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판다 ‘퇀퇀’ 죽음 애도, 정치권 논란…타이완 선거 변수되나?

김민성 2022. 11. 22.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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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미 대통령이 반려견이 죽은 사실을 공개하자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이 애도의 글을 남겼다. (출처: 구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6월 그가 13년 동안 키우던 애견인 셰퍼드 챔프(Champ)가 죽은 사실을 SNS를 통해 알렸습니다.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성향을 갖고 있는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은 곧바로 바이든 대통령에게
애도의 글을 남겼습니다.

차이잉원 총통은 고양이를 키우는 등 동물애호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타이완 양안 관계 '우호의 상징' 판다 숨져

판다는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고 중국에서는 국보급으로 대접받습니다.

판다는 또 우호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상대국에 우호와 협력을 증진할 때 중국은 판다를 상대국에 보내는 이른바 '판다 외교'를 하고 있습니다.

1949년 신중국 건국 이후 갈라져 중국과 타이완이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2008년 중국이 타이완에 2마리의 판다를 기증했습니다.

'퇀퇀(團團)'과 '위안위안(圓圓)'이란 암수 한 쌍이었습니다.

14년 동안 타이베이 동물원에서 생활하던 두 마리 판다 가운데 수컷인 퇀퇀이 지난 19일 오후
지병으로 숨졌습니다.

타이완 타이베이시 동물원에서 의료진에 치료를 받는 판다 ‘퇀퇀’ (출처: 타이베이시 동물원 페이스북)

지난 8월부터 발작 증세를 보인 퇀퇀의 치료를 위해 중국과 타이완 사이 관계 악화에도 불구하고 중국 본토에서 전문가 2명까지 타이완으로 파견돼 퇀퇀을 치료해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퇀퇀이 죽자 타이완은 물론 중국 네티즌들의 애도가 이어졌습니다.

■판다 죽음 애도 놓고 정치권 논란

그런데 퇀퇀의 애도를 놓고 타이완 정치권으로 논란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퇀퇀과 위안위안은 2005년 당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타이완 국민당 롄잔 주석과 회담을 한 것을 계기로 타이완에 기증이 추진됐습니다.

하지만 당시 타이완을 집권하고 있던 반중 성향의 민진당은 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무산됐습니다.

판다 두 마리의 이름을 합하면 '퇀위안(團圓)' 인데 이는 '재결합', '재회' 등을 뜻하는 것으로 중국의 타이완 통일을 연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3년 뒤인 2008년 친중 성향인 마잉주 총통이 이끄는 국민당 정권이 들어선 뒤에야 판다들이 타이완으로 옮겨졌습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퇀퇀이 숨진데 대해 "마잉주 전 타이완 총통이 두 마리의 판다가 양안 간 활발한 교류를 촉진 시켰다며 차이잉원 총통이 실질적인 민간 교류를 촉진하고 양안 간의 모순을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양안 관계가 냉각된 책임이 독립성향의 차이잉원 총통 때문이라며 판다의 죽음을 계기로 차이 총통을 비판한 것입니다.

역시 후진타오 주석과 판다 기증을 성사시켰던 롄잔 전 국민당 주석 역시 퇀퇀의 죽음에 애도를 표했습니다.

타이완 중국광보뉴스 대표 자오샤오캉 (출처: 바이두)

타이완 내 친중 성향이자 국민당적을 갖고 있는 중국광보뉴스(中廣)의 자오샤오캉 대표는 한술 더 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차이잉원 총통에 대한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타이완과 중국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자오 대표는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반려견 사망에 대해 애도를 표시한 차이잉원 총통이 판다 퇀퇀의 죽음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며 "이데올로기가 최소한의 인간성도 묻어버릴 수 있어 슬프고 두렵다"고 차이잉원 총통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타이완 동화대학교 민족문제발전학과 스정펑 교수도 비난 대열에 가세했습니다.

스 교수는 중티엔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차이 총통이 퇀퇀에 대한 태도를 밝혀 중국 본토의 적대감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인데 그는 아예 무관심하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바이든의 반려견이 죽었을 때 차이 총통은 '비위를 맞춰주려고 하더니' 퇀퇀에 대해서는 자기의 일이 아닌 것처럼 대하고 있다"고 거세게 비판하며 "차이 총통의 이러한 행동은 매우 옹졸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 (출처: 구글)

■타이완 총통부 반발…"모든 것을 논쟁으로만 생각"

이에 대해 타이완 총통부가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타이완 총통부 장둔한 대변인은 "퇀퇀은 많은 사람의 어린 시절 추억이며 퇀퇀이 우리 곁을 떠난 것에 대해 차이잉원 대통령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슬퍼하고 아쉬워하고 있다"며 자오 대표의 말을 즉각 반박했습니다.

그리고" 타이베이 시립 동물원과 의료단체에서 마지막까지 힘써준 데 대해 고마움을 표시한다"며
"유감스럽고 놀라운 것은 많은 사람이 퇀퇀의 사망에 대해 아쉬워하고 있을 때 자오 대표는 통일과 독립, 그리고 국민당과 민진당 등 정치적 논쟁으로 생각한다며 슬프고 무섭다"고 반발했습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타이완 방문에 반발해 벌인 중국의 무력시위, 22년 8월 (출처: 구글)

■양안 관계 악화 속 퇀퇀이 미칠 영향은?…4년 전 지방선거에선 국민당 승리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1박 2일 일정으로 타이완을 방문한 이후 중국은 1주일가량 타이완 섬을 완전히 포위한 채 탄도미사일 11발과 장사정포를 발사하며 타이완 해협의 긴장감을 한층 끌어올렸습니다.

1954년과 1958년, 1995년에 이은 제4차 타이완 해협의 위기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많았고, 이후 중국은 그동안 금기시돼왔던 타이완 해협 중간선을 넘으며 타이완을 위협하는 상황입니다.

양안의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번 주 토요일인 26일 타이완에서는 중요한 정치행사가 치러집니다.

22개 현·시장을 뽑는 지방선거로 집권 2기 중반부에 들어선 차이잉원 총통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이 짙습니다.

4년 전 치러진 선거에서는 친중성향인 국민당인 22개 현·시장 가운데 15곳을 휩 집권당인 민진당은 물론 차이잉원 총통도 큰 정치적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번 선거도 차이잉원 총통으로서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타이완 매체들의 보도를 보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타이베이시와 신베이시 등 타이완 6대 도시에서 국민당이 4곳에서 우세를, 민진당은 2곳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4년 전과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 것입니다.

APEC 정상회의 전야 만찬에 참가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내외, 22년 11월 (출처: 로이터=연합뉴스)

위대한 중국의 부흥 즉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겠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장기집권의 초석이 마련되자마자 G20과 APEC에 참석해 세계 각국 정상들과 만나며 광폭 행보를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빼놓지 않은 것은 '핵심이익 중의 핵심이익'인 타이완에 대해 간섭을 하지 말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번 타이완 지방선거에서 친중성향인 국민당이 승리를 거둘 경우 현 집권당인 민진당과 차이잉원 총통의 각종 국정 수행 동력이 크게 상실될 수밖에 없고 이는 양안 관계는 물론 미·중 관계에도 복잡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판다의 죽음에 대한 애도 분위기를 집중 부각시키려는 야당인 국민당과 중국을 의식해 최소한의 대응을 하려는 집권당인 민진당 사이에 논란이 불거지면서 '우호의 상징'인 판다가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타이완 정치권에 또 다른 변수로 등장했습니다.

김민성 기자 (kim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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