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인을 보다 깊게 즐기도록 돕는 소품
- 공기 닿는 면적 늘어 와인 향 풍부해져
- 3000원대부터 50만원대까지 가격 다양해
와인에 입문은 했는데, 더 맛있게 마시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면 집에 디캔터(Decanter) 하나 들여보는 것은 어떨까. 디캔팅(Decanting)이라는 잠깐의 기다림을 거치면 훨씬 깊어진 와인을 맛볼 수 있다.
◇유리병에 담긴 와인의 놀라운 변화
디캔터는 쉽게 말해 와인을 옮겨 담는 유리 용기다. 디캔터를 이용해 와인을 담아두는 과정은 디캔팅이라고 한다. 과거 영국에서 포르투갈산 포트와인을 마시며 침전물을 걸러내기 위해 사용한 것이 유래다. 와인의 품질이 좋아진 지금은 와인의 풍미를 살리기 위해 사용한다. 필수적인 과정은 아니지만 와인의 맛을 본 뒤 맛을 더욱 깊어지게 만들고 싶을 때 디캔팅을 하면 된다.
유리병에 담아두는 것만으로 와인이 더 맛있어지는 원리는 뭘까. 와인의 향은 공기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더욱 풍부해진다. 산소가 닿을수록 와인 속 향기 성분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와인잔에 마실 때 잔 표면에 와인이 더 많이 닿게 하기 위해 스월링(Swirling, 와인잔을 둥글게 돌려주는 행동)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와인을 디캔터에 따르고 이후 보관되는 과정에서 내용물이 더 적극적으로 산소에 닿게 된다. 잔에 바로 따를 때보다 산소와 더 오랜 시간 맞닿으면서 향이 훨씬 빠르게 발화되는 것이다. 이 과정을 ‘와인이 숨을 쉰다는 뜻’으로 브리딩(Breathing)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빠른 발화를 원한다면 널찍한 형태의 디캔터로 와인과 디캔터 표면이 닿는 면적을 넓혀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단, 와인 종류와 맛에 따라 디캔팅 추천 시간이 30분부터 24시간까지 천차만별이니 유의하자.
◇3000원으로 더 맛있는 와인 만드는 법
해외에서 수입되는 고급 정품 디캔터들은 50만원을 호가한다. 매번 디캔팅 해서 와인을 마시는 것도 아닌데, 와인 초보라면 선뜻 지불하기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디캔터를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대안이 있다. 생활용품점인 다이소나 이케아에서 가격이 저렴한 편인 보급형 디켄터를 구매하거나, 안 쓰는 공병을 디캔터로 활용하는 것이다.
다이소에서는 3000원대부터 디캔터를 판매하고 있다. 용량에 따라 가격이 차이 나지만, 가볍게 디캔팅을 시도해 보고 싶은 입문자라면 주머니 사정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도 구입할 수 있다. 이케아에서는 디캔터로 쓰기 좋은 형태의 유리병을 1만원대에 구할 수 있다. 개중 디캔터 용도로 가장 많이 쓰이는 제품은 ‘콘트롤란트(KONTROLANT)’며 1만2900원이다.
집에서 뒹구는 유리 용기를 재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단, 공기 접촉이 보장된 개방된 형태의 용기여야 한다. 위스키를 다 마시고 남은 공병이나 유리 꽃병도 훌륭한 대체품이다.
/정예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