를 풍긴다. 뉴진스를 볼 때면 '블랙핑크에 아이유와 SES를 합쳐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필자만은 아닐 거다.

뉴진스가 공개한 음악 중 Ditto를 들어보면, 이들이 보여주는 감성이 2000년대 초중반의 가치를 담고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요즘 시대에 걸맞은 전략을 투입한 건 흥미로운 부분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가 유튜브채널 운영자의 이름을 '반희수'라 명명한 것이다. '반희수'는 뉴진스의 공식 팬클럽 명칭인 '바니즈'를 한국 이름으로 바꾼 거다. 좀 더 넓게 해석하면, 팬클럽 전체를 '반희수'라는 가상의 인물로 개념화했다고 볼 수 있다.

필자가 난데없이 뉴진스란 걸그룹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시각예술계가 알아야 할 트렌드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기존과 다른 예술 형식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어났다. 그 중심엔 '비물질의 개념화'가 있다.

챗GPT에서 영감을 얻고 AI가 그린 그림이 시장에 마구 나올 수도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뉴진스가 유튜브 운영자를 개념화했듯, 세상에 펼쳐진 모든 것을 '개념화'하는 시대가 열렸다는 거다. 여기서 말하는 모든 것엔 NFT, 디지털파일, 유튜브, 심지어 뉴진스와 같은 걸그룹까지 포함된다.

비물질을 개념화한다는 건 결국 추상적인 걸 작품으로 만든다는 거다. NFT, 디지털파일, 유튜브, 한발 더 나아가 뉴진스의 '비물질(콘텐츠)'도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역설적으로 붓을 들고 캔버스에 작품을 남겨야 '작가'라는 고정관념이 사라지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보수적인 시각예술계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거나 분노할 주장이겠지만, 이는 엄연한 현실이다.

실제로 무언가에 의해 개념화한 NFT는 이제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인공지능(AI)이 개념화한 그림도 작품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논쟁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챗GPT가 메가트렌드가 됐다. 언젠간 챗GPT에서 영감을 얻고 AI가 그린 그림들이 시장에 마구 나올 것이다. 이들은 수없이 많은 비물질을 개념화하면서 아트를 창조해 낼 가능성이 높다.

이를 작품으로 보느냐 보지 않느냐는 시각예술계에서 논할 문제가 아니다.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는 이미 뉴진스의 춤을 '예술'로 인식하고, AI가 그린 그림을 보면서 가치를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에서 열렸던 '블록체인 위크 인 부산 2022' 전시장 내 NFT 작품 특별전.[사진=뉴시스]

이런 맥락에서 시각예술계의 변곡점이 한국에서 만들어질지도 모르겠다. IT 환경이 워낙 잘 갖춰져 있는데다, 예술가적 기질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아서다. 뉴진스처럼 K-팝 스타가 잊을 만하면 등장한다는 점도 강점일 것이다. 모든 걸 개념화하는 시대, 전통의 시각예술계가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하다.

김선곤 더스쿠프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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