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2억은 평균이라는 팝업의 성지 근황

사람들이 길목에 가득 들어차, 고기를 구워 먹고 있는 이 곳은 서울 성수동의 ‘갈비 거리’다. 요즘 성수동만 생각하면 트렌드를 선도하는 팝업스토어의 성지 이미지가 강하지만 원래 성수동엔 각종 공장들이 들어서 있었고 수십년 전통의 갈비 거리, 장인들의 개성이 담긴 수제화로 명성을 날리던 곳이었다.

갈비거리는 10년 전쯤엔 이렇게 핫한거리였는데, 요즘은 세월이 무색하게도 텅 비어있다. 폐업한 한 가게는 이렇게 카페로 바뀌는 공사를 하고 있기도 하고, 26년 된 이 가게는 옆 동네로 이사를 간다고 한다.유튜브 댓글로 “성수동에도 갈비 가게들이 없어지고 있던데 어떻게 된 일인지 알려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 봤다.

서울시 설명으로는 성수동 갈비거리의 시초가 1975년 ‘수원 원조 갈비’가 문을 열면서부터라고 한다. 이 주변은 원래 1950년대에 뚝섬 경마장이 들어서면서 번화가가 되었는데, 이후 70년대 들어 갈빗집들이 줄지어 생겼다. 이 전통의 갈비 거리에서 40년간 정육점을 운영한 오명옥 사장님은 최근의 성수동은 이제 장사하기 힘든 곳이라고 했다.

[경성 정육점 사장님]
옆에 주위 상권이 엄~청 비싸. 저런 데(카페)는 거의 8~900(만원). 요 갈빗집(건너편) 조그마해도 기본 5~600 해가지고 인건비, 관리비 때문에 사람들 못 살아, 세가 너무 많이 올라 가지고. 이제 우리도 그만둘 거거든…

성수동에 몰려있던 여러 공장들은 공장 소음과 분진 등의 이슈, 서울숲 조성과 함께 성수동의 지도가 달라지던 2010년대를 분기점으로 문을 닫거나 이전했다. 그때 빈 공간들이 카페나 소품 가게 등으로 바뀌면서 독특한 트렌드를 선도하는 동네로 떠올랐는데 유동인구가 급증하면서 어김없이 임대료가 폭발적으로 올랐다. 카페들이 생기던 이 당시에도 임대료 상승이 문제가 되자 구청에서는 갈비골목 주변의 서울숲길과 뚝섬 주변을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지정해 상생협약을 유도했는데 법적 효력은 없는 거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지역이 최고 핫플로 떠오르자 성수동은 단기 체험형 매장을 뜻하는 팝업스토어의 성지가 되었고, 임대료는 더 가파르게 고공 행진하기 시작했다. 2018년과 비교했을 때 성수동의 현재 평당 임대료는 90% 넘게 오른 상황

상권의 몰락을 부추기는 임대료 상승에는 건물주의 탐욕과 상가임대차보호법상 10년간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는 규정이 원인으로 꼽히지만 성수동의 주류가 된 팝업스토어는 이것과 조금 다르다. 상가임대차보호법상 ‘일시 사용’은 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기준도 없기 때문에 임대료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 거다.

[박상흠 변호사]
일시사용이라는 용어에 대해서 정의는 없어요. (판례는) 보증금이 아예 없고, 한 3~4개월 해가지고 임차료를 좀 몰아가지고 이런 걸 일시사용으로 보고 있네요. 일시사용은 원칙이 잠시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제도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 만든 그런 규정인데….

팝업스토어는 최소 2주에서 길어야 6개월만 운영되고 대부분 성수동의 명성을 이용해 홍보하려는 기업 고객들이 대부분이라 현찰을 쓰는데 부담도 없다. 그래서 건물주들이 억대의 현찰을 쓸어담는다는 얘기가 나오는 건데, 문제는 이런 임대료 상승으로 주변 상가들의 월세도 덩달아 올라가게 되었다는 거다.

성수동 메인거리인 ‘연무장길’ 내에 팝업스토어 시세를 알아보니, 1층에 있는 10평 상가의 일주일 이용료가 600만 원이었다. 반면 같은 지역에서 비슷한 규모인 10평 상가의 월세는 400만원으로 일주일 팝업 임대료가 월세보다 더 비쌌는데 그만큼 거품이 많다는 얘기다. 팝업을 전문으로 하는 이 지역 부동산에서는 최근 가장 크게 열린 ‘버버리 팝업스토어’는 최소 40억 정도를 줬을 거라고 했다.

[팝업 전문 부동산 공인중개사 A]
팝업이라는 게 그냥 깔세, 하루에 10만원 주고 하는 그런 거로 생각하시면 안 돼요. 만약에 이제 기존에 있는 데(상가)로 들어가려고 그러면 권리금이 상당하죠. 10평 정도 가게, 연무장길이라고 하면은 2억 대 초반에서 후반까지 있어요. 월세는 보통 한 400 정도, 팝업은 더 비싸게 받죠.

그래서 성수동은 일주일에 열리는 팝업스토어만 30개인 최고 핫플이 됐고 동시에 동네 전체가 카페로 뒤덮이면서 기존에 장사하던 갈비골목이나 수제화 거리도 밀려나기 시작했다.

[가죽가게 사장님]
지금 나는 건물주가 자기가 쓴다고, 나도 이사 가야돼. 몇 집 안돼요 여기 가죽 파는 집들, 한 7~80정도 있던게 다 없어졌잖아요. 처음에 내가 여기 올 때그 때는 8개월인가 월세를 못 받아가지고 비어있었다고요. 그때부터 내가 들어와서 여기까지 했는데…
서울의 다른 상권과 다르게 오피스 공실률이 0%일 정도로 인기가 많다는 성수동. 하지만 좀 더 들어가보니 트렌디한 건물 팝업의 화려함 뒤에 40년씩 한 곳에서 장사하던 사장님들의 근심 가득한 얼굴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