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삭이·새싹이... '농업판 챗GPT'에 쏠린 눈

손유지 2026. 2. 2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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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TURN] 흩어진 데이터, 한데 모은다
데이터 행정·현장 혁신, 농업 미래 다시 설계
이제 트랙터보다 '데이터'가 더 중요한 시대

[지데일리] 논과 밭에도 인공지능(AI)이 들어왔다.

농촌진흥청이 ‘농업지능데이터팀’을 신설하며, 대한민국 농업이 본격적인 데이터·AI 시대의 문을 열었다. 그동안 실험적이던 AI 농업이 이제 체계적 산업 구조로 진입하게 됐다. 내비게이션 없이 길을 헤매던 농업 AI 혁신의 여정이, 이제 지도와 엔진을 동시에 장착한 본격 주행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농촌진흥청이 농업 AI 대전환을 위해 ‘농업지능데이터팀’을 신설하며 데이터 기반 과학농업 시대를 열었다. 현장 맞춤 AI 서비스 확대와 데이터 전주기 관리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지역 농업기술센터와의 공유 체계로 현장 안착을 도모한다. AI생성


분산된 AI 기능, 한 팀으로 집결

농업지능데이터팀은 ‘농업 AI 업무 통합본부’라 불러도 과하지 않다. 지금까지 농촌진흥청 내에서 데이터·AI 관련 기능은 여러 부서로 흩어져 있었다. 데이터정보화담당관, 기술융합전략과, 스마트농업팀 등이 각자 비슷한 일을 했지만, 업무가 분산돼 효율이 떨어졌다. 

이번에 이들을 한 울타리로 묶어, 데이터 기획–수집–분석–서비스까지 전 과정을 관리할 수 있는 일원화 체계를 구축했다.

조직 개편의 핵심은 뚜렷하다. “AI를 연구의 보조 수단이 아니라, 농업 행정과 산업의 중심축으로 두겠다.” 데이터정보화담당관이 새롭게 ‘지식정보담당관’으로 이름을 바꾸며 일반 정보 관리와 AI 핵심 분석 기능의 역할이 분리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이 구조는 “AI를 조금씩 끼워 넣는 수준을 넘어서, 정책과 실험의 방향 자체를 데이터가 이끌게 하겠다”는 정부 의지를 반영한다. 농업 분야가 산업 전환의 ‘AI 경제노선’을 정면으로 받아들였다는 분석이다.

‘AI 행동계획’ 이후, 농업이 그린 로드맵

농업지능데이터팀의 출범은 2025년 말 정부가 발표한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의 직접적인 후속 움직임이다. 이 계획은 ‘AI 고속도로’(컴퓨팅·보안·데이터 인프라) 구축과 산업별 AI 융합 촉진을 국가 전략으로 내세웠다.

농촌진흥청은 그중 ‘AI 혁신 생태계 조성’ 부문을 스스로 맡아,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미 2025년 ‘데이터 종합관리 추진계획’, ‘농업과학기술 인공지능 융합전략’을 발표하며, 농업 데이터를 공공 연구개발의 자산으로 재정의했다.

이를테면, 병해충 예측 모델, 품종 개발, 기후데이터 기반 수확 시기 예측 같은 프로젝트들이 AI 중심으로 재설계된 것이다. 이번 조직 개편은 그 로드맵을 “연구계획에서 실행 주체로 끌어올린 단계”라 할 수 있다.

농업지능데이터팀의 세 가지 미션

새 팀의 미션은 크게 세 가지로, 현장 중심 AI 서비스 확대, 농업 데이터 전주기 관리, 지능형 의사결정 지원이다.

첫째, ‘현장 체감형 AI 서비스’는 “AI는 연구실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는 선언에 가깝다. 비료 살포량, 병해충 예보, 기상 대응, 출하 시점 등 농민의 결정 순간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서비스를 지향한다. 특히 고령 농업인도 쓰기 쉽게 ‘질문–답변’ 방식의 단순 인터페이스로 설계 중이다. 복잡한 모델보다 농민이 바로 이해할 수 있는 형태에 초점을 맞춘다.

둘째, ‘데이터 전주기 관리’는 데이터를 씨앗에서 수확까지 추적 관리하는 체계다. 생산, 저장, 분석, 개방의 모든 단계가 하나로 연결된다. 각 지역과 기관의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민간 클라우드와 연계된 통합 플랫폼에 올려 장기·대규모 분석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단일 연구로 쌓인 산발적 데이터가 아니라, 거대한 ‘농업 빅데이터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셋째, ‘지능형 의사결정 지원’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농사 전략을 제시하는 AI 모델이다. 기상·토양·가격·생육정보를 통합해 “이번 주에 관수를 줄이세요” 또는 “이번 품종은 수확을 3일 앞당기세요”라는 식의 실질적 추천을 제공한다. 복잡한 알고리즘보다 농민에게 ‘이득이 되는 조언’을 내놓을 수 있느냐가 승부처다.

‘AI 이삭이·AI 새싹이’, 농업판 챗봇의 등장

이번 조직의 얼굴은 생성형 AI 서비스 ‘AI 이삭이’와 ‘AI 새싹이’다. 이름부터 친숙하다. ‘이삭이’는 농민과 국민 대상의 대화형 서비스고, ‘새싹이’는 내부 연구·행정을 돕는 백엔드용 AI다.

AI 이삭이는 품목별 재배법, 병해충 정보, 기상 대응 요령 등을 실시간 질의응답 형식으로 안내한다. 스마트폰이나 PC에서 “올해 사과꽃 만개 시기 언제인가요?”라고 묻는다면, 해당 지역 기상데이터와 작년 패턴을 결합해 실시간 답변을 주는 식이다. 향후에는 개인 농가의 재배 이력과 지역 데이터를 반영한 맞춤 조언 기능까지 목표로 한다.

AI 새싹이는 연구자의 일손을 돕는다. 데이터 자동 분석, 실험 설계 조합 제안, 보고서 요약까지 지원한다. 복잡한 행정 업무를 자동화해 연구 효율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물론 생성형 AI의 ‘환각(hallucination)’ 리스크는 여전하다. 잘못된 농약 희석 비율이나 병해충 진단 오차는 농가 피해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검증된 공식 데이터베이스와 AI 응답을 연동하고, 사람이 개입하는 검증 절차를 병행할 계획이다.

지역 농업기술센터까지 확산... 데이터 행정의 서막

농업지능데이터팀은 중앙 조직이 아니라 ‘전국 확산형 허브’를 지향한다. 도농업기술원과 시·군농업기술센터의 현장 데이터를 표준화해 통합 플랫폼에 자동 연계하고, 데이터관리계획(DMP)에 따라 공유 체계를 제도화한다.

이는 단순히 AI를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행정 방식 자체를 전환하겠다는 시도다. 과거처럼 보고서로 결과를 제출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 “데이터로 말하는 행정”으로 옮겨가겠다는 뜻이다.

다만 남은 숙제도 많다. 지역·품목별로 뒤죽박죽 쌓여 있는 데이터의 표준화를 비롯해 품질 관리와 오류 데이터 정제, 디지털 역량이 부족한 현장 인력의 격차 해소, 공공데이터 개방 범위와 개인정보 보호의 균형 등이 제기된다.

데이터 통합은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5년 이상 장기 투자할 인프라 구축 작업에 가깝다는 평가다. 게다가 지역 기술센터 인력의 연령 분포가 높고, AI·데이터 분석 경험이 제한적이라 ‘현장 허브’ 역할을 맡길 인력 양성이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