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스페인 연금개혁이 한국에 함의하는 바는

송민섭 2023. 3. 1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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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스페인의 연금개혁은 연금수급 시작 은퇴 연령이나 보험료율 인상 및 납부 기간 측면에서 국민연금 개혁에 착수한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는 2055년 고갈될 것으로 보이는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더 내고 덜 받는’ 모수개혁 이외에 고령층 최저생계비 개념의 기초연금은 물론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 직역연금 개혁까지 이루는 ‘구조개혁’의 핵심 사안을 모두 담고 있어서다. 애초 한국의 국민연금 모델이 유럽식 사회보장제도였다는 점에서 유럽 두 나라의 개혁 성패가 국내 연금개혁 향방을 정하는 데도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16일(현지시간) 올리비에 뒤소프 프랑스 노동부 장관이 프랑스 파리 상원에서 열린 정부의 연금 개혁안 표결에 앞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17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는 애초 1월말로 예정돼 있던 연금개혁 관련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연금특위 여야 간사가 현행 9%인 보험료율과 30%대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등 국민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모수개혁 이외에 고령층 소득보장과 관련한 기초연금과의 통폐합이나 공무원연금 등 다른 직역연금과의 형평성 조정에 관한 구조개혁까지 논의해야 한다고 합의해서다. 국회 연금특위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과 같은 민간자문위 모수개혁 단일안을 논의한 뒤 오는 4월 해산할 예정이었다. 

국회가 갑자기 모수개혁 대신 구조개혁을 화두로 꺼내면서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내년 4월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연금개혁에서 발을 빼려한다는 관측이 나왔다.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성을 위해선 보험료율을 지금보다 높이고 소득대체율은 더 낮추는 ‘더 내고 덜 받는’ 방안이 불가피한데 굳이 자기들이 득표에 도움이 안되는 모수개혁의 총대를 멜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복지부가 오는 10월 연금제도 및 기금운용 등에 관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내놓기로 한 만큼 정부가 모수개혁에 관한 구체적 개편 방안을 마련하라고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한국의 연금개혁은 세대·계층·분야 간 이해관계가 첨예한,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월 ‘금융브리프’에 게재한 ‘연금개혁의 방향 및 고려사항’에서 “(국민연금 등) 현행 공적연금 제도는 재정 불안정이 심각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못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가속화하는 저출생·고령화뿐 아니라 내는 보험료 대비 받는 급여액이 너무 후하게 설계됐기 때문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연금 재정의 안정성 제고 △급여의 적정성 확보 △수급의 사각지대 해소 △국민연금과 다른 직역연금과의 형평성 제고가 연금개혁의 목표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을 이미 실기한 측면이 있다”며 “연금개혁은 빠를수록 좋지만 그렇다고 졸속으로 진행되어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국민연금의 모수개혁뿐 아니라 기초연금·공무원연금 등과의 구조개혁까지 다뤄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공적연금 재구조화 방안 연구’ 보고서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보사연 보고서는 유럽의 연금개혁이 △1970년대 중반∼1980년대 후반(독일 등 부과방식 공적연금 개혁에 국한) △1990년대 초반∼2008년 금융위기 이전(스웨덴, 이탈리아 등이 모수개혁과 구조개혁 동시 진행) △금융위기 이후부터 현재(프랑스는 연금 납부 기간 연장 및 보험료율 인상) 등 단계별로 진행됐다고 소개했다. 

보고서는 “국내에선 (노무현정부 당시) 2차 연금개혁 이후 대부분 모수개혁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모수개혁의 한계를 지적하며 구조개혁 방안을 제시하는 연구들이 늘었다”고 전했다. 이어 “어떠한 합의기구와 방법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갈 것인지, 재정안정성, 급여적정성, 대상 포괄성 등 연금개혁 목표 중 어느 것에 초점을 두고 개혁을 진행할 것인지 등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송민섭 선임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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