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의료계 집단휴진 현장조사’가 장바구니 물가 대책?···민주당 “총체적 무능 사례”
윤석열 대통령이 지시한 장바구니 물가 안정 대책에 ‘의료계 집단휴진 현장조사’ ‘반도체 공정 입찰담합 제재’와 같은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이 담겼던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지시는 4·10 총선을 약 한 달 앞두고 “대파 875원” 발언이 나온 물가 점검 행보 직후 열린 회의에서 나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대통령 지시사항 관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3월18일 민생점검대책회의를 열고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한 특단의 조치 시행’을 지시했다.
공정위가 정리한 윤 대통령의 지시 사항은 크게 장바구니 품목 관련 법 위반 행위 조사·제재, 민생 밀접 분야 불공정 행위 관계 부처 공동 모니터링, 주류·제빵 산업 규제 개선을 위한 간담회 개최, 가성비 제품 비교정보 영상 제작·배포 4개 항목으로 나뉘었다. 공정위는 이를 유관부서에 전달했고, 이행 여부에 대해선 모두 ‘추진 완료’라고 밝혔다.
지시사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장바구니 물가와 무관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대표적인 예가 의료계 집단휴진에 대한 현장조사 항목이다. 공정위는 이에 6월19일~21일 사흘간 지시사항을 이행했다고 보고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 등 제어감시 시스템 입찰담합 제재도 장바구니 물가 안정 대책으로 담겼다.
관계부처의 지시사항 이행도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이뤄졌다. 가성비 제품 비교 정보 제공 지시에 따라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6월25일 건전지 14개 제품의 가격과 성능을 비교한 카드뉴스를 공개했다. 다음날 공정위는 같은 내용을 50초짜리 짧은 영상으로 만들어 공식 유튜브 채널에 게시했다. 일회성 홍보였던데다 건전지 가격 비교는 장바구니 물가 대책과는 거리가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민생점검회의가 있던 날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인 것 같다”라고 말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는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식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던 때다.
천준호 의원은 “의료계와 충돌이 장바구니 물가 안정 대책이라니 참담하다”면서 “윤석열 정부의 총체적 무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측은 “의료계 집단휴진 현장조사는 보건복지부의 신고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대통령의 장바구니 물가안정 대책 마련 지시와는 무관하다”라며 “담당자가 민생안정을 위한 공정위의 다각적인 노력을 부각하는 과정에서 지시사항 자료에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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