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차 일본 거장 감독이 놀랐다는 한국 영화 관객만의 특징

조회수 2024. 2. 9. 14: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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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극장가에서 50만 관객을 돌파하며 아트하우스의 새로운 역사를 쓴 <괴물>이 화제입니다. <어느 가족>,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 웰메이드 영화로 현재 일본을 대표하는 감독에 등극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이 작품은 지난해 11월 29일 개봉 후 꾸준히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연출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각본의 사카모토 유지 작가, 음악의 故 사카모토 류이치까지 일본을 대표하는 세 명의 거장이 뭉치며 말 그대로 마스터피스가 탄생했는데요. 여기에 안도 사쿠라, 나가야마 에이타, 타나카 유코 등 일본을 대표하는 명배우들과 아역배우 쿠로카와 소야, 히이라기 히나타의 열연이 더해져 더욱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런 높은 완성도에 한국 관객 분들은 열광적인 반응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2월 2일 누적 관객수 50만 명을 돌파하는 쾌거를 이뤄냈죠. 감독의 작품 중 한국 배우들과 함께 한 <브로커> 이후 최고 흥행을 기록하며 열풍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이에 맞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다시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개봉 이후 다양한 해석을 유발하며 여전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 영화, <괴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키노라이츠가 직접 들어봤습니다. 감독이 생각한 한국 팬들에게 영화가 큰 사랑을 받은 이유부터 다양한 해석을 유발해냈던 영화 속 명장면들에 대한 해설까지.

영화 <괴물>을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놓칠 수 없는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키노 🚦
먼저 이번에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하게 된 소감이 궁금해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생각보다 그렇게 춥지 않아 편하게 지낼 수 있었던 3일이었습니다.(웃음) 송강호, 배두나 배우와 만나고, 극장에서 한국 관객 분들과 교류하는 시간도 가졌어요. 한국 관객 분들 질문 하나하나가 알차서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키노 🚦
50만 돌파라는 의미가 있지만 개봉 시기가 아닌 지금 한국을 방문한 이유가 있나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한국에서 개봉하는 시기에 맞춰 방한을 하고 싶었는데, 작년 8월부터 12월 사이에 신작 드라마 촬영이 있었어요. 부국제 때는 겨우 스케줄을 맞출 수 있었지만, 한국 개봉 시기에는 힘들어서 대신이라 하기에는 뭐하지만 두 소년(미나토 역의 쿠로카와 소야와 요리 역의 히이라기 히나타)에게 잘 부탁한다고 맡겼습니다.(웃음) 그리고 새해에 스케줄을 낼 수 있어서 오게 되었는데요. 솔직히 지금까지 상영이 이어지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이렇게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기쁩니다.

키노 🚦
한국 관객들만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일단 한국 관객 분들은 연령층이 젊다고 느껴져요. 그리고 저한테 선물을 정말 많이 주세요.(웃음)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가끔 저의 얼굴을 초상화로 그려서 주시는 분들도 계신데 그럴 땐 어찌해야 하나 싶어요. 싫다는 게 아니라 감사한데 제 얼굴이 그려진 거라 좀 부끄럽습니다.(웃음)

고레에다 감독,
한국에서 다시 볼까?

키노 🚦
<괴물>이 5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기록을 세웠는데요. 이 작품이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은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일단 냉정하게 보자면 그동안 제가 만들었던 그 어떤 작품보다 스태프, 캐스트 분들이 잘해주셨어요. 무엇보다 사카모토 유지의 훌륭한 각본과 오디션을 통해 뽑힌 두 소년의 매력이 있어 한국에서도 50만 관객 분들이 봐 주신 거라고 보고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제 작품들이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물론 30년 가까이 작품을 만들어왔다는 점도 있겠지만, 30년 전 한국에서는 이와이 슌지, 이누도 잇신 감독님도 인기가 많았어요. 이분들이 한국 관객 분들에게 일본영화를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줘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키노 🚦
<브로커>를 통해 한국에서 협업을 했는데요. 이때의 소감과 앞으로 또 다시 협업을 할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아직은 비밀이에요.(웃음) 앞으로 실현되길 바라는 계획에 한국 배우들과 다시 한 번 함께하고자 하는 게 있어요. 구체적으로 함께하길 바라는 배우의 이름을 언급하면 여러 가지로 문제가 생길 거 같은데…(웃음) 함께했던 송강호, 배두나 배우는 물론 한국에는 매력적인 배우가 많은 것 같아요. 어제도 한 번 언급했는데 김다미, 한예리 배우가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그 외에도 매력적인 분들이 많아서 가능성이 있으면 함께 해보고 싶어요.

<브로커>를 촬영하면서 한국에 오랜 시간 체류했는데요. 한국 촬영현장이 일본보다 잘 갖춰져 있다고 느꼈어요. 젊은 스태프들이 씩씩하게 일할 수 있고, 노동시간 관리는 물론 폭력적이지 않게 현장 제어도 가능했고요. 이때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영화 환경도 좋은 방향으로 바뀌었으면 해서 2년 동안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노력했어요.

