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올리브영이 지난해 또 한 번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CJ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비상장사인 올리브영의 기업가치가 가파르게 높아지면서 이선호 CJ 그룹장이 보유한 지분의 교환가치 역시 커지고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올리브영이 별도 상장보다 지주사인 CJ와의 합병 수순을 밟을 경우 이 그룹장의 지배력 확대와 승계 구도 안정화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룹 '캐시카우'된 올리브영…CJ와 합병 앞두고 기업가치 극대화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의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21.8% 증가한5조8335억원, 영업이익은 22.5% 늘어난 7447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15.8% 증가한 5547억원으로 집계됐다. 외형 성장과 수익성을 동시에 입증하면서 올리브영은 명실상부한 CJ그룹의 핵심 캐시카우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CJ그룹의 전통적인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이 원가 부담과 소비 위축 등으로 수익성 둔화를 겪는 사이 올리브영은 그룹 내 성장 엔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룹의 중심축이 제조업 기반에서 플랫폼·리테일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 속에서 올리브영의 몸값이 치솟는 것은 오너가 입장에서도 의미가 크다. 향후 지주사인 CJ와의 합병이 현실화할 경우 오너 일가가 보유한 올리브영 지분의 가치가 지주사 지분으로 전환되는 핵심 재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내년을 전후해 올리브영과 지주사 CJ의 합병 가능성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최근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정책 기조에 따라 자회사의 쪼개기 상장 등 중복 상장에 대한 시장의 시선이 한층 엄격해지면서 비상장사인 올리브영을 별도로 기업공개(IPO)하기보다는 지주사와 합병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방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어서다.
유통업계에서는 올리브영의 기업가치를 6조원에서 최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올리브영의 지분 구조를 보면 지주사 CJ가 51.1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어 이선호 CJ 그룹장이 11.04%,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가 4.21%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올리브영의 기업가치가 높아질수록 향후 주식 교환이나 합병 비율 산정 시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분의 교환가치도 커진다. 지금과 같은 실적 고공행진은 별도의 대규모 현금 동원 없이도 올리브영 지분을 지주사 CJ 지분으로 전환해 지배구조를 개편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셈이다.
자사주 활용법도 변수…이선호 그룹장 지배력 확보 퍼즐
유통업계에서는 이 그룹장이 올리브영 지분을 활용해 CJ 지분을 확대할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특히 올리브영과 CJ 간 포괄적 주식교환 또는 합병 방식이 유력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현재 이 그룹장이 보유한 CJ 보통주 지분은 3.2% 수준이며 우선주 전환 가능 물량까지 감안하면 6.5%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합병을 감안했을 때 올리브영의 몸값이 높아질수록 이 그룹장이 보유한 올리브영 지분 11.04%의 전략적 가치는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올리브영이 보유한22.6%의 자사주도 향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핵심 변수로 꼽힌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자연스럽게 높아지는 효과가 발생해 이 그룹장의 지분율도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 실제 자사주를 전량 소각할 경우 이 그룹장의 올리브영 지분율은 현재 11.04%에서 14.3% 수준까지 높아진다. 업계에서는 이 자사주가 단순 소각뿐 아니라 향후 합병 과정에서 유리한 비율을 설계하는 카드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 올리브영의 고성장은 단순한 사업적 성과를 넘어 CJ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승계 구도에 결정적인 변수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상장 상태에서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린 뒤 지주사와의 합병을 통해 오너 일가의 지주사 지분을 확대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올리브영은 캐시카우를 넘어 승계의 핵심 플랫폼 역할까지 맡게 된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CJ와 올리브에 대해 "자회사 중복상장이 어려워진 정책 환경을 감안할 때 향후 지배구조 개편은 합병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자사주 소각과 맞물려 내년 상반기 중 개편 작업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CJ는 올리브영 IPO 리스크가 사실상 소멸되면서 지분가치 할인 폭을 제거했다"며 "올리브영과 합병 시 CJ는 핵심 자회사 이익을 온전히 반영할 수 있고 순차입금 축소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김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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