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만 있는데 '현금없는 버스'타면 안 될까?

이 영상을 보라. 버스 문이 열리고 돈을 넣어야 할 자리에 현금 박스가 없다. 알고보니 현금 없는 버스를 탄 건데 근데 나 현금밖에 없는데 어쩌지?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카드가 없어 현금 들고 탔는데 다리가 아픈 상황에서도 현금 안 받는다며 내리라고 했다’며 당황했다는 경험담이 올라오기도 했다. 유튜브 댓글로 “현금없는 버스는 현금밖에 없으면 내리라고 하는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직접 버스를 타봤다.

서울 여의도환승센터에서 버스를 탔는데 버스에 현금통이 없어서 기사님께 물어봤다. 그러자 기사님은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손을 들더니 칼같이 하시는 말씀 “요금을 안 받습니다”
다시 한번 현금 안 받냐고 물어보자, ‘교통카드 전용버스’라고 적힌 표시판을 두드리면서 “네~ 요금을 안 받아요”라고 하신다. 다시 한번 현금 안 받냐고 물어보자, ‘교통카드 전용버스’라고 적힌 표시판을 두드리면서 “네~ 요금을 안 받아요”라고 하신다.

두번째 시도. 다른 버스에 현금을 들고 탔는데 여기도 역시 현금통이 없어 물어봤다.
왱 : 현금은 안 받나요?
버스기사 : 현금은 안 돼요

하지만 이번엔 내리지 않고 기사님께 버스를 타고자 하는 강렬한 의지의 눈빛을 보냈다. 다른 방법은 없냐고 물어보자
버스기사 : 계좌이체 가능하세요? 일단 타세요.
기사님은 그제서야 계좌이체 가능하냐며 일단 타라고 하신다.

주섬주섬 무언갈 꺼내시더니 요금납부서와 인적사항을 적는 종이와 펜을 주셨다. 현금없는 버스에 현금을 들고 탔을 땐 가정통신문 같은 종이를 꺼내 주면서 계좌이체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
“현재는 대체 결제 수단을 버스 기사 분들이 요금 납부 안내서를 통해서 계좌이체 해달라고 하고요. 기사 분이 종이를 줘요. 안내서를. 거기에 써 있어요. 그거를 이 쪽 계좌로 입금해달라. 이체하십쇼 이런 식으로”

현금 없는 버스 요금 납부 안내서는 이렇게 생겼다. 탑승 실험에서 기사님은 납부서를 주면서 “계좌이체는 천천히 하셔도 돼요”라고 하셨는데 버스에 내려서도 이체가 가능하다는 의미였다. ‘운송수입금공동관리업체협의회’라는 이름도 긴 예금주로 계좌이체를 하다가 문득... 출퇴근길처럼 버스에 사람들이 가득 탔을때도 이런 방식이 가능할지 궁금해져서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에 물어보니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
“계좌(이체)를 해달라고 하지만 물론 어떤 사람들이야 안 낼 수도 있는 상황이에요. 그거는 양심에 맡겨야 한다고 해야하나요?”

그럼 요금을 안 낸 사람을 찾기는 어려운 건가?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
“어렵죠. (왱 : 운전하면서 입금 내역까지 확인할 순 없으니까요?) 예예... 가뜩이나 바쁜데. (왱 : 그렇게 안 내신 분들도 있나요?) 있지요. 양심에 맡겨야죠. 그런 거는”

교통카드 없이 버스에 올랐다가 계좌이체를 한 사례가 서울에서만 작년 한해 2만 5천건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현금만 들고 탔다가 뜻밖에 카드만 된다는 소리에 당황해 계좌이체로 처리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는 것.

계좌이체가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서울 여의도의 한 버스 정류장에는 모바일 카드를 발급 받으라는 종이가 붙어있다. 심지어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도 적혀있더라. 아마 주로 현금을 들고 다니는 외국인을 위한 안내인 것 같은데 크게 눈에 띄진 않았다.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
“QR코드를 확인해서 모바일 교통카드 발급해서 사용하고요. 인근 편의점이나 지하철역에서 교통 카드를 구입해서 충전하고 그렇게 하셔야되죠”

서울시는 2021년 10월부터 ‘현금 없는 버스’를 시범운행하고 있는데 현재는 버스 7394대 중 418대(6%)가 ‘현금 없는 버스’로 운행된다. 서울시가 설명하는 근거는 1%도 안되는 현금 승차율과 현금통 관리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
“현금 승차율이 많이 낮은 상황이니까.. 현금통을 움직이고 뭐 하다보면 안전사고 우려도 있고 현금 거스름돈 걸러주고 하다보면 배차 지연도 발생하고 하는 문제들 때문에... 현금 승차율이 1%미만. 이 정도기 때문에...”

통상 버스 운행이 끝나면 5명 정도의 기사님이 현금통을 수거해서 집계를 하는데, 현금을 사람이 일일이 세기 때문에 1시간 정도 걸려 수거 인력 비용이 든다는 것.

하지만 현금 없는 버스라는 게 언뜻 편리해보이긴 하지만 현금 사용 비중이 높은 사람들의 습관을 단기간에 바꾸긴 어렵다. 카드 사용이 보편화되고는 있지만 노인층이나 청소년 등 현금을 선호하는 계층도 많고, 카카오 데이터 센터 화재처럼 돌발상황이 발생할 경우 금융전산망이 마비되면 최후의 결제수단은 현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마치 국민 대다수가 핸드폰을 사용하는 요즘 시대에도 공중전화 부스가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한국은행 발권정책팀 관계자
"취약계층. 외국인 방문객들의 소비 지출을 비롯한 경제행위가 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리고 자연재해나 사고. 금융 전산망이 마비가 되는 경우에는 현금밖에 쓸 수 없잖아요. 최후 결제 수단이 소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