키노 🚦
일본영화계의 개선을 위해 활동했다고 하셨는데요. 그 성과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성과가 안 나오고 있어요.(웃음) 일본에서 여러 가지 활동을 했는데, 좀처럼 KOFIC(영화진흥위원회) 같은 조직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더라고요. 일본영화계의 위기감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봅니다. 그래도 저는 포기하지 않고 이런 활동을 계속 이어 나가려고 합니다. 촬영현장에서 일어나는 폭력 등 구체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게 많아 개혁의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바뀌어야 한다는 의식은 조금씩 공유가 되고 있는 듯합니다.

키노 🚦
송강호, 배두나 배우를 만났다고 했는데요. 혹시 두 배우가 <괴물>에 대해 코멘트를 주신 것이 있나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일단 송강호 배우는 부국제 때 <괴물>에 대해 함께 대담하기도 했어요. 그 영상이 업로드되어있을텐데, 영화에 대해 훌륭하고도 적합한 해석을 해주셨어요. 이번에 만나서 감사 인사를 드렸을 정도로 말이죠. 배두나 배우도 영화를 봤다고 했고, 두 소년의 연기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해줬어요.

감독이 직접 말해주는
명장면 이야기

키노 🚦
교장 후시미가 아이의 발을 거는 장면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있는데요. 그 장면에 대한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일단 그 이유는 저도 잘 몰라요. 각본에 그렇게 쓰여 있었어요. 제 나름대로 해석을 하자면 극중 사오리(안도 사쿠라 분)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사건들이 이어지는데요. 영화 속 사오리의 감정을 관객 분들이 함께 느끼고 가면 좋지 않을까 하고 사카모토 유지가 생각한 게 아닌가 해요.

영화에서는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그 이유가 나오지만, 현실에서는 이유를 모르고 끝나는 일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봐요. 특히 이 씬처럼요. 이야기 속에서는 해답이 존재하지 않아요. 사오리는 물론 관객 분들도 알 수 없게 끝이 나요. 저도 나름대로 이렇게 해석을 해서 연기자들에게 지도를 한 장면이었어요.

키노 🚦
영화를 보고 <라쇼몽>이 떠오른다는 의견이 있는데요. 이런 부분을 의도한 것인가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일단 영화를 만들 때는 <라쇼몽>이 언급된 적 없어요. 다만 영화를 보면서 나중에 관객 분들이 언급하겠구나 하는 예측은 해서 놀랍진 않았습니다. 창작자의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라쇼몽>은 각자의 주관으로 파악한 진실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괴물>과 구조가 다르다고 생각해요.

처음 사카모토 유지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제가 떠올린 건 그의 드라마 <콰르텟>이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작품인데, 1~3화가 한 사람의 시점에서 전개되고, 4화부터 다른 사람의 시점에서 같은 이야기를 바라봐요. 자신의 드라마에서 선보였던 방식을 영화로 가져왔다는 게 제 첫 인상이었고, 이런 부분을 고려해 영화의 구조를 만들지 않았을까 싶어요.

키노 🚦
감독님의 영화를 보면 가족이나 소외계층을 다루고 있는데요. 어떤 방향성으로 이들을 향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지 궁금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어느 가족>을 예로 들면 ‘이 형태를 가족이라 부르면 안 되는가?’ ‘우리가 지닌 가족의 형태는 이들보다 밀접한가?’ 이런 질문들을 통해 우리가 항상 정해진 가족이라 여기는 것을 흔들고, 의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고자 했어요. 꼭 그랬던 건 아니지만 이렇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이 많지 않았나 싶습니다.

일본에는 ‘동조압력’이라는 게 있어요. 한국에도 있을 수 있는데, 모두가 같은 보편의 가치를 지녀야 한다는 압력이 강한 사회고 여기에 속하지 않은 사람은 배제하죠. 이런 점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일본의 마이너리티들이 존재해요. 한국은 변화하는 가치를 중시하는 반면, 일본은 변하지 않는 가치를 중시한다고 봅니다. 제 영화를 통해 그 돌파구의 문을 연다는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는 건 아니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작품을 통해 그려내고 싶어요.

키노 🚦
영화의 엔딩에 사카모토 류이치의 노래 ‘AQUA’를 넣은 이유가 궁금해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이 영화에 음악이 필요하다면, 사카모토 류이치가 아니면 안 된다고 여겼어요. 밤에 촬영장소인 마을에 있는 호수를 보았는데 그때 이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다만 사카모토 류이치가 병상에 있어서 음악을 부탁드려도 승낙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안 된다고 하면 영화에 음악을 아예 안 쓴다는 선택지도 있었고요. 엔딩은 ‘AQUA’를 처음부터 생각하고 있었는데, 불에서 시작해 물로 끝난다는 의미가 있는 <괴물>의 각본에는 이 곡 밖에 없다고 판단했어요. 결과적으로 쓸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키노 🚦
마지막 인사 부탁드려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가 개봉한지 두 달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상영되고 있다는 점, 개봉시기가 아님에도 많은 분들이 와 주신 점에 정말 고맙습니다. 지금은 작년에 찍었던 드라마를 편집 중이라 영화 신작은 올 하반기부터 시작해 열심히 찍게 될 거 같아요. 영화 신작 개봉 때 다시 한 번 이렇게 모일 수 있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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