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통장’ ISA, 은행에서 증권사로 ‘머니무브’ 이유는?
가입금액도 지난 5월 이후 역전
금리인하기 은행 상품 매력 떨어져
은행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자들이 증권사로 옮겨가는 ‘머니무브(자금이동)’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은행 ISA는 수익률의 핵심인 전용 예금금리가 일반 예금금리보다 낮아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ISA는 예적금·주식·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 모아 투자하면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절세상품으로 지난 2016년 도입됐다. 최대 소득 4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이 제공된다. 아울러 1년에 2000만원씩 최대 1억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비과세 혜택에 하나의 계좌에서 언제든 자유롭게 금융상품을 변경하며 운용할 수 있어 ‘만능통장’이라고도 불린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ISA 가입자 수는 564만6000명으로 전년 동기(481만7044명) 대비 82만8956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증가세를 견인한 건 증권사였다. 증권사 ISA 가입자 수는 379만7285명에서 473만4197명으로 93만6912명 증가했다. 반면 은행 ISA 가입자 수는 101만9541명에서 91만1656명으로 10만7885명 감소했다. 은행 ISA 가입자 수는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100만명대를 유지하다가 같은 해 12월 99만3562명으로 내려앉은 후 90만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투자금액 역시 증권사가 은행보다 많았다. 지난 8월 말 기준 ISA 총 투자금액은 30조2722억원으로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어섰다. 그중 은행은 13조9626억원, 증권사는 16조3096억원을 차지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은행 ISA 투자액은 증권사 ISA보다 3조원 이상 많았다. 하지만 지난 5월 처음으로 역전된 이후 지속적으로 격차가 벌어지는 흐름이다.
ISA는 모든 금융권을 아울러 1인당 계좌를 하나만 개설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필요에 맞는 상품 유형을 선택하게 중요하다. 상품 유형별로는 금융회사에 운용을 맡기는 일임형, 개인이 상품을 선택한 뒤 운용을 맡기는 신탁형,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중개형 등 세 가지가 있다. 은행은 주로 신탁형과 일임형 ISA를, 증권사의 경우 중개형 ISA를 취급한다.
최근 은행권 ISA 가입자 수가 줄어드는 데는 은행권 ISA 계좌의 이자 매력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은행의 경우 신탁형 ISA가 주를 이루는데 실제 편입 자산 중 예·적금 비중이 96.9%(13조4228억원)에 달한다. 반면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ISA 전용 예금금리는 12개월 만기 기준 2.99~3.10%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최고 연 3.35~3.41%로, ISA 전용 예금금리보다 높다.
반면 증권사의 중개형 ISA 계좌의 인기는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월 기준 신탁형과 일임형 가입자 수를 다 합쳐도(95만5239명) 중개형 ISA 가입자 수(469만825명)의 5분의 1수준이었다. 중개형 ISA는 지난 2021년 처음 출시됐는데, 채권 및 주식투자가 불가능했던 기존 신탁형 및 일임형 ISA와 달리 직접 투자가 가능한 데 이어 비과세 혜택까지 적용되는 게 특징이다. 실제 ISA 도입 이후 꾸준히 고객 점유율을 높이던 은행은 2021년을 기점으로 증권사에 가입자 수 추이를 역전당한 상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책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하면서 ISA를 둘러싼 은행과 증권사 간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정책금리가 인하하면 시장 금리 역시 하락하는데 이 경우 신탁형 ISA의 이자 매력도는 더욱 떨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증권시장 입장에서는 금리 하락이 호재가 될 수 있는 만큼 은행의 ISA 가입자 이탈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ISA 제도 변화도 변수다. 올해 세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ISA 납부 한도와 세제 혜택은 한층 강화된다. 개정안은 연간 납입 한도를 연 2000만원에서 연 4000만원으로 2배 늘리고, 비과세 한도 역시 일반형 500만원(이전 200만원), 서민형 1000만원(이전 400만원)으로 확대했다. 이 경우 은행권은 역시 ISA 수요 확대를 기대할 순 있지만 직접적으로 비과세 혜택이 큰 중개형 ISA가 더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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